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롤드컵] 기성세대들은 모르는 ‘이상한’ 세계, 축구장에 모인 4만명

조은애 기자
입력일 2014-10-19 21:29 수정일 2014-10-19 22:42 발행일 2014-10-1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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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서 2014 시즌 롤드컵 결승전
삼성화이트, 스코어 3:1로 로얄클럽 상대 '가뿐히'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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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시즌 롤드컵 결승전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 국내대표팀 삼성화이트 선수들의 모습. (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게임 산업 강국인 한국이 리그오브레전드(롤) 세계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의 전당에 다시 한 번 국내대표팀의 이름을 새겼다.

“살면서 게임을 축구 경기장에서 한다는 소리는 처음 듣네.”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모인 인파를 두고 한 택시 운전기사가 던진 말이다. 기성세대에게는 단순한 가벼운 놀이로만 여겨지는 게임은 이제 ‘심심풀이 땅콩용’이 아니다. 특히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는 연령과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전 세계에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19일 2014 시즌 롤드컵 결승전이 펼쳐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는 4만여명의 인파가 모여들어 e스포츠 역사상 최다 관객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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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시즌 롤드컵 결승전에 4만여명의 관객 인파가 자리를 가득 메웠다. (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국내대표팀 ‘삼성화이트’와 중국대표팀 ‘로얄클럽’ 간의 대망의 결승전이 19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삼성화이트는 폭풍 플레이를 선보이며 3:1 전적으로 승리해 2014 시즌 롤드컵 최종 우승자로 선정됐다.

‘상암4만대첩’이라 불릴 정도로 총 관객수는 4만여명에 달해 e스포츠 역사상 최다 관객을 기록했다. 이른 시각부터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로 금세 인파가 형성됐다. 경기장 밖에서는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진행되며 모여든 팬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제공했다. 각종 팬아트 전시회와 코스튬플레이, 롤드컵 스폰서의 이벤트 등이 진행됐다.

2014 시즌 롤드컵의 공식 테마송인 ‘워리어즈(Warriors)’를 부른 세계적인 록밴드 ‘이매진 드래곤스’는 오후 3시30분부터 오프닝 공연을 펼치며 오후 4시에 시작할 결승전에 앞서 관객 분위기를 충분히 고조시켰다.

1세트 경기, 두 팀은 초반 근접전을 펼치며 기싸움을 했지만 초반 4킬은 삼성화이트가 연속해서 가져갔다. 두 팀은 5대 5로 초반 러쉬를 강행했고 삼성화이트 최인규 선수가 자르반 4세로 선취점을 가져갔다.

삼성화이트는 빠르면서도 안정된 경기를 펼쳤다. 초반 승기를 가져간 삼성화이트는 기세를 놓지 않고 쉴 새 없이 로얄클럽을 압박했다. 20분경이 되어서야 로얄클럽은 1킬을 가져갔지만 2킬 이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삼성화이트는 실수 없이 로얄클럽 진영으로 밀고 들어가 24분 만에 1승을 따냈다.

2세트 경기는 ‘과감한 직구전’으로 표현할 수 있다. 두 팀 모두 전투에서 누구 하나 쉽게 물러서지 않고 돌격하는 게임플레이를 보여줬다. 하지만 전투 하나하나마다 삼성화이트는 성급하게 뛰어들지 않으면서도 완벽한 팀플레이를 선보여 가뿐히 2승을 거뒀다.

게임 진행 10분이 될 때까지 누구도 선취점을 가져가지 못한 상황, 필드 하단에서 두 팀은 돌직구를 던지며 1세트 경기에서의 맞붙는 양상을 다시 보여줬다. 서로 킬 수를 주고 받는 상황에서 결국 삼성화이트가 로얄클럽의 마지막 적까지 처치하며 초반 전투에서 또 승리했다.

삼성화이트의 완벽한 팀플레이가 다시 돋보인 경기였다. 로얄클럽 ‘콘’이 HP가 반절 정도 차 있는 상황에서 삼성화이트 ‘임프’는 때를 놓치지 않고 후퇴하는 콘을 단번에 잡는데 성공했다.

