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큰 손' 연기금 주식투자 비중 높여라

조민영 기자
입력일 2014-10-22 16:36 수정일 2014-10-23 08:50 발행일 2014-10-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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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 기초체력을 강화하자] ④ 연기금, '백기사' 역할 제대로 하고 있나·끝<BR>해외연금전문가 "한국 주식시장 안정적 역할 위해 공젹적 투자 필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자본시장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지난 21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주최한 한 심포지엄에서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밝힌 내용이다. 고령화·저성장 시대를 맞아 연금자산의 수익률이 떨어지며 자금 고갈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에 주식투자를 늘려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적극적인 투자로 증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렌스 D. 핑크 블랙록 CEO는 “대다수 연기금이 주식 투자 비중을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면서 “초저금리 환경에서 연기금이 주식 보유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흔히 ‘연못 속의 고래’로 지칭되듯 국내 연기금의 근본적인 문제는 기금의 거대성에 비해 주식투자 비중이 20%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연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해외 연기금에 비해 채권 위주의 안정자산에 쏠려있다. 지난해 연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국내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56.1%에 달했다. 해외 채권(4.3%)까지 합치면 채권 비중이 60%를 넘는다. 2010년 70.7%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낮아졌지만 여전히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주식은 국내(19.7%)와 해외(10.4%)를 합쳐 30.1%다. 2010년 23.2%에 비해 7%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국내 투자 비중도 80.7%에 달한다. 최근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과 대체,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이는 해외 연기금들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과 가장 성격이 겹치는 캐나다 국민연금(CPPIB)과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의 경우 주식투자 비중이 60%를 넘는다.

세계 최대 일본공적연금(GPIF)을 자랑하는 일본의 경우 130조엔(약 1283조원)의 자금을 두배로 늘려 주식투자 비중을 기존 12%에서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한 현지 언론의 보도가 지난 18일 나오기도 했다. 전세계적으로 고령화·저성장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 경기와 주식시장을 부양하고 연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해외 대형 연금들은 기금이 증가할 때는 공격적으로 운용하고 기금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채권 중심으로 재편한다. 이 같은 운용 패턴으로 보자면 국내 연기금은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주식투자의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다.

에드워드 화이트하우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회정책부 연금정책본부장은 “한국 연기금의 경우 주식 투자 비중이 25% 미만으로 알고 있는데 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라며 “연기금이 주식시장에 안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중장기 계획에 나와 있기 때문에 2019년 말까지 투자할 수 있는 비중이 정해져 있다”며 “채권은 60% 미만, 국내 주식은 20% 이상으로 이런 조건에 맞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기금의 자산은 약 450조원으로 거대 기금인 만큼 그에 맞는 책임과 수익성, 안정성을 다 놓치지 않는 전략을 고민할 시점이다.

조민영 기자 mine8989@viva100.com

한국증시, 기초체력을 강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