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IT 키워드 'ZERO'

조은애 기자
입력일 2014-12-11 15:57 수정일 2014-12-11 17:07 발행일 2014-12-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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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2015 ICT 이슈·전망' 세미나<BR>데이터무료화·콘텐츠 소유권 무의미·노력 절감·마찰 절감
클라우드, 스토리지(저장소) 등이 타 서비스를 위한 공유 인프라가 되면서 IT업계는 공유된 인프라 하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로 옮겨질 전망이다. 그만큼 무엇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라는 기준의 문제는 앞으로 IT업계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지점이다.

10일 KT에서 운영하는 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는 KT광화문지사 올레스퀘어에서 ‘2015년 ICT 주요 이슈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오픈세미나를 개최했다.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 정근호 팀장은 세미나에서 “올해 부상해 2015년에 더욱 주목받을 키워드는 ‘제로’(Zero)”라며 “비용(cost), 노력(Effort), 마찰(Friction), 소유권(Ownership)이 점차 줄어들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점에서 제로를 2015년을 관통할 키워드로 본다”고 발표했다.

실제 이동통신사나 IT업계는 특정 서비스에 한해 데이터 한도를 적용하지 않는 ‘데이터무료화(Zero-rating)’를 실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시행한 곳은 미국의 이동통신사 AT&T. AT&T는 올해 1월 ‘스폰서드 데이터’ 프로그램을 실시해 고객에게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주고 이에 대한 요금은 콘텐츠제공자(CP)가 납부하도록 했다.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급상승하고 콘텐츠제공자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에 고객을 더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이다. 광고플랫폼 업체부터 헬스케어, 비즈니스개발, 모바일 앱스토어 업체 등이 참여하고 있고 최근에는 초콜릿 회사 허쉬, 이베이 등도 뛰어들었다.

국내 이동통신3사도 부분적으로 데이터무료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월 1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자체 제공 서비스에 대해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Btv 모바일팩, T스포츠 팩, 클라우드 게임 팩, KT는 음악전용 지니팩, 롱텀에볼루션(LTE) 메가스터디팩을, LG유플러스는 100% LTE데이터팩 등을 제공한다.

하지만 데이터무료화는 망중립성 논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 자금력이 있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선발주자들이 콘텐츠 사용을 차별적으로 제공하고 후발주자의 진출을 가로막는 불공정거래라는 것이다. 칠레와 노르웨이에서는 데이터무료화가 망중립성에 어긋난다고 판단해 불공정경쟁행위라 규제한 바 있다.

정 팀장은 앞으로의 미래는 콘텐츠나 서비스의 소유권이 사라지는 패러다임 위에 놓였다고 언급했다. 이전에는 콘텐츠를 구입해서 자기가 소유하는 형식이었지만 이제는 접속을 통해 다함께 공유하는 공유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말이다. 동영상, 음악, e북, 게임 등과 같은 미디어스트리밍서비스에 대해 공유의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비트패킹컴퍼니에서 제작한 음악 스트리밍 앱인 ‘비트’, 삼성전자의 ‘밀크뮤직’ 등 부분적 유료화지만 무료 기반으로 출발한 서비스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와 함께 정 팀장은 스트리밍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함을 주문했다. 그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콘텐츠제공자에게 주는 라이선스 비용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며 “예를 들어 4분짜리 음악을 고객이 1분만 들었을 때 이를 두고 음악을 들었냐고 말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를 막기 위해 미리 기준을 정하고 라이선스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에도 사물인터넷, O2O 시장이 성장하면서 개개인이 직접 쇼핑이나 할인 정보를 찾는 노력을 줄이는 ‘노력절감(Zero Effort)’, 애플의 핸드오프 등과 같이 네트워크나 단말기를 넘어선 연속성이 높아지는 ‘마찰절감(Zero Friction)’ 등이 내년 ICT 시장에서 이슈를 만들어낼 것이라 언급했다.

조은애 기자 sincerely.ch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