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뚝뚝'… 내수 소비 가능성은 '쑥쑥'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14-11-30 13:35 수정일 2014-11-30 18:31 발행일 2014-12-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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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수도권에서 휘발유를 ℓ당 1500원대에 판매하는 주유소가 잇따라 등장했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자정을 기해 경기도 파주시와 고양시 등지의 5개 주유소가 일제히 휘발유 판매가격을 ℓ당 1597원으로 내렸다. 이날 오전 경기 고양시의 한 주유소 유가 안내판이 리터당 휘발유값 1597원을 표시하고 있다.(연합)

기름 값이 ‘저공행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입 원유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0달러 대로 떨어졌다. 경상도 지역에 이어 수도권에서도 휘발유를 리터당 1500원대에 파는 주유소가 나타났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 3000만 배럴의 현행 생산 목표량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국내 유가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기업 생산비용 줄고 가계 소비여력 늘어

국제 유가 하락은 100% 수입에 의존해 원유를 충당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좋은 소식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10% 떨어지면 우리 기업 투자는 0.02%, 소비는 0.68%, 수출은 1.19%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은 0.27%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기름 값이 떨어지면 기업의 생산 비용이 줄어든다. 플라스틱과 같은 원재료 가격이나 운송비가 내리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렇게 줄인 생산비를 투자 확대에 쓸 수 있다. 제품 가격을 낮출 경우 소비도 늘어나는 선 순환 구조가 기대된다.

항공과 해운 업계에게는 특히 긍정적이다. 연료비가 줄어드는 만큼 영업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으로 교역 여건도 개선되는 추세다. 지난달에는 수출 가격이 2.9% 내려갔고 수입 가격도 4.2% 떨어졌다. 이렇게 되면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많아진다. 대외 교역을 통한 우리 국민의 구매력이 커지는 것이다.

여기에 유류비 부담도 줄어들어 가계의 소비 여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석유정제·조선업 수익 악화에 디플레 우려도

기름 값이 계속 떨어지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미 1% 초반대인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낮은 유가로 인해 더 하락할 수 있어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물가가 연일 떨어지면 가계는 소비를 미뤄 오히려 내수가 위축될 수 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유가가 공급 요인으로만 낮아졌다면 긍정적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면서 수요 부진을 가속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석유정제산업 등 주력 업종도 수익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정유사들은 이미 3분기에 매출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정유 부문에서 대규모 영업 손실을 본 상태다. 유가 하락으로 해상 유전 개발을 위한 해양플랜트 발주가 위축되면 조선업계도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향후 유가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원은 “유가 하락으로 원자재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면 3∼5년 뒤에는 유가 급등이라는 부메랑이 날아올 수 있다”며 “이번에 기름 값이 떨어졌다고 해서 태양·전기 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 개발에 소홀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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