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된 다음카카오…덩치로 속도도 잡을까

지봉철 기자
입력일 2014-10-01 10:04 수정일 2014-10-01 19:21 발행일 2014-10-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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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과 카카오의 합병법인 다음카카오가 1일 오전 미디어간담회를 열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합병하는 형태로, 카카오는 이날부로 서류상 사라지는 회사가 된다. 

양사의 합병은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사상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만큼 네이버가 주도해 온 국내 인터넷 기업 판도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다음의 시가총액은 약 2조1000억원.

여기에 카카오의 현재 기업가치를 더하면 다음카카오의 시가총액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약 5조원)의 2배 규모로, 다음카카오는 상장 즉시 일약 코스닥 대표 기업이 된다.

업계에서는 각각 인터넷 포털과 모바일 메신저 업계에서 신화를 써내려간 두 업체가 시너지를 내면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네이버와 패권을 다툴 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검색 및 해외 메신저 시장에선 네이버가 압도적으로 우위이고, 국내 메신저 시장은 카카오가 장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때 국내 포털 1위로 군림했으나 네이버에 밀려 2위로 전락한 다음은 카카오와의 합병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다음은 전 세계 1억5000만 가입자를 거느린 카카오 이용자층을 바탕으로 검색 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으며 카카오 역시 금융·결제·뉴스 서비스 등에 진출하며 ‘생활 정보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다음카카오와 네이버의 경쟁은 다음카카오의 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자존심’과 직결돼 있다. 둘은 동년배로 서울대를 나왔고, 삼성SDS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네이버의 전신인 NHN에서 한솥밥을 먹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결국 검색과 뉴스 서비스를 둘러싼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다음카카오가 모바일을 기반으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네이버가 독주하고 있는 현재 인터넷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카카오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들도 적지 않다. 카카오가 다음과 합쳐 경쟁력을 강화하더라도 ‘국내용’의 한계를 벗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IT업체들이 분사를 결정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다음과 카카오가 오히려 몸집을 키우려는 것도 이들의 결합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 중 하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서비스는 시장상황에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데 덩치가 커질 경우 이런 부분에서 합병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며 “향후 어떤 시너지를 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조직이 공룡화되는 것은 되레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카카오의 새 보금자리는 판교로 결정됐다.

다음의 제주도 본사 인원을 제외한 카카오와 한남동 다음 근무 인원 등 2700여 명이 근무할 건물도 곧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봉철 기자 eisenpo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