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승 기자

생활경제부 기자

press512@viva100.com

[人더컬처] 악마도 괴물도 송강처럼!

시즌1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넷플릭스는 ‘스위트홈’의 시즌2와 시즌3 동시 제작을 발표했다. 시즌3는 괴물화를 끝내고 ‘신인류’의 시작을 맞이하게 된 세상에서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에서 기로에 놓인 이들의 사투를 그려낼 예정이다.(사진제공=넷플릭스)요즘 배우 송강에게 ‘대세’라는 표현은 너무도 찰떡이다. 공개하자마자 넷플릭스 상위권에 오른 ‘스위트홈2’과 SBS 금토드라마 ‘마이 데몬’이 동시에 전세계와 국내의 안방을 달구고 있기 때문이다. 욕망이 괴물이 되는 세상을 배경으로 특수 감염자로서의 사투를 벌이는 전작은 지난 2020년 공개된 이후 무려 3년 만에 돌아온 시즌 2다. 라이징 스타였던 시간을 굳건히 견딘 그는 곧 맞이할 군백기(군 입대+공백기)에도 시즌 3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할 예정이다. 시즌1에서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차현수 역을 맡은 그는 욕망 때문에 끔찍한 괴물로 변한 사람들의 공격에서 끝까지 살아남는다. ‘K-크리처’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는 시즌 2에서 특수감염인의 외로운 삶을 택한 주인공의 선택으로 더욱 거침없이 나아간다. 시즌 1에 캐스팅 된 후 꼼꼼히 적어내려갔던 캐릭터 일지를 다시 꺼낸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평소 몸무게에서 10kg을 증량해 찍은 ‘스위트홈’에서 송강이 보여주는 액션은 유독 세련되고 날렵하다. (사진제공=넷플릭스)“당시의 공기나 기억, 몰입했던 순간들이 그걸 다시 읽으며 되살아나더라고요. 큰 도움을 받았죠. 성인이 되기 직전의 모습은 최대한 배제하고 외로운 싸움을 견디는 모습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모든 감정을 누르고 담백한 감정연기에 집중했어요.”이번 캐릭터에 대해 송강은 ‘성숙’이란 단어로 시즌2를 정의했다. 그간 드라마 ‘나빌레라’, ‘알고있지만,’, ‘기상청 사람들:사내연애 잔혹사편’을 찍으며 다양한 연기 경험을 한 것도 ‘스위트홈’의 시즌제 촬영에 한 몫했다.“연기는 여전히 어려운 대상이지만 지난 3년간 여러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의 책임감과 무게감을 더 알게 된게 가장 큰 발전 같아요. 그 전에는 내가 맡은 것만 하기에 바빴다면 이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는거죠. 모두가 좋은 선배님들과 작업한 덕분입니다.“연기를 한다는 것. 송강은 “관찰을 잘 해야하는 직업”이라고 단언하면서도 “혼자서는 절대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설명을 하는 모습이었다. 시즌1을 찍었을 때는 한 마디로 정의내리지 못했던 현수의 성격을 알게 된 것도 연기하는 재미를 더했다.확장된 세계관을 새롭게 선보이는 시즌 2의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이타적이고 희생정신이 강한 아이죠. 그걸 알고 연기하니 액션이 너무 재미있는거예요. 기회가 되면 제대로 된 액션에 도전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감독님이 화면을 보고선 ‘괴물보다 더 세보인다’고 할 정도로 공을 들였거든요. 칭찬 덕분인지 요즘은 몸을 불리는 재미에 푹 빠져있어요.”실제 송강은 소소한 행복을 찾고 장난을 잘 치는 성격이라 ‘스위트 홈’을 찍으며 현타가 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말수도 적고 외로운 캐릭터라 실제로도 일부러 그렇게 일상을 만들며 집중을 유지해야했다. “거의 1년 반 정도를 그렇게 살았더니 괴롭더라. 현장에서도 사적인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다. 말을 안해도 통하는 느낌이라 다들 배려해 주더라”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시즌2의 말미, 백신 연구 실험체가 된 현수는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채 괴물과 대면한다. 뒤태가 모두 노출되는 신에 대해서는“스스로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웃으면서 “물론 노출은 민감하지만 합의된 촬영이다. 한번에 오케이를 받았고 많이 당당해졌다. 이걸 찍고 나서 부끄러움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로맨스, 크리처, 휴먼 장르 등 끊임없는 도전들로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있는 그는 “모험을 즐기는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송강은 몸을 쓰는 연기에 대한 고충도 토로했다. 잠을 못 잘 정도로 힘들지만 그런 고민이 연기를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함을 알기에 기꺼이 견딘다고 했다. 지금도 ‘나빌레라’속 발레 안무를 못 외워 망신을 당하는 악몽을 꾸고, 촬영 전날이면 생각이 너무 많아 괴롭다고 했다.“막상 카메라 앞에 서면 마음이 편안해요. 나를 갉아먹는게 있다면 그걸 어떻게 극복할까를 고민하는 성격인데 되돌아보면 그런 생각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더라고요. 군대도 잊혀질꺼란 두려움보다는 얼마나 알찬 시간이 될까, 많은 자아성찰을 할 수 있겠다란 기대감이 큽니다. 다행히 내년에 시즌 3도 공개되니까 걱정은 고이 접어뒀어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14 16:24 이희승 기자

[비바100] 내 안에 있는 진정한 나! ‘MBTI vs 사주’

