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은 과거 6.25부터 지금까지 슬픈 현대사를 거치며 자신을 희생하고 살아온 평범한 남자 덕수(황정민)의 이야기다. 영화가 전개되면서 삶은 조금씩 나아지지만 ‘가장’이라는 무게는 자꾸만 그에게 ‘선장’이란 꿈을 내려놓게 한다.
덕수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우여곡절 많은 한국사 중심에 있다. 윤제균 감독은 다양한 사건 중 정치적 요소를 배제하고 국민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에 덕수를 등장시킨다.
덕수가 아버지(정진영)와 동생을 잃은 6·25전쟁이 그 첫 번째다. 감독은 10만명에 달하는 북 피난민이 극적으로 남쪽으로 탈출한 ‘흥남철수’ 사건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극 초반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지키기 위해 덕수는 어렵게 합격한 대학입학을 포기하고 광부와 군인이 돼 독일로 베트남으로 떠난다. 역사책에서 가볍게 보고 넘기던 사건들은 그 시절을 겪은 덕수를 만나면서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온다.
덕수네 가족들이 새로 정착한 ‘국제시장’은 영화 제목인 동시에 부산에 실제로 있는 시장이다. 1945년 광복 후 전시 물자를 팔아 생계를 꾸리던 상인들이 모여 형성된 곳으로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장사를 화며 활기를 띠었다.
‘또 부산이냐’는 지적에 윤 감독은 “우리 부모 세대를 기억하는 공간을 고민하다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서민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눈부신 발전으로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여전히 그 자리에서 옛 모습을 지키고 장사하는 이들이 바로 그때 그 시절 ‘아버지’들이다.
그 곁을 지키는 아내 ‘영자’ 역의 김윤진도 아가씨의 풋풋한 매력과 어머니로서의 강인한 모성애를 동시에 표현하며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1000만 영화에는 꼭 있다’는 오달수는 덕수 친구 ‘달구’로 유쾌한 웃음을 선물한다.
윤 감독은 오늘날 ‘국제시장’이 갖는 의미에 대해 ‘역시사지’(易地思之)를 강조한다. 그는 “젊은 세대는 영화를 통해 부모를 이해하고, 부모 세대는 젊은이를 배려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요즘 같은 소통단절시대에 이 영화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놓는다.
늘 곁에 있어 그 소중함을 모르는 존재가 가족, 특히 아버지다. 가장으로서 단 한 번도 힘든 내색 한번 없이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들의 영화 ‘국제시장’은 다음 달 17일 개봉한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