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 조종사 그만! '한국형 FRMS' 도입 목소리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4-11-23 18:30 수정일 2014-11-23 18:30 발행일 2014-11-24 3면
인쇄아이콘
한국형 피로위험관리시스템(FRMS)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발생한 아시아나항공의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 사고의 원인 중 하나가 조종사 피로 문제로 지적돼 항공업계에서는 FRM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한국형 FRMS 도입을 위한 연구 용역 예산’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23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는 한국형 FRMS 도입을 위한 연구 용역 예산 10억원을 최근 책정하고 논의를 진행 하고 있다.

FRMS는 근무·휴식시간과 교대 스케줄 등을 점수화해 피로도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80년대부터 서구 중심으로 연구돼오다 최근 국제법으로 채택됐다. 미국, 유럽, 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이를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도 FRMS 도입에 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현장에서 일하는 조종사들은 서로 다른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국내 민항기 운항 관련 규정을 보면 조종사들이 연간 비행시간 1000시간, 연속 비행시간 10시간을 넘지 않아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현역 조종사들은 “국토부가 조종사들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피로와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현장에서는 항공기 운항 관련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조종사들의 피로도는 높다는 것이다.

항공사들은 조종사를 충원해 피로도를 낮출 수는 있지만 현재의 항공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활을 겪고 있어 인력 충원은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FRMS 도입에도 국토부와 조종사들의 이견은 크다. 국토부는 “자체 시스템 도입이 어렵고 자료가 부족해 미국 규정을 그대로 가져와 활용하자”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조종사들은 우리나라 비행 환경에 맞는 ‘한국형’ FRMS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서구 항공업계의 FRMS가 수 십년에 걸쳐 축적된 피로 관련 자료가 근간임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우리 비행 환경에 근거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공 전문가들 역시 서구의 FRMS를 단순 도입한다면 피로관리 정책의 근본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관계자는 “미국과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인 위치 등 비행 환경이 많이 달라 국내 실정에 맞는 FRMS를 연구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태평양 횡단 노선이 많아 밤샘 비행이 잦고 시차도 매우 큰데, 미국은 15%정도인 장거리 비행 비율이 우리나라는 7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항공안전정책연구소 이기일 소장은 “미국 것을 그대로 가져올 경우 조종사 피로도가 현재보다 늘 수 있다”면서 “한국형 FRMS는 조종사들이 피로 누적과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로관리시스템 도입에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노사 협의도 필요하다”면서 “당장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항공안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항공사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