MBTI 전문가 이병훈, 김재형, 최영임, 김명준, 박보민과 사주명리학 전문가 도화도르, 초명, 정동찬, 소림, 현묘 등이 약 6개월에 걸쳐 참가자들의 MBTI와 사주팔자를 분석했다.(사진제공=티빙)한국인의 ‘MBTI’검색률은 세계 1위다. 서울 삼청동에는 해외 관광객들에게 필수 코스로 꼽히는 MBTI별 맥주펍이 생겼을 정도다. 각종 맘카페를 비롯해 SNS에는 “우울해서 빵을 샀다”는 테스트가 한창 유행했다. 상대방이 “왜 우울해?”라고 묻는다면 감성적인 F, “그래서 무슨 빵을 샀냐?”라고 한다면 직관적인 T라는 것. 태도 유형, 인식 기능, 판단 기능, 외향성, 내향성, 감각형, 직관형, 사고형, 감정형, 판단형, 인식형으로 구분되는 심리 유형론인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Carl 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된 방식이다.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MBTI vs 사주’의 한 장면.(사진제공=티빙)개인마다 태도와 인식, 판단 기능에서 각자 선호하는 방식의 차이를 나타내는 4가지 선호 지표로 구성돼 있는데 이 지점이 흥미롭다. 과거 혈액형으로 구분되던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성격 좋다는 일종의 맹신이 AI시대를 거치며 꽤 그럴싸한 하나의 학문으로 재정비된 모양새다.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외향-내향(E-I) 지표, 정보 수집을 포함한 인식의 기능을 나타내는 감각-직관(S-N) 지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사고-감정(T-F) 지표, 인식 기능과 판단 기능이 실생활에서 드러난 생활 양식을 보여 주는 판단-인식(J-P) 지표가 조합된 양식을 통해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자신이 직접 꾸민 종이 봉투를 쓴 채 실험에 참가하고 있다.(사진제공=티빙)티빙에서 올초 공개된 2부작 웹 다큐멘터리 ‘MBTI vs 사주’는 여기에 천년의 역사를 지닌 명리학까지 더했다. 사주는 사람이 태어난 순간의 시간을 간지로 표기한 것으로 동양의 운명학이라 불린다. 천체운동을 기준으로 시간의 주기(하루, 한 달, 일 년 등)를 구분했으므로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국내 사주명리학의 권위자인 김동완 동국대 평생교육원 겸임교수는 “타고난 운명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삶이 어떻게 변해 갈지 예측하는 학문”으로 정의하고 있다.이 작품은 ‘나’를 설명하기 더 적합한 도구가 무엇일지 알아보는 관찰 실험을 보여주며 150명의 대규모 일반인 참가자들의 모습을 비춘다.전국에서 몰린 MZ들의 고민은 다양하다. 연애와 돈 그리고 성격과 앞으로의 미래까지 자신의 타고난 운과 MBTI의 상관관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 실험에 참가했다. 본격적인 실험인지도 모른 채 시작된 촬영은 제작진이 사운드 테스트를 하겠다며 튼 빠른 음악으로 시작된다. 단순한 마이크 확인인 줄 알고 긴장을 푼 생면부지의 사람들 중에서 갑자기 리듬을 타는 한 여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사전 인터뷰를 통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주와 심리유형에서 가장 먼저 춤을 줄 참자가”라고 점찍었던 사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소름을 돋게 한다. 정확한 나이와 직업을 모른채 MBTI와 사주만으로 정의한 이들의 데이터는 참가자들이 절대 알아챌 수 없는 성격 실험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가장 눈물이 많고 공감을 잘 하는 사람들과 특유의 승부 근성을 타고난 부류가 정확히 구분된다. 이들은 각자의 종이봉투를 쓰고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MBTI 궁합표 대로 소개팅을 하기도 한다. 한 참가자는 대 놓고 “지금까지 손절한 사람 모두가 나랑 상극인 MBTI에 속해있더라”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이후 사주궁합으로 최고의 조건과 2차 미팅을 갖는다. 추적조사도 거침없다. 한달 후 연인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커플까지 공개해 자신의 MBTI와 사주에 입각한 천차만별 행동 표출이 재미를 더한다.명리학의 핵심기초중 하나는 ‘우주와 인간은 하나’라는 개념이다.(사진제공=티빙)이들은 모두 “연애가 가장 어렵다”고 토로한다. “행복의 조건은 돈”이라고 대놓고 말하는가 하면 몇 몇 사람들은 “그럼에도 성격에 맞는 직업을 갖는 것”“만족하는 삶”이 인생의 목표라고 밝힌다. 반복되는 커플 매칭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것은 아쉽지만 2부에서는 이런 단점을 가뿐하게 덮는다. 실험이 진행되는 6시간 동안 상대방에게 먼저 말을 건 사람이 5명 이상, 그 중 인스타그램을 맞팔로워하고 이미 연락처까지 교환한 ‘인싸’가 누구인지, 길거리 붕어빵 할머니의 부탁에 잠시 가게를 맡은 것도 모자라 짧은 시간 서브 메뉴인 어묵까지 끼워 팔며 사주에 있는 재물복을 증명한 참가자 등 다양한 실험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반응한다고?’가 절로 나오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MBTI vs 사주’에 있다.(사진제공=티빙)영혼을 끌어 집을 마련하고 가상화폐가 익숙한 세대들 답게 횡재수가 남다른 참가자들이 복권을 사면 어떻게 될지를 실험에 넣은 출연진들이야 말로 공룡 OTT 넷플릭스가 탐낼만한 인재들이다. 거기에 출연료 한방에 몰아주기를 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은 그 어떤 반전 드라마보다 흥미롭다. 사실 MBTI와 사주의 요소에 따라 선택한 결과물이 한 사람의 인생을 정의하진 못할 것이다.‘MBTI vs 사주’는 섣부른 라벨링으로 나다움을 버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타고난 시간이 말해주는 천년의 학문 또한 성향에 의해 바뀔 수 있음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각자에 대한 정답은 이미 내 안에 있을지 모른다는 메시지와 함께 마무리되는 엔딩은 유독 코끝이 시큰하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13 18:30 이희승 기자

