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푸틴을 무너뜨리지 못한다"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2-08 16:38 수정일 2014-12-08 16:38 발행일 2014-12-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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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있는 14년…러시아 대통령이 '푸틴'인 이유<BR>서방 경제 제재로 루블화 26년 만에 급락…가장 큰 폭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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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연례 의회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

“히틀러도 러시아를 무너뜨리지 못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연례 국가 두마(하원) 국정연설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푸틴은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와 서방 제재에 따른 현 국가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 인한 서방국가들과의 갈등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 경제제재의 여파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영국 BBC 등은 최근 서방의 경제 제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무산 등의 영향으로 루블화 가치가 26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저유가 추세가 이어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러시아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의 자신감은 수그러들줄 모르고 있다. 러시아 여론 조사 전문기관 레바다첸트르가 지난달 말 실시한 설문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지난 10월에 비해 8% 떨어졌다고 최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서방 제재로 인한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원인이다. 하지만 지지도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푸틴의 지지율은 여전히 80%를 넘었다.

러시아 국민은 물론 국제 사회가 푸틴에게 끊임없이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측할 수 없을 만큼의 에너지 부자 국가이자 국가 핵 탄두를 장비한 나라가 바로 러시아기 때문이다. ‘21세기 차르(제정 러시아 시절 황제)’로 불릴 만큼 푸틴은 상호 협조보다는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의사소통을 선호한다. 구 소련 시절 KGB 요원으로 활동했던 푸틴은 지난 총 14년 동안 러시아 대통령으로 통치권을 행사하면서 ‘강한 러시아’ 정책을 밀어 부쳐 왔다. 동시에 러시아만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민족주의 성향을 보이며 러시아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왔다. 때문에 미국 등 서방국들의 푸틴에 대한 견제 수위가 도를 넘어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은 이미 예전일이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병합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대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 등 서방 국가들로부터 경제 제재를 당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푸틴은 서방의 경제제재와 유가 추락으로 인한 최악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일본, 터키 등과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이미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으로 가스 수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지역의 가스를 중국 동북지역으로 수출하기 위한 ‘동부 노선’ 계약을 체결했다. 서부 시베리아 지역의 가스를 중국 서부 지역으로 공급하기 위한 ‘서부 노선’ 사업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푸틴은 제 15차 인도·러시아 연례 정상회의 참석차 오는 11일 인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인도를 상대로 가스공급 등과 연계된 ‘경제협력’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방, 에너지, 무역 등의 주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입 확대와 공동개발, 민간 원자력 에너지 협력 강화 등이 세부적인 의제로 검토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러시아가 개발 중인 중형 민간항공기 이르쿠트 MC-21 등의 공동 생산 협정에도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