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분할로 '황제주' 문턱 낮춰라

김지호 기자
입력일 2014-10-21 16:03 수정일 2014-10-21 16:23 발행일 2014-10-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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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 기초체력을 강화하자] ③ 개인투자자 자금유입 확대하자
소액 개인투자자 低위험 高배당 우량주 투자 원해

“와~ 이 기업 주식 하나 사려면 한달 월급을 다 털어넣어도 어렵네.”

지난 8월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주당 200만원을 넘어서자 한 중소기업 신입사원의 말이다. 개인투자자가 안정적이고 고배당을 주는 고가의 이른바 ‘황제주’에 투자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이에 적극적인 액면분할을 통해 개인투자자를 증시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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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이 우량주에 투자를 원하지만 높은 주가에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지난 13일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한국거래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고가 우량주는 높은 가격으로 인해 소액 개인투자자 거래비중이 낮고 기관·외국인 거래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액면분할을 통해 진입장벽을 낮춰 유동성을 증대시키고 우량주 투자를 통한 자산증식 기회를 개인투자자에게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가의 주식은 개인투자자의 투자를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개인투자자에 돌아가는 배당금도 줄이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종목 전체 배당액 11조6232억원 가운데 4조3572억원을 고가 대형주 지분의 40~60%를 보유한 외국인이 챙겼다”며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의 혜택을 개인투자자들도 누릴 수 있도록 하려면 우량 대형주의 액면분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애플의 시가총액은 약 6000억 달러(약 636조원)로 160조원인 삼성전자 시총의 4배 수준이지만 주가는 100달러(약 10만원)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많이 떨어졌음에도 110만원을 웃돌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애플은 그간 4회의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를 낮췄다. 액면분할로 주가가 낮아지면 개인투자자의 투자가 수월해지고 거래량은 늘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액면가 5000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코스닥시장의 2.8%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개인 거래비중은 코스닥이 87.5%인 데 반해, 유가증권시장은 43.1%에 불과했다. 또 액면가 5000원 기준으로 주가가 50만원 이상인 삼성전자, 네이버 등 31개사 중 액면가가 500원인 종목의 개인 거래비중이 36.4%인 반면 5000원인 종목의 개인 비중은 26.4%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업들은 주가 수준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다 주주의 권리를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액면분할을 꺼리고 있다. 거래소는 기업의 액면분할을 활성화하기 위해 액면가 5000원 기준 환산주가 순위를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것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기업에 액면분할을 강제할 수단은 없는 상태다.

주식시장을 둘러싼 각종 규제도 개인투자자에 대한 진입장벽 중 하나다. 지난 2011년 거래량 기준 세계 1위였던 거래소 파생상품시장은 코스피200 옵션 승수 5배 인상 등 몇몇 규제 이후 지난해 9위로 추락했다. 파생상품시장이 위축되면서 현물시장도 함께 얼어붙었다.2011년 7조원에 육박했던 코스피시장에서의 거래대금은 최근 늘었다고는 하지만 4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저평가된 현물을 사고 선물을 팔거나 현물을 팔고 저평가된 선물을 사는 차익거래가 급감해서다. 차익거래는 현물과 선물 간 가격차이를 통해 수익을 낸다. 고평가된 현물을 팔기 때문에 현물시장의 리스크를 줄여줄 뿐 아니라 꾸준한 거래량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간 정치권에서 파생상품 거래세나 양도세의 신규 부과를 추진해온 것도 파생상품시장 위축의 원인이 됐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중 유동자금이 주식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파생상품 과세를 논의하는 등 아직도 주식시장을 투기적으로 보고 있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고 저금리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안정적으로 노후자금을 준비할 수 있는 투자대안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better502@viva100.com

한국증시, 기초체력을 강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