[人더컬처] "행복도 연습해야 한대요!" 배우 이상희의 연기를 보며 느끼는 감동!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고참 간호사인 ‘차지 쌤’ 박수연을 연기한 배우 이상희. (사진제공=눈컴퍼니)삭막한 현대인의 삶을 위로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넥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연일 화제다. 공개하자마자 1위를 하고, 공개 한달이 넘어서도 길고 진득한 인기를 발휘(?) 중이다. 극중 고참 간호사이자 워킹맘으로 활약한 배우 이상희를 만나러 가는 길. 직접 마주앉은 테이블에는 조금전 손수 깎아 접시에 담았다는 사과 한 접시가 놓여있었다. 2010년 데뷔 이후 스스로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고 소개했던 그에게 “영광이다”고 말하자 “선배님을 직접 뵈면 너무 송구스러울것 같지만 그렇다고 후회하지 않는다. 그만큼 부끄럽지 않게 연기할것”이라며 수줍게 웃어보였다.작품 속에서 이상희가 보여준 워킹맘의 모습은 유독 사실적이다. 자신보다 먼저 수간호감이라고 불리는 후배에게 치이고, 아이를 봐주는 친정엄마에게는 늘 죄인이다. 고마운 마음과 별개로 “돈은 내가 주는데 왜 동생네에 가냐? ”앞으로 아예 오지마“라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교대로 육아를 하기로 한 남편이 갑자기 출근을 하고, 같은 유치원 엄마에게 아픈 아이를 맡기며 연신 머리를 조아린다. 수습은 늘 간호사의 몫인걸 알면서도 내지르는 병아리 의사의 밉상도 꼴보기 싫지만 참아야 한다.간호전공자로서 이상희의 눈은 유독 예리했다. 그는 “박보영씨가 연기한 캐릭터처럼 일은 서툴지만 마음은 굉장히 예쁜 간호사들이 끝까지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다”면서 “어딘가에 있을거란 마음을 갖고 현장에 갔다”며 남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바쁘지만 야무지게, 좋아하는 일에 기꺼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그런 수연이의 모습을 보며 병실에 입원한 주영(김여진)은 그제서야 “너무 애쓰지 말라”고 말한다. “네가 시들어가는 것도 모를거야. 노란불이 깜박여도 아이의 행복이 우선일 꺼야. 그런데 네가 안 행복한데 누가 행복하겠어?”라는 독백은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금 어딘가에서 외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을 워킹맘 뿐만이 아니라 성별과 상황, 나이를 떠나 연기를 하는 배우들까지 눈물바다를 이룰 정도로 ‘강력한 한방’을 남겼다.“이렇게까지 누군가에게 따듯하게 다가올 작품일지는 몰랐어요. 대본을 덮고나서는 이런 이야기가 너무 필요하고 꼭 여기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너무 컸다는 것만은 확실해요. 일단 (김)여진 선배가 진심을 다해서 그 인물로 현장에 오셔서 방구석 1열로 그 연기를 보는데 ‘정말 복 받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들끼리 촬영 전에 정신건강학과에 관한 진단명과 기본 의학 상식을 요약한 백과사전 두께의 책을 받았죠. 저는 관련 서적을 따로 사서 읽고 서로 단톡방에 공유하기도 했습니다.”이상희는 “ 병은 낫기도 하고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처럼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작품에 나온 정신질환도 사회가 이 사람들을 안아주지는 못하더라도 같이 살 수는 있어야하지 않을까”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사진제공=눈컴퍼니)실제 간호사 출신인 이상희에게 병원을 배경으로 한 연기는 어색할리 없을텐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달랐다. 차트를 정리하고 기본적인 걸음걸이 정도만 비슷하고 용어나 분위기 조차도 생소한 날 것의 분야였던 것. 그는 “화장기 없는 모습에 동그란 안경을 쓴 것만 아이디어를 냈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분명 멋진일 이지만 나는 못했던 분야다. 패배감이랄까. 일종의 부채감이 있었는데 간호 업무를 자세히 보여주는 작품의 거의 없는데 그 노력을 담은 작품이 처음이라 너무 신나고 좋았다”고 강조했다.“무엇보다 간호사분들께 칭찬을 받는다면 더 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웃음)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부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반대를 하셨죠. 뒤늦게 연기를 하기로 마음 먹고는 활동명을 엄마이름으로 한 것도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이 일을 걷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금은 어디서든 제가 나오는걸 너무 좋아하세요.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저에게 사람을 남긴 작품이라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아요.”알고보니 ‘정신병동에서 아침이 와요’의 단체티를 맞출 때 각자에게 맞는 진단 코드명을 박아 나눠졌을 정도로 화기애애했단다. 감독과 스태프들이 양극성 장애나 조증등 정신질환이 남다른 경계나 주홍글씨가 아님을 기억하고 의기투합했던 것. “배우들에게는 차마 박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다들 이 작품의 의도를 공감했다”고 말했다.이상희는 종교를 떠나 이 작품으로 만난 동료배우들 몇몇과 법륜스님의 정토회 행복학교를 다니고 있다면서 “내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을 작품”이라고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정의했다.(사진제공=눈컴퍼니)이상희 매력은 평범해 보이지만 남다른 아우라를 가진 배우다. 영화 ‘국도극장’, ‘정말 먼 곳’, ‘아이들은 즐겁다’와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검사내전‘과 ’지금 우리 학교는‘,’독전2‘등 OTT를 넘어 곧 개봉될 ‘로기완’까지 데뷔 이해 수많은 장르를 필모그라피를 넘나들고 있다. 그는 이 작품의 인기가 “분명 배우로서 기회가 많아지고 인지도도 올라 갈 것”이라면서 “비전공자로서 연극을 안 해본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만나고 나서는 연기를 할 수 있을 때 더 즐거운 마음을 다해 재미를 찾자는 마인드로 바뀌었다”며 자신만의 행복지수를 밝혔다.“이 작품은 저에게 사람을 남겼어요. (이)정은 언니가 늘 인사로 ‘행복하자’는 말을 하는데 그 의미를 몰랐거든요? 알고보니 행복도 연습을 해야 만끽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를 더 사랑하게 만든 드라마로 기억될것 같아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13 16:48 이희승 기자

