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석유감산 무산… 신흥국에 치명타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1-30 19:18 수정일 2014-11-30 19:18 발행일 2014-12-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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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달러 이어져 자금 이탈
中·러 등 무역·금융시장 혼선
원유 수입국도 장기적으론 피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석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결정하자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슈퍼 달러화’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Emerging Market)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높아져 이들 나라의 무역과 금융시장에 혼선이 오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OPEC가 지난 27일(현지시간) 총회에서 1일 3000만 배럴의 석유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하자 유가하락 및 자원국 통화에 대한 수요급증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 신흥국 주가 및 통화 가치 하락 등의 결과로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팽팽해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최근 보도했다.

원유가 세계적으로 공급 과다임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재정력 있는 국가들이 이번 감산을 결정하지 않은 배경에는 저유가로 세계 경제를 되살리는 동시에 석유의 대체재인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증가세를 더디게 하기 위한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분석했다. OPEC가 북미지역의 셰일붐을 과거 닷컴버블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교훈 삼아 저유가 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는 해석이다.

세계적인 저유가 추세가 이어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는 러시아다. 우크라이나로 인한 서방국가들과의 갈등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 경제제재의 여파를 체감하고 있는 러시아는 저유가로 인해 수익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수입의 절반을 석유·가스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가 저유가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신문은 분석했다.

원유 수출국은 물론 수입국도 예상과는 달리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유 수입국들이 유가하락으로 단기적으로는 수혜를 볼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만 최근 2년 내 최저치를 기록한 유가가 더 하락할 경우 중국과 유럽이 추가 유가하락 기대심리에 힘입어 장기적으로는 원유수입량 증가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량 증가폭을 줄이면 전세계 달러화의 공급이 줄어들어 달러화의 강세가 유발된다. 따라서 수출은 줄어들 수 밖에 없어 무역불균형 상태가 올 수 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예측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은 이번 유가하락을 통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유가하락이 경기부양을 위한 유럽중앙은행(ECB)의 노력을 꼬이게 만들 수도 있다는 분석도 역시 제기되고 있다. 저유가 때문에 올해 인플레이션율을 목표치인 2%대로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세계적으로는 저물가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안정이 반드시 경기회복을 위한 긍정적인 요소로만 작용하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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