정유화학업계, 글로벌 합작 유독 많은 이유는?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4-12-26 17:21 수정일 2014-12-27 12:08 발행일 2014-12-2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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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
올해에도 정유화학업계에는 글로벌 합작으로 해외 진출을 꾀한 ‘대형 합작사’가 꾸준히 설립됐다. 사진은 지난 20일 OCI 이우현 사장(왼쪽 세 번째)과 마강그룹 가오하이지안 회장(왼쪽 다섯 번째)이 합작법인인 Ma Steel-OCI 타르 정제공장 정초식의 배토식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OCI)

정유화학업계의 글로벌 합작 움직임이 활발하다. 해외시장 선점과 기술 공유 및 네트워크 구축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정유화학업계의 특성상 합작을 통해 투자 비용은 낮추고 위험요인은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그 배경이 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한해 정유화학업계에는 SK종합화학과 사빅 등 굵직한 글로벌 합작 사례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배경에 대해 정유화학업계의 사업 규모를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전영표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정유화학시장의 투자란 단순히 5억원짜리 공장을 짓고 10억원짜리 장비를 들여오는 수준이 아니다”며 “큰 공장을 지을 때 전체 시장의 경제성을 생각해 합작을 할 경우 위험요인과 투자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글로벌 합작의 경우 공동마케팅과 기술공유를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 매출과 생산규모 확대, 해외시장 선점 등의 장점이 있다.

SKC는 지난 22일 일본 미쓰이화학과 폴리우레탄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신설 합작법인은 2015년 매출 15억 달러, 자산 11억 달러 규모로 설립되며 각각 50%의 지분으로 공동 경영한다. SKC는 합작사가 폴리우레탄을 만드는데 필요한 폴리올, MDI, TDI 등을 생산하는데, 이러한 원재료를 모두 갖춘 글로벌 기업들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SKC관계자는 “미쓰이화학은 일본업체에 판매를 하고 있고 우리는 한국업체에 판매를 해왔는데, 이번 합작을 통해 거래처가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졌다”며 “기술 교류를 통해 글로벌 메이저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21일 OCI는 중국 마안산강철그룹과 합작사를 설립해 35만톤 규모의 콜타르 정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OCI는 6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공장 풀가동시 매년 약 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OCI는 마안산강철사의 원재료 및 인프라와 OCI의 기술력이 결합해 중국 현지시장을 적극 공략해 성장이 정체된 석탄화학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CI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좁고 해외 고객 확보를 위해 수출은 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 잠재력이 큰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는 콜타르를 만들 수 있는 제철회사가 포스코와 현대제철 두곳 뿐인 반면 중국은 원재료 확보가 용이하고 화학제품을 판매할 시장도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대로 시장이 더 이상 커지지 않아 기업들이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내는 시장을 찾는 것”이라며 “수출, 현지공장설립, 글로벌 합작 등 어떤 형태로든 성장하는 시장에 간 기업들은 한국보다 성공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독일계 카본블랙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국내 정유사 최초로 카본블랙사업에 진출했다. 현대오일뱅크의 대산공장 내 들어설 합작공장은 연간 16만톤의 카본블랙을 생산할 수 있으며, 현대오일뱅크는 합작사 영업망을 통해 연간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관계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세계 시장 수요에 주안점을 두고 글로벌 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해외 판로 개척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합작 파트너인 독일 업체를 통한 판매로 타 업체보다 해외 수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글로벌M&A지원센터 전문위원은 “최근에는 수출 비중이 늘어나고 시장도 다양화되고 있다”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들도 합작법인을 포함해 M&A나 제휴 등 다양한 비즈니스로 해외에서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합작의 경우 그 시장에 대한 이해나 진출하는 과정에서의 효율성에서 강점이 될 수 있다”며 “다만 합작법인의 파트너가 우리 기업이 원하는 사업 방향을 충족시켜 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지에 대한 평가와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