[비바100] 그저, 이렇게. 루시드 폴…"소리 폐기물, 음악으로 업사이클링"

세계 최고 공과대학 중 하나인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화학공학자, 작가이자 제주에서 감귤과 레몬을 재배하는 농부로 유명한 루시드 폴. (사진제공=안테나)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에 다니다가 친구들과 음반을 냈다. 큰 자본이 들어간 굴지의 매니지먼트 산하의 음악이 아닌 그저 ‘좋아서 하는 음악’을 만들어 담은 앨범이었다. 멤버들과는 졸업 후 각자의 길을 갔다. 가수 루시드 폴이 조윤석으로 불릴 때의 이야기다. 그리고 전공을 살려 장학금을 받고 해외 유학생이 된 그는 차분히 연구원으로서 살았다. 이후 미국 유명 제약회사에서 러브콜이 왔지만 후회없이 음악을 해보자는 생각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사실 거창한 계획이 있다기 보다는 그저 상황이 흘러가는대로 살다보니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특유의 조용한 말투로 말문을 열었다. 12일 오후 12시 두 번째 앰비언트(Ambient) 앨범 ‘비잉-위드’(Being-with)를  첫 곡으로 막 들려주고 나서였다.“귤 재배는 그저께 끝냈어요. 작년 수확량의 절반 정도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솔드 아웃되기도 했고 덕분에 홍보 활동에 여유가 생긴거죠. 이번 앨범 역시 미니멀 장르의 하나인 앰비언트인데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무척 어려워요.(웃음) 쉽게 설명하자면 소리를 잘게 자르고 몇 만 단위로 섞어 화음을 입힌 음악?”작년 발표한 정규 10집 ‘목소리와 기타’ 이후 처음 선보이는 음반인 ‘빙 위드’의 표지.(사진제공=안테나)자신이 직접 만든 단어이기도 한 ‘마음거울’의 인트로는 차분하다.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같은 리듬이 인상적이라고 하자 “공사장 철근을 자르는 거슬리는 소리를 녹음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주도는 사시사철이 모두 공사 중이라고 봐도 무방해요. 생활 속에 소음이 없을 수가 없는데 그걸 피해 작업하다가 되려 ‘이걸 음악으로 만들어볼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귀농 후 2018년 농기구에 손가락이 다친 사고가 그를 앰비언트 음악으로 이끈 계기(?)였다. 늘 기타를 치고 연습을 하던 사람이 마우스를 겨우 클릭해서야 작곡이 가능한 상황에 닥치게 된 것. 루시드 폴은 “싱어송라이터들의 노래를 멀리하고 사운드 스케이프를 많이 듣게 됐다. 나에게 없었던 음악적 자아가 생긴 순간”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전에는 독하게 소리를 탐구하고 노래하는 두개의 자아만 있었거든요. 이번 앨범 작업은 인간이 내는 폭력적인 소리와 굉음을 음악으로 바꾸면서 나에게도 위로가 된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지내는 곳도 그렇게 지어졌을테고 누굴 탓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조금이라도 좋은 소리로 되돌리고 싶다는 마음만 갖고 작업했죠.”루시드 폴은 “최근에 집중하고 있는건 오롯이 LP작업”이라면서 “음원이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싫어한다. 음악으로 공감을 기억하게 하는 과정을 대중들이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안테나)자신이 직접 만든 단어이기도 한 ‘마음거울’의 인트로는 차분하다.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같은 리듬이 인상적이라고 하자 “공사장 철근을 자르는 거슬리는 소리를 녹음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주도는 사시사철이 모두 공사 중이라고 봐도 무방해요. 생활 속에 소음이 없을 수가 없는데 그걸 피해 작업하다가 되려 ‘이걸 음악으로 만들어볼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귀농 후 2018년 농기구에 손가락이 다친 사고가 그를 앰비언트 음악으로 이끈 계기(?)였다. 늘 기타를 치고 연습을 하던 사람이 마우스를 겨우 클릭해서야 작곡이 가능한 상황에 닥치게 된 것. 루시드 폴은 “싱어송라이터들의 노래를 멀리하고 사운드 스케이프를 많이 듣게 됐다. 나에게 없었던 음악적 자아가 생긴 순간”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전에는 독하게 소리를 탐구하고 노래하는 두개의 자아만 있었거든요. 이번 앨범 작업은 인간이 내는 폭력적인 소리와 굉음을 음악으로 바꾸면서 나에게도 위로가 된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지내는 곳도 그렇게 지어졌을테고 누굴 탓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조금이라도 좋은 소리로 되돌리고 싶다는 마음만 갖고 작업했죠.”음악이 다른 다른 분야의 경험에 대해 “늘 하던 일과 관심 대상이 달라지는 것 뿐”이라고 정의 하는 그는 “뭔가를 만들고 발견하는게 즐겁다”고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대답했다. (사진제공=안테나)루시드 폴은 앨범 발매와 함께 다양한 행보를 이어간다. 오는 16~17일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클럽 아크(Club ARC) 위드 안테나’를 열고 ‘루시드폴의 하루’라는 테마 아래 전시와 북토크, 공연, 사인회 등이 계획돼 있다. 남들보다 앞서 ‘프로 N잡러’로 사는 원동력을 묻자 웃으면서 “앞으로는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음악을 꼭 해야지’란 생각보다 어느 정도 보장이 되는 삶을 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유학도 집안에 돈이 많아서가 아닌 돈을 받는 곳으로 간 거고. 음악을 전업으로 해보려는 시기에는 예능을 나갔어야 했는데 그걸 못하니까 제주도에 내려갔고 밭농사를 하게 됐어요. 솔직히 요즘엔 땅의 기운을 이길 수가 없다는 걸 절감해요. 그래서 생태계 구축에 내가 개입을 하면 할수록 깨진다는 생각이 커서 고민하고 있습니다.”유기농으로 작물을 기르고 새벽에 일어나 음악 작업을 하고 글을 쓰는 일상은 여전히 반복 중이지만 루시드 폴은 “언제까지 이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늘 마음속에 품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음악을 찾는 사람에게는 LP를 발매해 음악을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도 보고 냄새도 만들 수 있는 대상을 선물하고 싶다고 강단있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건 3번 트랙이에요. 미생물과 관련된 녹음을 하는데 그 소리가 참 예쁜 거예요. 어쩌면 보말이 지나가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고요. 이번 앨범은 한마디로 ‘2023년의 루시드 폴’로 정의되겠지만 부연하자면 옥타브와 옥바트 사이에는 어떤 음이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음악이란 점은 확실해요. 솔직히 그 마저도 함부로 정의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세상 사람들에게는 수많은 정체성이 있듯 혹시라도 그 안에서 차별 받는 분들이 있다면 그 분들과 연대하겠다는 각오로 만들었습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11 18:30 이희승 기자

