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릉연구단지 개발 '同床四夢(동상사몽)'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4-11-23 19:28 수정일 2014-11-23 19:28 발행일 2014-11-24 1면
인쇄아이콘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의 메카였던 서울 홍릉연구단지 개발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 과학기술계와 지역사회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KIET) 농촌경제연구원(KREI) 등 홍릉단지 내 일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생긴 공간을 창조경제 단지로 만들겠다고 23일 밝혔다. 미래부는 이를 위해 내년 예산에 용역비, 기초공사비 등으로 55억원을 반영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미래부 창조경제기반과 김동준 사무관은 “완전히 바꾸겠다기 보다 사업과 비즈니스를 연결할 기능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취지일뿐”이라며 “메인으로 어떤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관련 주체들이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는 것도 문제다. 우선 서울시는 농촌경제연구원 이전 예정 부지 2만1937㎡에 고령친화산업 육성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공공연하게 고령친화 연구단지 조성이 자신의 공약이었고 이를 관철하겠다고 밝혀왔다. 지난달 말에는 아예 “이전 부지에 2021년까지 노화연구 전문 ‘월드 스마트에이징 연구단지’를 짓겠다”고 선언했다. KREI가 규모나 위치상 홍릉연구단지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고령친화산업과 창조경제의 조합은 어색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계 역시 다른 생각이다. 최근 열린 ‘홍릉단지 활성화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과학기술인들은 홍릉연구단지를 국가 어젠다를 해결하는 홍릉 사이언스시티로 확대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지난해 4월 고려대와 동덕여대, 서울시립대와 한양대 등 4개 대학 총학생회는 정부와 서울시에 홍릉 이전부지에 대학연합기숙사 설립을 촉구했다. 이 지역 대학들의 기숙사 수용률이 평균 10% 미만인 현실을 고려할 때 이들의 요구는 현재진행형이다. 인근 주민들은 공원 등 전체 주민을 위한 개방된 시설을 원하고 있다.

홍릉연구단지는 공공연구기관이 밀집한 국내 첫 연구단지로 주변에 한국외국어대 경희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이 포진해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기관들이 이전했거나 이전 예정이라 3만7646㎡(1만1388평)에 달하는 거대 부지 활용방안을 두고 논의가 진행돼 온 것이다.

장애물은 또 있다. 홍릉·유릉 주변 조선왕릉이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홍릉 지역은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개발행위와 고도가 제한된다. 국회에서 심의 중인 8조3000억원 규모 창조경제 예산에 대해서는 야당이 대규모 감액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