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완성차업체 '성장이냐 생산기지화냐'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4-11-10 16:20 수정일 2014-11-10 20:05 발행일 2014-11-1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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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업의 정책 변화에 따라 외국계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경영 전략과 입장이 바뀌고 있다. 인도 마힌드라 인수 후 신차개발을 가속한 쌍용차는 ‘코란도 패밀리’를 앞세워 2009년 이후 내수와 수출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경우 내수 판매를 강화하고는 있지만, 자체 개발한 신차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제너럴모터스와 르노닛산얼라이언스 등 해외 본사 차량을 대신 생산, 수입하고 있어 본사의 ‘생산기지화’라는 지적도 있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로서 한국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을 바라보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1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산차 업체 중 가장 좋은 흐름을 보여주는 곳은 모기업이 ‘마힌드라’인 쌍용차다. 1945년 철강무역회사로 출범한 마힌드라 그룹은 항공, 자동차, 금융 및 보험, IT 등 18개 주요 산업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다. 무엇보다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신차 개발 및 생산에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있어 쌍용차는 빠르게 경영정상화를 이루고 있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하고 나서 가장 신경을 쓴 점도 연구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소통을 강화해 기술개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쌍용차의 이유일 사장은 지난 10월 29일 쌍용차 직원 가족 초청행사에서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키우겠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실제적으로 판매 대수가 늘어난 것은 상품성과 영업능력이 좋아서다”면서도 “안정적인 대주주를 확보한 데다가 마힌드라의 자율성 보장도 경영정상화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쌍용차는 주력 브랜드인 코란도 시리즈가 선전하면서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쌍용차는 내년 1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란도C에 이어 4년 만에 신차, 소형 SUV인 X100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1년 새로운 사명으로 거듭난 한국지엠은 2002년 출범 이후 끊임없는 연구 개발 및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지엠이 ‘신차 개발’에서 ‘차량 생산’으로 역할이 돌아서면서 점차 GM의 ‘생산기지화’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한국지엠의 단독개발은 이제 없다”면서 “한국지엠이 자체개발을 하냐 안하냐로 생산기지를 판단한다면 그 시각이 맞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지엠은 글로벌지엠에서 같이 개발한 차량을 국내에 출시하는 것이라면서 한국시장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내 연구개발 역시 매년 1조원 이상의 꾸준한 투자와 2000여명의 연구원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르노삼성도 한국지엠과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 판매 중인 모든 차량은 르노그룹과 공동개발한 차량들이다. 신차의 경우 지난 2011년 내놓은 SM7을 마지막으로, 3년째 신차가 없는 상황이다. QM3는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수입해서 판매되는 차량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단순한 생산기지화라는 표현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면서 “자동차 시장 자체가 많이 변했고, 독자개발을 하는 글로벌 업체는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2000년 9월 이후 국내 브랜드 중 판매 차종을 가장 크게 늘렸다면서 “국내 시장에서 그만큼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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