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高위험 低수익, 외국인들 머물 이유가 없다

김지호 기자
입력일 2014-10-19 09:33 수정일 2014-10-20 16:57 발행일 2014-10-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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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 한국 증시는 현금인출기(ATM) 취급을 당한지 오래다. 글로벌 악재가 도지면 가장 먼저 자금을 빼가는 곳이 바로 한국시장이다. 그만큼 환전이 용이하고 자금을 넣고 빼기 쉬운 시장이라는 것. 정부가 지난 19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외자유치 차원에서 자본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면서 사실상 외국인 자금의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근거는 없다.

 

문제는 한국 경제와 증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투자로 들어와 수익만 취하고 빠져나가는 ‘핫머니’가 외국인 자금의 대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만큼 한국 증시는 장기 투자할 이유가 없는 시장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총 20억 달러가량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같은 기간 대만(-10억5900만 달러), 필리핀(-2억9100만 달러), 태국(-1억6000만 달러), 인도네시아(-4억1800만 달러) 등 다른 주요 신흥국보다 자금 유출 규모가 컸다.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크다 보니 당연히 증시 출렁임도 컸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17일까지 6.21%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의 대만 -5.00%, 필리핀 -3.61%, 태국 -3.60%, 인도네시아 -2.20%에 비해 높은 하락률이다. 이처럼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낮은 배당수익률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리의 경쟁국가로 볼 수 있는 대만 증시의 배당수익률은 3% 수준으로 한국 증시의 1%보다 3배가량 높다”며 “한국 증시는 9배 정도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나타내고 있지만 대만 증시는 PER 14배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PER은 주가를 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주가가 높아질수록 그 값이 높아진다. 주가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이 많이 쏠려있다는 의미다. 낮은 배당수익률로 주주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서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신뢰를 잃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MSCI 코리아 기준 한국 증시의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1.33%로 주요 45개국 중 가장 낮았다. 45개국 평균 배당수익률은 3.59%였다. 태국(4.00%)·영국(3.97%)·중국(3.85%)·대만(3.45%)·독일(2.98%)·미국(2.11%)·일본(2.07%) 등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이 2~4%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배당수익률이 낮으면 주식투자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시세차익뿐이다. 그런데 기업 실적이 둔화되면서 한국시장에는 더 이상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여기에 달러강세까지 겹치면서 투자해봤자 환차손만 우려되는 한국시장에서 외국인이 머물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배당수익률이 높아질수록 한국 증시가 상승한다는 것은 ‘최경환 경제팀’이 내세운 배당확대 정책에 올 여름 코스피지수가 상승했던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배당확대를 포함한 경기활성화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되면서 실망한 외국인은 우리나라 증시를 떠나고 있다. 또 현대자동차그룹의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고가 낙찰 소식은 외국인 주주에게 한국이 믿을 수 없는 시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렇다고 한국 기업이 이익을 못 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 6월 말 현재 삼성과 현대차를 비롯한 10대 그룹의 이익잉여금 총액은 395조5000억원으로 2015년 국가예산인 376조원을 넘어섰다.많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 수출 종목에 자금이 쏠려 있다는 것도 한국 증시의 약점이다. 대형 수출주를 대체할 내수주가 없다는 점은 국내 증시를 외부 충격에 더욱 취약한 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김용구 연구원은 “대만은 서비스업종 등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높아 글로벌 경기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측면이 있다”며 “외국인에 한국 증시는 환율변수, 지정학적 리스크에다 글로벌 경기까지 고려해야 하는 쉽지 않은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호 기자 better50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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