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코리아' 주역에서 자원·에너지 개발 '멀티맨' 변신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4-11-25 14:39 수정일 2014-11-25 16:11 발행일 2014-11-26 10면
인쇄아이콘
['미생' 속 종합상사 들여다보기] ② 어떤 일 하나…향후 전망<BR>미래에 전세계 발품팔며 수출역군으로 활약할 듯
2014112301010010609
드라마 속 오상식 과장과 장그래, 김동식 대리의 업무가 화제가 되면서 종합상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극중 주연급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사진제공=tvn)

케이블방송 tvN의 드라마 ‘미생’이 직장인들의 치열한 삶과 애환을 생생하게 조명하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고졸 검정고시 학력으로 입사해 온갖 수모를 겪지만 바둑 문하생 생활에서 익힌 통찰력으로 비범과 우둔을 오가는 계약직 신입사원 장그래(임시완 분)와 정감있고 원칙을 지키는 의리있는 상사 오상식 차장(이성민 분, 최근 승진), 그런 오 차장을 늘 안타까움과 존경심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실력파 김동식 대리(김대명 분), 빼어난 미모에 유창한 러시아어 실력, 나름 정의감마저 있지만 결국 남성 상사들의 룰에 자신을 맞춰가는 여성 신입사원 안영이(강소라 분), 오만에 가까운 자신감으로 똘똘 뭉쳤지만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팀 분위기에 좌절하다 이직을 고려 중인 장백기((강하늘 분) 등은 모두가 공감하는 우리 주변 속 인물이다.

이들이 새로운 일을 찾고 입안해 설명하고 추진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종합상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오 과장과 장그래의 터전인 종합상사는 과연 어떤 곳일까?

드라마의 실제 배경인 대우인터내셔널에 재직 중인 강신형씨(27, 3년차)는 “미생이 아니었다면 종합상사의 업무를 설명하는 일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미생의 배경이 되는 곳에서 일 한다고 하면 다들 전보다 훨씬 쉽게 이해한다”면서 “미생이 종합상사의 모습을 그만큼 잘 반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생>에는 오 과장이 노트북으로 상사맨으로 변신한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오 과장의 아들은 상사맨을 ‘메가톤급 최고의 영웅’이라고 표현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상사맨은 전 세계를 누비며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파는 사람입니다. 가난한 나라도 부자로 만들 수 있고 물이 없는 나라에 물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상사맨은 슈퍼맨과 아이언맨과 베트맨과 스파이더맨도 살 수 있습니다.”

오 과장이 바이어로 나타난 고교 시절 친구에게 ‘을’ 취급을 당한 뒤라 더욱 감동을 준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 종합상사와 상사맨의 역할이 잘 드러난다. 과거나 지금이나 종합상사의 기본 기능은 무역이다.

특히 과거에는 ‘바늘에서 인공위성까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제약없이 모든 것을 다 팔았다. 종합상사 활성화 초기의 수출 품목은 가발, 기성복, 가정용 통신기기, 한약재 등이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종합상사가 국내 생산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비중은 매우 컸다. 물론 현재에도 제조업체로부터 물건을 받아 해외로 수출하거나 중국이나 일본에서 생산된 물품을 다른 나라로 중개하는 일은 여전히 상사의 기본 기능에 속한다.

종합상사는 아직도 쌀이나 생선, 햄버거 패티까지 팔고 있다 .

종합상사의 대표 사업은 크게 상품을 거래하는 ‘국제무역’, 발전·철도·항만·플랜트 등 해외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는 ‘프로젝트 오거나이징’, 석유·가스·광물 등의 해외자원을 개발하는 ‘자원개발’로 볼 수 있다. 1975년부터 설립되기 시작한 종합상사는 1990년대까지 수출을 주도하며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업들이 해외 영업망을 갖추게 됐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생산품의 단순무역에는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이에 종합상사는 에너지·자원 개발, 대형 프로젝트, 철강 트레이딩 등을 다루면서 돈 될만한 사업을 찾아나섰다. 최근에는 전통적 트레이딩 사업 비중을 줄이고 발전, 플랜트, 인프라 분야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종합상사의 전문화, 사업 다각화는 <미생> 속 회사 ‘원인터내셔날’에서도 나타난다. 이 회사 인턴사원 안영이(강소라)는 자원2팀, 장백기(강하늘)는 철강팀, 한석율(변요한)은 섬유1팀에 속해 있다. 그 외에도 인프라팀, 플랜트팀, 원료팀 등의 부서가 있다. 다만 주인공 장그래가 속한 영업3팀처럼 매번 새로운 품목을 파는 팀은 좀 특별한 경우다.

그렇지만 결국 직장인의 삶이라는 점에서 종합상사 직원이라고, 영업3팀 소속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오상식이 이끄는 영업 3팀은 이란 원유 수입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란의 수출금지 조치라는 악조건에도 터키를 이용하면 된다고 설득에 나섰고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지만 직속 부장은 다른 프로젝트를 강요했다.

결국 오상식과 팀원들은 그날 아무 말없이 취했다. 직장인들 모두가 한번쯤 겪었음직한 일이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미생' 속 종합상사 들여다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