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훌쩍… 파업손실 눈덩이

지봉철 기자
입력일 2014-09-29 14:14 수정일 2014-09-29 19:34 발행일 2014-09-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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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지난 24일 오전 울산 본사 해양사업부 출입문에서 출근하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힘을 모아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연합)

환율 등 경영환경 악화로 국내 주요기업들의 지난 3분기 실적에 대한 비관론이 나오는 가운데 노사 문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 확산에다 현대중공업의 파업 예고 등 노사관계가 강경국면으로 치달으면서 피해규모가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것. 특히 환율 리스크와 내수침체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노조의 부분파업이 계속될 경우 올해도 조 단위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 기업 피해
(자료:현대차그룹)
구분 파업기간 생산차질대수 피해금액
현대차 8월22일~9월26일 4만1000대 9000억원
기아차 8월22일~9월26일 1만대 1600억원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생산차질에 따른 현대기아차의 매출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시작한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26일까지 총 4만1000대, 금액으로 환산하면 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차 역시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이달 24일과 26일 부분파업 및 특근·잔업 거부 등으로 총 1만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두 회사 피해금액을 합하면 무려 1조원이 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2012~2014년 3년 연속 파업 피해금액이 1조원을 넘기게 됐다. 현대기아차는 노조 파업으로 인해 2012년에는 13만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1조7000억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지난해에는 5만191대 생산이 지연돼 1조225억원의 매출액 손실을 봤다.

실제 노조파업에 따른 현대기아차의 실적 감소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4만8143대, 해외 30만9555대 등 전년 동월(38만285대) 대비 5.9% 줄어든 35만7698대를 판매했다.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 만에 5만대를 밑돌았다. 같은 달 기아차도 국내에서 3만6003대, 해외 18만1435대 등 총 21만7438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3.0% 줄었다.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8월(3만9000대)보다 7.7% 급감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부분파업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했다”며 “파업이 계속 이어질 경우 더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최근 4분기 실적
구분 영업이익
2013년 3분기 2220억원
2013년 4분기 -870억원
2014년 1분기 -1880억원
2014년 2분기 -1조1030억원

19년 무분규파업 전통을 깨고 20년만의 파업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현대중공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해양플랜트 덤핑수주와 공기지연으로 상반기에만 1조292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3분기 22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4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주가도 지난 2분기 어닝쇼크 이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2011년 4월 15일 55만4000원까지 치솟으며 대표적 우량주로 손꼽혔던 현대중공업 주가는 지난 8월 29일 13만3000원까지 추락한 상황. 지난 주 26일 종가도 13만9000원으로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분기마다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세계 최대 조선회사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까지 한다면 하루 100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과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 매일 약 1030억원의 매출 손실과 160억원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해 어려운 회사 경영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19년 노사 무분규를 바탕으로 쌓은 고객 신뢰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 영업 차질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당초 26일까지로 예정됐던 투표 마감시한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한 상태다. 전체 재적 조합원의 절반(9000여명) 이상 찬성으로 찬반 투표가 가결될 경우,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파업 수위와 일정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지봉철 기자 eisenpo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