[공식] 영화 '괴물'의 美친 아역 '한국행' 결정!

두번 째로 한국을 방문하는 쿠로카와 소야와 히이라기 히나타는 오는 12월 20일과 21일 양일간, 한국 매체와 관객들을 만나 감사 인사를 전할 예정이다.(사진제공=(주)미디어캐슬)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의 흥행 주역들이 내한한다. ‘괴물’은 개봉 12일째 역대 일본 실사 영화 최고 흥행작 ‘오늘 밤, 세계예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보다 빠른 흥행 속도로 20만 관객을 동원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극중 미나토 역의 쿠로카와 소야와 요리 역의 히이라기 히나타가 20, 21일 양일간, 생애 첫 서울 방문을 확정했다.이들은 지난 10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생애 첫 한국을 방문해 입소문을 주도했다. 특히 쿠로카와 소야는 이 작품이 영화 데뷔작이며, 히이라기 히나타는 일찌감치 남다른 연기력으로 일본 드라마, 공연 등에서 폭넓은 활약을 하고 있다. 과거 ‘아무도 모른다’를 시작으로 유독 아역 배우들을 발굴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히로카즈 감독의 ‘눈’이 이번에도 제대로 활약했다는 평가다.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와 故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감독의 완벽한 협업으로 탄생한 ‘괴물’은 칸 영화제 각본상에 이어 세계 유수 영화제 수상을 거머쥐며 올해 명작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11 15:15 이희승 기자

이미경 CJ ENM 부회장, '세계는 좁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주목

이미경 CJ ENM 부회장이 3년 연속 ‘엔터테인먼트 여성 파워 100인에 선정됐다. (사진제공=CJ ENM)이미경 CJ ENM 부회장이 미국 대중문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가 발표한 ‘2023 엔터테인먼트 여성 파워 100인(2023 Women in Entertainment Power 100)’에 선정됐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 중 3년 연속 선정된 것은 이 부회장이 최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매년 주요 업적, 흥행 기여도, 수상 이력, 리더십 등을 고려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을 선정한다. 올해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다나 월든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공동 회장, 도나 랭글리 NBC유니버설 스튜디오 회장, 셰리 레드스톤 파라마운트 글로벌 회장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 거물과 오프라 윈프리, 비욘세 등 스타들이 이름을 올렸다.할리우드 리포터는 이 부회장이 총괄프로듀서를 맡은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를 집중 조명하며 “화제작 ‘패스트 라이브즈’는 그녀가 이끄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파워하우스가 태평양을 건너 현지 영화 제작에 진출한 유의미한 성과”라고 소개했다.한국인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패스트 라이브즈’는 CJ ENM과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공동 투자배급을 맡은 작품으로 제33회 미국 고담어워즈(The Gotham Awards) 최우수작품상 및 제89회 뉴욕비평가협회상 신인작품상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앞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24년은 할리우드가 전 세계 관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 찬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연대를 강조하기도. 이 부회장은 지난 8일 한국 콘텐츠 산업을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 문화훈장 중 최고 등급인 금관문화훈장 수훈자로 선정된 상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11 14:26 이희승 기자

덱스터스튜디오, 영화 '서울의 봄' 흥행과 '같이' 간다!

