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성공 '설렘'도 잠시…6개월 '설움' 받다 버려져

최상진 기자
입력일 2014-11-05 16:06 수정일 2014-11-06 17:32 발행일 2014-11-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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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생이다] ② 인턴에게 정규직은 꿈에서나 가능한 이야기<BR>연간 870만원 지원받는 '청년인턴제' 악용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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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들이 인턴을 선발하는데 가장 많이 활용되는 제도는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다. 2009년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최대 6개월까지 인턴사원의 급여 50%(최대한도 80만원)를 지원한다. 정규직 전환시에는 6개월간 65만원의 급여를 지원한다. 즉 1년간 최대 870만원의 임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기업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정규직 전환 가능’을 전제로 한 채용공고의 경우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대신 인턴을 많이 뽑아 6개월간 업무평가 뒤 일정비율의 인원을 내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별로 해당 비율은 천차만별이나 정규직 전환이 절반 이상 가능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문제는 정부정책에 비교적 순응적인 공기업에서도 두드러진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흠 의원(새누리당)이 국토부 산하 8개 공기업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채용된 인턴은 8138명으로 이중 27.3%인 2225명만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일명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 기간동안 215명의 대졸인턴을 뽑았지만 이들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대졸인턴은 단 한명도 없었고 고졸인턴만 4명을 채용했다.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1811명의 대졸 및 고졸 인턴직원을 뽑았지만 단 한명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형 인턴제를 운영하고 있는 도로공사와 철도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6개 기관의 정규직 전환율은 10.1%(4530명 중 459명)에 불과했다.

금융 공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0개 금융공기업의 2010∼2013년 청년인턴 채용현황 살펴보면 채용된 청년인턴 2713명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488명으로 18%에 불과했다. 다만 2011년 9%에서 2012년 18%, 2013년 29%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인 것은 다행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341명 중 140명(41%)으로 가장 많았고, 코스콤은 41명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한 명도 없었다.

최근 글로벌 경기불황이 가속화되며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인턴은 물론 신입사원의 채용규모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9월 ‘2014년 신규채용 계획’ 조사 결과(매출액 상위 300대 기업 중 206개 기업 응답), 올해 신규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줄일 것’이라는 응답은 32.0%에 달했다. ‘작년과 비슷하다’는 응답은 52.9%였고, ‘작년보다 증가한다’는 답변은 15.1%에 불과했다. 대기업의 흐름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는 중견·중소기업의 채용인원 감소세는 이보다 더 뚜렷하다.

지난 9월 26일 중소기업중앙회 계약직 직원 권모(25)씨가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계약해지를 당한 뒤 한달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는 2012년 8월 입사 뒤 2년 동안 7차례나 ‘계약기간 쪼개기’ 식의 계약과 해지를 반복한 끝에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났다. 고인의 유서에는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과 “24개월 꽉 채워 쓰고 버려졌다”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 권씨의 사례는 이 시대 취업을 앞둔 모든 젊은이들에게 결코 남의 일일 수 없다.

최상진 기자 sangjin8453@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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