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3단 악재' 넘고 '성장 트랙'으로 진입 중

안정주 기자
입력일 2014-10-05 11:44 수정일 2014-10-05 19:16 발행일 2014-10-06 2면
인쇄아이콘
임금협상 타결, 원화강세 진정세
한전부지 논란에 시장과 소통 강화
대규모 리콜 발표한 현대·기아차<YONHAP NO-1635>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가 올 들어 계속된 파업과 원화강세, 한전부지 고가 매입 등 경영환경 악화에서 벗어나 성장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4분기(10~12월) 실적 반등 모멘텀을 잡았다. 한전 용지 인수와 11월 신차(아슬란) 출시 등을 앞두고 회사 내부에서도 “실적 부진을 털고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불과 최근까지도 현대·기아차는 이들 3대 악재로 어려운 경영환경 속 이른바 ‘내우외환’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현대차의 올해 임금협상안이 찬반 투표에서 가결됐고,올 상반기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던 원ㆍ달러 환율 하락(원화값 상승)으로 악재가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2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이경훈 노조위원장 등 노사 교섭대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하고 합의안에 조인했다.

노사는 지난 6월 3일 상견례를 시작한 지 119일 만인 지난달 29일 23차 교섭에서 합의안을 마련했었다.

합의안을 보면 노사는 최대 쟁점이던 ‘통상임금 확대 문제’와 관련해 법적 소송 결과에 따르되 노사 자율로 논의키로 했다.

또 임금 9만8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300%+500만원, 품질목표 달성 격려금 150%, 사업목표 달성 장려금 370만원 지급,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만 60세 정년 보장 등에 합의했다.

노조의 해고자 2명 복직 요구는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손해배상 소송 및 가압류 철회 요구와 관련해서는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노사 마찰 해소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 최대 이슈였던 통상임금과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법원의 판결 결과를 따르기로 합의했고 이와는 별도로 선진임금체계 도입을 위한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아울러 통상임금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인 복잡한 수당체계를 중장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던 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제동이 걸린 점도 4분기 이후 영업실적에 긍정적인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줄곧 달러화 대비 강세를 유지하던 원화값은 지난 9월 중순 이후 뚜렷하게 약세 기조로 돌아섰고 원ㆍ달러 환율은 5개월만에 달러당 1050원을 돌파했다.

현대차의 2014년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각각 1.9%와 13.3% 하락했는데 실적 부진의 상당 부분이 바로 원화값 강세 때문이었다. 현대차는 달러화 대비 원화값이 10원만 상승해도 연간 1200억원, 기아차는 800억원의 손실이 각각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의 원화값 약세 전환이 엔저 효과를 앞세운 일본차의 마케팅 공세와 이에 따른 현대차의 실적 부진을 얼마나 상쇄시켜 줄지 주목된다.

여기에 앞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 달 22일 22차 임협을 재개했지만 20여분 만에 끝낸바 있다. 이날 협상이 불발된 것은 현대차의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부지 인수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던 노사 간 대립이 ‘한전부지 매입’이라는 복병을 만나 타결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진 것이다.

지난 달 18일 한전부지 인수자로 현대차가 선정되자 노조는 다음날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통상 임금 확대 방안을 두고는 사측이 비용 문제를 이유로 반대하더니 한전 부지 입찰에는 10조원이 넘는 큰 금액을 내놓은 것은 상식 밖”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렇듯 한전부지 고가매입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현대차는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감정가의 3배가 넘는 입찰가에 국내외에서 주주 이익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현대차는 지난 2일 재빨리 설명회를 열어 진화에 나섰다. 한전 부지 문제로 불거진 우려와 불신을 없애려고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설명회에서 입찰가를 시장 예상치의 3배로 제시한 이유와 부지 개발 전망 등을 설명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올해 잠정 임금협상안이 찬반 투표에서 가결됐고, 달러원 환율도 지난 6개월래 처음으로 1060원을 돌파하는 등 환율이 올라가고 있다”며 “한전부지 매입에 따른 후폭풍도 현대와 기아가 시장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진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정주 기자 gwyneth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