VFX·콘텐츠 제작 전문기업 덱스터스튜디오는 영화 ‘서울의 봄’의 DI(디지털 색보정) 기술을 맡았다. 지난 6일 수출의 탑 수상 트로피. (사진제공=덱스터)덱스터스튜디오가 최근 1년간 수주한 해외 매출액이 300만달러를 돌파해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2012년 설립 이후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 해외 작품 참여를 지속하며 글로벌 진출에 적극적 행보를 펼쳐간다. 수출의 탑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하는 기념식에서 수여되는 공신력 높은 상으로 해외시장 개척과 수출 증대에 기여한 기업에게 주어진다. 특히 올해 9월 태국 대표 미디어 기업인 칸타나(Kantana) 그룹을 상대로 버추얼 프로덕션(VP) 컨설팅 사업 계약을 성사시켜 해외 매출을 확보했다. 2021년 덱스터가 개관한 ‘D1’ 스튜디오는 글로벌 기업 럭스마키나와 국내 최초 협업한 사례로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작돼 유명 영화, 드라마, CF 등이 촬영됐다. 다양한 레퍼런스를 경험한 노하우로 현재 태국 방콕에 위치한 칸타나 버추얼 스튜디오 설립과 시스템 구축을 돕고 있다.회사 관계자는 “VFX, DI, VP, SOUND 등 포스트 프로덕션 기술 참여를 비롯해 기업 컨설팅, 공동 제작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외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 글로벌 유명 스튜디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같은 작품에 참여할 정도로 당사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고 자평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11 14:06 이희승 기자

신간 '없는 마음 갖기', 반어적 힐링 에세이로 '울림'

부크(사진제공=부크크)직장인들의 애환을 에세이로 엮은 ‘없는 마음 갖기’가 힐링 도서로 떠오르고 있다.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없는’과 ‘갖기’란 반어적이면서도 역설적인 이 책은 기존 내려놓기, 비움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신간이다. 자가 출판 플랫폼을 통해 종이책 형태로 선보인 저자 임성규는 글로벌 음반회사(유니버설뮤직코리아) 마케터 및 롯데그룹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롯데컬쳐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롯데시네마 등) 커뮤니케이션팀장을 비롯 롯데시네마 건대점, 은평점 책임자, 서울/부산/경남 광고팀장 등을 역임한 콘텐츠 전문가다.‘무심: 마음이 없다’를 부제로 뭔가를 기대 이상으로 바라는 욕된 마음, 발버둥 치고자 하는 욕구, 세상의 순리에 역행하며 밀려드는 피로감 등을 자신의 경험에 비춰 소소하게 풀어냈다. 특히 과거 음반회사 경력을 살려 매 챕터마다 주제와 어울리는 팝송을 추천하는 점이 가독성을 높인다. 이 책을 기획한 Q작가는 “약 40여 편의 다양한 이야기가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선 흥미롭게 비춰졌으면 좋겠다”면서“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우리들 모두의 스토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총210페이지 분량으로 자가 출판 플랫폼인 ‘부크크’를 통해 POD 출판으로 먼저 선보인 ‘없는 마음 갖기’는 현재 전국 서점과 온라인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11 13:49 이희승 기자

비만이 '병'인 시대, 건강과 다이어트…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사진제공=북드림)국민의 4분의 1이 자신을 비만이라 생각하는 시대. 여성들은 95%가 자신을 뚱뚱하다고 평가한다는 미디어의 보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년 기적의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식품과 약들, 다이어트 비법을 전수해줄 피트니스 센터가 넘쳐나지만 성공 이후에도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은 드물다. 최근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호르몬,대사 관리가 핵심이다. 얼마나 먹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먹는가에 달렸다”면서 “인슐린은 자극하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신간 ‘어서 와! 간단키토는 처음이지?’는 탄수화물은 최대한 자제하고 포화 지방은 부족하지 않게 먹는 식생활이 건강한 다이어트의 핵심이라는 다소 진부한 ‘사실’에서 출발한다. 1세대 스타 헬스 트레이너이자 대한민국에 몸짱 열풍을 가져온 최고의 간헐적 단식 실천가 아놀드 홍과 국내 저탄고지 기능 의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 이영훈 원장이 함께 쓴 이 책은 국내 최초의 간단키토 종합 안내서란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사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간헐적 단식은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단식법이었지만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 책에서는 공복을 유지하면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되는 간헐적 단식에도 한 가지 원칙이 있음을 간과하지 않는다.‘공복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키토의 이론과 좋은 식재료, 생활습관을 만드는 법, 쉽고 효과가 뛰어난 운동법까지 모두 망라했으며,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좋은 사례들도 소개하고 있다. 이영훈 원장이 평소 많이 받는 질문을 풀어낸 간단키토 상담소는 간단키토와 관련된 오해를 말끔히 씻어내 줄 매력적인 책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11 13:36 이희승 기자

[비바100] 정치가보다 환경운동가로 더 유명한 엘 고어의 경고 '불편한 진실'

