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 땐 언제고, 이제와”…경주 자사고 설립 무산 위기 봉착

김장중 기자
입력일 2014-10-30 10:36 수정일 2014-10-30 10:36 발행일 2014-10-3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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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지켜만 보지는 않겠다” 경주시민 울분…“폭풍전야(暴風前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방폐장을 유치한 경북 경주에 자율형사립고를 설립키로 했다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다음달 초 자사고 설립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경주시민에게 공식 밝힐 예정이다.

경주지역은 이같은 한수원 계획에 반발하며 집단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주민들의 뜻을 모으고 있다.

30일 한수원에 따르면 자사고 학교법인을 설립키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한수원은 방폐장을 유치한 경주에 787억 원으로 7만 1000여㎡ 땅에 정원 360명 규모의 자사고를 설립키로 했다.

기재부 사업 승인을 거쳐 경북도교육청의 학교설립 인허가를 받고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한수원 계획에 제동을 걸면서 사업이 난관에 부딪혔다.

기재부는 자사고 설립이 한수원의 목적 외 사업이고 학생수 급감, 현 정부의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및 자사고 축소방침 등을 불가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수원은 1년 가까이 기재부와 협의를 했지만 이같은 반대 입장에 변화가 없자, 다음달 초 기재부의 반대 의견이 담긴 공문이 오면 이를 토대로 지역사회에 자사고 설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공식 설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수원의 자사고 설립 무산이 발표되면 지역사회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폭풍전야’에 빠졌다.

방폐장 유치를 조건으로 한수원이 건 인센티브 약속 사항으로 결국 시간만 끌다가 파기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2007년 11월 방폐장 착공식 때 대통령이 약속했고 이후 학교설립 및 지원에 관한 타당성 조사를 거쳐 2009년 8월에는 경주시장, 경주시의회 의장, 국회의원, 한수원 사장이 자사고 설립을 위한 협약까지 체결했었다.

이어 한수원은 자사고 설립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지난해 4월 이사회까지 통과한 상태다.

시민 한모(51)씨는 “자사고 설립이 안 된다면 이는 정부가 급할 때 약속했다가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약속을 저버리는 행태”라며 “이처럼 거짓말로 신뢰를 무너뜨리면 앞으로 누가 국책사업을 유치하겠느냐”고 말했다.

정수성 국회의원(새누리당·경북 경주)도 그동안 “한수원 자사고 건립이 무산된다면 경주시민과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정부와 한수원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해왔다.

경주=김장중 기자 kj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