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뉴노멀' 공식화… 눈앞 성장률 대신 지속성장 잡는다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2-08 17:50 수정일 2014-12-08 18:47 발행일 2014-12-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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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성장률 목표 7.0%로 낮출 전망
중국의 2015년도 경제정책 기조를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CEWC)가 9일 개최된다. CEWC에선 중국 정부가 3년 만에 처음으로 내년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올해 7.5%보다 훨씬 낮은 7.0%로 하향 조정해 금리와 물가에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최고 지도부와 주요 경제 전문가들이 비공개로 여는 CEWC에서 내년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포함한 경제 관련 지표들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8일 보도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선 ‘뉴노멀’(신창타이·新常態, 과거 고속 성장이 아닌 중속 성장 시대에 적응한다는 새로운 경제 기준)에 맞춰 중국 정부가 3년 만에 성장률 목표치를 낮게 조정할 것인지가 주된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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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내년까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약간의 성장률 둔화는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투자와 수출을 강화하기 보다는 구매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집중해 내수 규모를 키워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 불황과 디플레이션 위협, 지방 정부의 부채 위기 등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성장 목표를 크게 낮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가오페이융 중국사회과학원(CASS) 재정전략연구원장은 “뉴노멀이 중국경제의 향후 변화를 의미하고 있다”며 “경제발전 방향에 대한 정책 결정층의 사고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거시경제 목표에도 다원화 추세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성장률 둔화 전략에 맞춰 금리, 소비자 물가지수(CPI) 등 경제 지표와 관련해 다양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중국 교통은행의 류쉐지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성장률 목표치를 하향조정하는 동시에 통화량 공급 목표도 낮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그는 중국 인민은행이 유동성을 확보하고 금융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중국법인의 이코노미스트인 주 하이빈도 “중국의 내년 성장 목표가 올해 7.5%보다 훨씬 낮은 7.0%에 이를 수 있으며 그보다 훨씬 낮을 수도 있다”며 “만약 이렇게 되면 2004년 이래로 최저치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에서도 그동안 신중한 기조를 유지해 왔던 중국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21일 2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1년 만기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도 각각 0.4%포인트, 0.25%포인트 낮췄다. 이번 회의에서 성장률 목표치를 낮게 조정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통화 유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달 전격 인하했던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다.

신문은 전문가들이 중국 인민은행이 둔화되고 있는 GDP 성장 속도를 반영해 내년도 통화 공급률을 올해 통화 공급률 13%보다 조금 낮은 12%로 하향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CEWC에선 소비자물가지수(CPI) 목표와 추가적인 정책 개혁 등도 논의의 대상이다. 중국 상하이데일리는 이날 일본 증권사 노무라 경제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인용, 회의에서 CPI가 3.5%에서 3.0%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또 행정심사 간소화와 재정·세제, 국유기업, 호적제도 등 각종 개혁을 심화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은 해마다 12월 중순 CEWC를 열고 있다. 여기서 결정된 사안이 이듬해 3월에 열리는 ‘양회’(兩會)를 거쳐 공식 발표된다.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의 왕쥔 자문연구부 부부장은 “‘뉴노멀’에 따라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민간 투자 활성화는 물론 전략성 신흥산업과 서비스업에 좋은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생산공장’이자 세계 2위 경제국가인 중국 정부가 저성장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 거의 확실시됨에 따라 세계 경제도 막대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성장률이 목표치보다 더 떨어져 6% 아래로 내려가는 상황이 오면 전 세계의 경제 성장률 역시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데 입을 모은다. 중국 경제 둔화에 대한 공포심리가 세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유가 하락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원유 수요는 자연스럽게 급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배럴당 65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중국 성장 둔화는 중국 경제의 포커스가 투자에서 소비로 이행되는 ‘리밸런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 둔화가 중국의 주변국보다 원자재를 생산하는 신흥시장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흥시장에는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동남아시아가 포함돼 있다.

특히 희토류 등 원자재 금속을 생산하는 나라들에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투자 붐으로 지난 10년간 구리, 철광석과 강철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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