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무기 노후 심각"… 핵실험 재개론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2-01 15:57 수정일 2014-12-01 18:06 발행일 2014-12-0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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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업그레이드" 주장
US-NUCLEAR-B53
냉전의 상징,미국의 초강력 핵폭탄 'B53' 해체작업이 2011년 10월 25일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핵무기 생산 및 해체시설 팬텍스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다.(AFP=연합)

미국에서 노후화된 핵무기 성능을 재점검하고 핵실험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2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중단했던 지하 핵실험을 재개하고 차세대 핵무기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존 햄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오래된 탄두를 제거하고 새로운 핵탄두를 개발하기 위해 핵실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대외정책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CSIS는 정치적으로는 중도적 성격을 띠며 안보문제 연구 결과가 미국 정부의 정책에 반영되는 등 영향력이 크다.

공화당 소속 맥 손베리 텍사스 상원의원은 “수명이 다한 기계를 계속 가동하는 것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다름없다”며 “핵무기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동을 걸어보지 않는다면 차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 수 없다”면서 “국가안보의 기반이 되는 핵무기 실험을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제2차 세계 대전 뒤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과 소련 사이에서 발생했던 냉전시대가 끝난 뒤 미국은 핵무기를 감축하기로 러시아와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1967년 3만1000개에 달하던 핵탄두를 4800개 수준으로 감축하고 지하핵실험도 미루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핵무기 설계와 생산이 거의 이뤄지지 않자 텍사스 주 팬텍스 공장과 테네시 주 Y-12 국가안보단지 등이 심각한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전문가들은 최근 지적했다.

미국이 이번 핵실험을 주장하는 이유로는 11·4 중간선거 이후 보수 성향의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엔 총회에서 핵폭발 실험을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결의한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에 미국이 비준을 미루는 것도 공화당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현실적으로 다른 나라의 핵실험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조약에 가입해 스스로 핵실험을 금지하는 것은 핵 통제 능력만 약화시킨다는 논리가 크게 작용했다.

신문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이 제재에 나서자 ‘냉전 부활’도 불사하며 대외 강경책으로 일관하는 러시아에 미국이 느꼈을 위기감도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한 결정적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도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하는 또 다른 이유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