관객들의 폭풍 같은 우레를 받은 순간은 또 있었다. 삼성화이트 ‘폰’이 로얄클럽의 공격에 당해 HP가 바닥까지 떨어졌을 때 로얄클럽의 ‘인섹’이 마지막 한 타를 던지려던 순간, 뒤에서 따라 들어온 원병에 오히려 인섹이 잡히는 반전의 순간이 펼쳐졌다.

로얄클럽의 플레이는 흔들렸다. 로얄클럽 ‘우지’는 순간이동으로 위기를 피하려다가 삼성화이트의 ‘루퍼’에 걸려 죽고, 동시에 아래에선 임프가 인섹을 잡는 등 판 자체는 삼성화이트의 손아귀에 있었다.

경기 진행 25분경 로얄클럽은 본진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고 삼성화이트는 단번에 로얄클럽 본진에 진출해 폭풍 플레이를 선보이며 넥서스 바로 앞까지 진출했다. 삼성화이트는 로얄클럽과의 전투와 포탑 공격으로 HP가 낮은 상태에서도 부활한 로얄클럽 챔피언을 잡아내기도 했다. 골드도 2만 이상 삼성화이트가 앞서가 승부는 완벽히 삼성화이트에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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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트 경기마저도 잘 풀리지 않자 로얄클럽의 ‘우지’ 선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결승전이 이렇게 쉽게 끝나버릴 것인가라는 기대 반 걱정 반의 관객 분위기 속에서 로얄클럽은 3세트 경기에서 본 궤도를 되찾았다. 선취점은 삼성화이트 임프가 가져갔지만 중후반에 돋보인 선수는 단연 로얄클럽의 ‘우지’였다. 로얄클럽은 선취점을 뺏겼지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플레이 했다. 29분경 두 팀은 다시 5대 5로 맞붙었고 여기서 로얄클럽은 두 번의 더블킬을 선사했다. 킬 수는 로얄클럽 대 삼성화이트가 9대 6의 상황이었다.

우지는 맵 전체를 말 그대로 휩쓸고 다녔다. 삼성화이트의 포탑과 억제기를 부수는 것은 물론 삼성화이트 본진에 진출해 더블킬을 수차례 선보이며 로얄클럽의 에이스임을 당당히 증명했다. 로얄클럽은 마지막 본진 진출에서 더블킬과 트리플킬을 동시에 터트리며 삼성화이트의 마지막 적을 파괴해 35분경 1승을 거두며 삼성화이트의 3연승에 제동을 걸었다.

4세트 경기는 어느 팀에게도 편한 전투는 아니었다. 로얄클럽은 여기서 패하면 작년 롤드컵 때처럼 준우승에 머물게 된다. 삼성화이트는 로얄클럽보다 그나마 상황은 낫지만 여기에서 1승을 또 내주면 5세트 경기까지 진행을 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화이트는 22분 만에 승리하며 2014 시즌 롤드컵의 우승컵을 거머줬다.

쉬운 경기가 아닌 만큼 초반에 빠른 러쉬는 없었다. 로얄클럽은 삼성화이트의 루퍼와 임프를 동시에 잡으면서 선취점을 가져갔다. 하지만 초반 경기는 킬 스코어 3:3으로 로얄클럽이 쉽게 승기를 가져가진 못했다.

중간에 펼쳐진 5대 5 전투에서 삼성화이트는 더블킬을 두 번 선사하고 혼자 남은 로얄클럽 ‘제로’가 도망가는 것을 놓치지 않는 데 성공해 로얄클럽 챔피언을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승기를 잡은 삼성화이트는 20분경 삼성화이트와 로얄클럽의 킬 스코어는 15:4로 이미 승부는 정해졌다. 삼성화이트가 로얄클럽 본진에 들어가 넥서스를 파괴하는 데는 2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삼성화이트가 우승컵을 손에 쥐는 순간이었다.

한편 삼성화이트 선수들은 이어진 기자 인터뷰에서 “우승을 했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많은 국내 프로게이머들이 해외로 진출하는데 이는 국내 e스포츠에 대한 대우가 좋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며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하는 측면에서 시스템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조은애 기자 sincerely.ch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