엘고어는 현재는 미국의 환경운동가로 정치가 시절 ‘따분한 엘’이란 별명을 떨치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파라마운트)비록 미국 대통령은 되지 ‘못’했으나 환경 운동가로 승승장구 중인 사람이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였던 앨 고어가 그 주인공. 워싱턴에서 정치경험이 적은 클린턴을 뒷받침하고 베트남전 참전 경력으로 보수 표심을 끌어 모았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이후 기세를 모아 2000년 대선 당시 조지 W 부시와 맞붙었지만 패배했다.그의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은 사실 국내 정식 개봉하지 않았다. 영화가 제작된 2000년대 초반의 사회 분위기란 ‘지구 살리기’ 보다는 문제의식이 국내에 도입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극 중 CO2방출의 원인이 미국 자동차 산업의 급격한 증가라는 사실과 오일머니가 가진 기업의 힘이 극명하게 드러난다.엘 고어는 자신의 정치 행보와 더불어 일찌감치 환경 보호에 눈을 돌렸고, 수많은 강연에 쓰인 자료들을 스크린에 옮겨 관객들의 경각심을 일으킨다. (인포그래픽=백승민 기자 optimaporma@viva100.com)엘 고어는 2006년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동명의 책을 출간했다. 그 공로로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 출발은 늦둥이 아들의 갑작스런 사고였다.지난 8월 국내에서 열린 기후 위기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CRP)’의 글로벌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석한 그는 “아들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진짜 중요한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면서 “강연을 위한 자료를 수집했고 책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은 하이테크의 나라 아닌가. 이러한 역사와 잠재력을 감안하면 기후 위기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맡아 영감을 주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네이버 시리즈 온에서 서비스되는 ‘불편한 진실’은 화제성에 힘입어 현재 2017년 속편이 나온 상태다. 티빙에서 볼 수 있지만 이제는 환경 문제가 대세가 된 만큼 관심도는 높지 않다. 그렇기에 더더욱 봐야 하는 이유는 전편에서 보여준 고작 몇 년 사이에 녹아버린 만년설, 갈라진 땅, 속출하는 기상 이변이 이제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앨 고어가 설립한 CRP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즉각적 행동을 촉구해 기후 위기에 대한 글로벌 해결책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사진제공=파라마운트)지구 역사 65만년 동안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던 2005년을 기록한 작품답게 비난의 칼날은 여전히 거대 기업이다. 그리고 개인이 가져야 할 경각심을 자극한다. 그렇다면 지구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그가 되려 편협한 시각으로 지구온난화의 진행 속도를 과하게 포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작 그가 머무는 거주지에서 일반 가정의 20배가 넘는 전기가 소모됐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이를 풍자하는 애니메이션이 등장한 건 흥미로운 부분이다. ‘B급 웃음’의 대표주자 ‘사우스 파크’는 시즌 10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인간곰돼지를 등장시켜 앨 고어를 저격했다. 미국의 정서를 가장 대변하는 ‘심슨 가족’에서도 그의 환경운동은 단골 손님이다.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때 북국의 빙하가 10년을 주기로 매년 9% 이상 녹고 있으며 그로 인해 플로리다와 인도, 상하이 등 대도시가 물에 잠길지도 모른다는 경고는 해외 토픽으로 증명되고 있다.파리협정은 종료 시점이 없는 협약으로써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 0을 목표로 하여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자는 협약이다. (사진제공=파라마운트)‘불편한 진실’이 나올 당시만 해도 기온 상승으로 인해 홍수와 가뭄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이제는 인류의 문제임을 이 작품은 엘 고어라는 영향력 있는 정치인의 입을 통해 정면으로 응시한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하지만 대놓고 말하기엔 어려운 진실을 꽤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누구도 반론하지 못할 정도로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다. ‘불편한 진실’은 화석연료에 대한 경고를 가장 대중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더불어 바다의 기온이 올라가고 있음을 시대에 앞서 경고하고 있고 지금봐도 화를 억누를수 없다.극 중 광활하게 보여지는 그린란드 빙하와 자연경관은 이제 결코 볼 수 없다. 지금은 전기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사회지만 여전히 숙제는 존재한다. 중국의 공장을 가동하면 한국의 뿌연 하늘과 속출하는 기관지 환자가 는다는 건 이미 기정 사실이다.그럼에도 여전히 석탄을 이용하는 나라가 많다. 파리 유엔 기후변화 협약이 맺어졌으나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게 불평등을 준다”는 이유로 탈퇴했다. 다행히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위기의 흐름을 바꾸고 우리가 오랫동안 하지 않은 기후변화와 싸우는 걸 도울 것”이라며 재가입했다.기둥만 남은 빙하의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씁슬하다. (사진제공=파라마운트)‘불편한 진실’은 미국의 정치기조를 바라보는 데도 훌륭한 상식서다.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현재 미국은 석유·가스 생산량이 세계 최대 수준이다. 미국은 올해 카타르를 제치고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에 오른 상태다. ‘글로벌 기후 리더’를 자처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올해 석유·가스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한 것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지난 5일 공고히 했다.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8) 참석차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어떤 정치인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꿀 수는 없다”며 내년 11월 미국 대선 출마가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섰다.여러모로 이 작품은 현실을 알고 봐야 재미있는 작품이다. 흡사 500만명을 향해 가는 화제작 ‘서울의 봄’처럼 말이다. 12.12 사태의 중심 하나회를 꼼꼼히 따져보고 본다면 환경과 권력이 그리 다르지 않음을 눈치 챌 것이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06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이 사람, 보통배우 아니네", 영화 '서울의 봄' 박해준

