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명 굶는데…억만장자 2배 증가

김은영 기자
입력일 2014-10-30 15:38 수정일 2014-10-30 19:14 발행일 2014-10-3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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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85명 총재산이 빈곤층 35억명과 같아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 "불평등 문제 대책필요"
국제 구호단체인 옥스팜은 29일(현지시간) 각국의 경기침체 속에서도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심화하는 부의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 대책을 촉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옥스팜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많은 국가들이 심각한 경기침체와 실업률 증가, 복지혜택 축소, 실질소득 하락 등을 경험한 2009년부터 올해까지 억만장자의 수는 오히려 793명에서 1645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고 부자 85명의 재산 총액도 지난 1년간 하루에 6억6800만 달러(7000억원)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옥스팜은 올 초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이들 부자 85명이 전 세계 빈곤층 인구 35억 명의 재산 총액과 맞먹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옥스팜은 이번 보고서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와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다투는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이 하루에 100만 달러씩 사용 해도 800억 달러의 재산을 모두 쓰는 데는 220년의 세월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어 억만장자들이 보유한 10억 달러 이상의 재산에 대해 1.5%의 부유세를 물릴 경우 연간 740억 달러를 조성할 수 있다면서 이는 전 세계 최빈국들의 모든 아동에게 교육과 의료 혜택을 부여하기에 충분한 액수라고 주장했다.

옥스팜은 불평등 심화의 원인으로 ‘시장만능주의’와 엘리트들의 정치 지배를 꼽고 불평등 심화 해소를 위한 정책적 대응을 촉구했다.

옥스팜은 구체적으로 탈세 단속, 보편적인 무상교육 및 의료투자, 2030년까지 극심한 빈곤 퇴치를 위한 세계적 합의, 소비와 소득에서 자본과 재산으로의 조세부담 전환, 빈곤층을 위한 안전망 보장, 여성에 대한 동일 임금 법안 및 정책, 최저 임금 보장 등을 촉구했다.

마크 골드링 옥스팜 최고경영자(CEO)는 “수 억명이 깨끗한 식수와 가족을 먹여 살릴 충분한 식량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지만 소수 계층은 여러 생애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불평등이야말로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문제들의 하나”라고 말했다.

골드링 CEO는 또 “극심한 불평등은 수 백만명이 더욱 나은 삶을 살 가능성을 박탈하고 범죄와 부패, 심지어 극심한 갈등을 조장하는 등 모두에 해롭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류층으로 흘러드는 부가 자동으로 모든 이들에게 이익을 줄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을 갖고 있다면 각국 정부들은 가책을 느껴야 할 것이며 빈곤층이 뒤처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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