박해준은 군사반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9사단장 노태건 역을 맡았다. 전두광(황정민)의 친구이자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의심은 하지만 오른팔 역할로 쿠데타의 한 획을 긋는 인물이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영화 ‘서울의 봄’이 파죽지세의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 400만명을 넘어서며 일각에서는 서둘러 ‘1000만영화 탄생’이라고 추켜세우지만 의외로 배우 박해준은 조용했다. 극 중 특유의 사투리로 “이 사람 좀 믿어주세요”라며 하나회 소속들에게 전화를 해 애걸하는 모습에는 실소가 흘러나온다. 12·12 군사쿠데타를 통해 신군부 핵심 세력인 그에게서 훗날 ‘보통사람’임을 내세우며  한국 정치사의 전면에 등장한 대통령이 교차되기 때문이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고 2인자에 오르며 당시 여당인 민정당 대표를 거쳐 13대 대통령으로 올라선 실존 인물을 연기한 데 대해 “사실 저 대사를 하면서도 이렇게 화제가 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역시 그 시대를 거쳤지만 실존 인물에 대해선 “그 당시 모두가 그랬겠지만 뉴스로 접한 게 다 였다.”그와 가장 오랜시간 붙어있던 황정민의 특수분장을 보고는 ‘이렇게까지 한단 말이야?’ 이런 놀람과 함께 ‘나는 과연 뭘 해야할까?’라며 나름의 고민을 거듭했다고 털어놨다.(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대본에서는 못 느꼈지만 촬영 전날이 되자 ‘의도가 있는건가?’ 싶었어요. 그래서 성대모사처럼 안 보이게 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뚜렷해요. 모르고 연기했으면 좋았을텐데 되려 더 힘들더라고요. 쿠데타가 성패의 기로에 서 있을 때 모든 인맥과 학연을 동원해 전화를 돌리는 모습이 한 편의 코미디 같았어요. 블랙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열댓 명의 배우가 한 방에서 살려달라며 읍소하고 때론 욕하고 물건도 던지면서 ‘전화액션’을 선보이는데 감독판으로 풀샷이 나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입니다.”한국 근대사를 군부정권으로 탈바꿈시킨 이들의 야욕은 육사동기라는 엘리트 의식에서 시작한다. 역사적으로 육사 11기는 정규 4년제 교육과정을 처음으로 도입해 그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전해진다. 전 기수들은 2년제 출신으로 6.25가 터진 해에는 아예 졸업기수가 없을 정도로 ‘새끼 호랑이’로서 비빌언덕이 전무했다. 김성수 감독에게 들은 실존인물에 대한 평가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굉장히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자신의 연기적 출발에 대해 소개하는 박해준.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그렇게 전두광과 노태건은 선배들과 후배들에게 겁박과 회유를 오가는 설득전을 벌인다. 영화 속에서 전두광이 연희동 집에 모인 하나회 선후배들에게 “서울대 갈 실력인 너희들이 육사에 온 이유가 사실 집안에 돈 없고 백 없어서 온 거 아이가?”‘라고 일갈하자 다시 뜨겁게 뭉치는 장면이 당시의 시대상을 방증한다.12.12 군사반란을 통해 전두환과 노태우는 사실상 스스로 대장 진급을 해 버렸으며 전역하고 정치인이 된 건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박해준은 모든 공을 김성수 감독에게 돌렸다. 실제로 19살에 한남동에 살았던 김성수 감독이 그 날의 총성을 직접 들은 경험을 시나리오에 녹여낸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올해로 62세가 된 김 감독은 ‘서울의 봄’ 제작보고회에서 “그날의 반란은 한국 근현대사의 핵심적인 사건이지만 여전히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이야기를 꼭 생생하게 전하고 싶었다”는 연출의도를 밝혔다.그는 “감독님과 오래 대화를 하고 난 뒤 읽은 시나리오는 느낌이 달랐다. ‘노태건은 이런 인물이구나’라고 다시 깨닫게 됐다”면서  “사실은 완벽한 전두광의 편이라기 보다는 동업자 느낌으로 보이는 게 목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이 인물이 전두광을  마냥 따라가는 인물이 아니길 바랐습니다. 늘 믿고 의지했던 친구가 도저히 사람으로서는 생각하지도 못하는 방향으로 걸어갔을 때 그걸 막아보려고 하고 중요한 순간에는 ‘빠져볼까?’라는 갈등이 계속 보이는 사람같이요. 겉으로는 동조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과 의심을 가지고 늘 견제하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박해준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권력욕보다는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무엇보다 ‘서울의 봄’ 현장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다니며 연극에 빠져 있던 당시를 떠올리게 만드는 뜨거움이 있었다.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 ‘부부의 세계’ 속 불륜남 모습을 덮고 다양한 변신을 하고 있는 박해준은 정극보다 실험극을 통해 다양한 연기 경험을 쌓아온 배우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그간 경험했던 어떤 영화보다 촬영 전에 리허설에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다. 선배님들의 의도도 파악되고 그안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가는 시간이 있으니 도움이 많이 됐다”고 미소짓던 박해준은 상대 배우들과 느낀 에너지가 ‘하나의 생명체’로 꿈틀거리는 광경을 직접 경험했다고 토로했다.“몇번 합을 맞췄을 뿐인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좋은 배우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있구나’ 생각했고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의외로 배움이 있는 곳이 적어요. 근데 감독님과의 작업은 현장, 연기나 연출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한분의 선생님을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배우로서 많이 성장함을 느꼈죠.”그는 곧 영화 ‘정가네 목장’ ‘야당’, 드라마 ‘머니게임’ ‘폭싹 속았수다’까지 내년에도 ‘열일’ 행보가 예정돼 있다. 대세배우를 넘어 다작배우로 거듭나는 이 시점을 박해준은 “큰 복”이라고 표현했다.“힘들다는 생각보다 즐겁다는 마음이 더 큽니다. 나쁜 놈도 됐다가 한없이 착한 사람도 됐다가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많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아요. 저에겐 큰 복이죠.”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04 18:30 이희승 기자

['다'리뷰] 간만에 '깔깔'거리며 본 영화 '싱글 인 서울'

파주 출판 도시를 배경으로 세트장이 아닌 실제 사무실을 대여해 찍은 것도 밝고 쾌적한 영화 속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무려 3년전 크랭크인 했지만 지금도 어딘가 있을 법한 인물군상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 ‘싱글 인 서울’속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저 영의정 신발도 가져가.”한 때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체류중인 학생들 사이에서 ‘쏠쏠한 용돈벌이’로 불린 어그 부츠를 이렇게 야무지게 잘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 여대생 가족을 둔 한 남동생이 집 현관에 나뒹구는 같은 색 같은 모양의 어그부츠를 보고 ‘누나 친구들의 신발‘’이라고 이름붙인 ‘짤’을 기억한다면 영화 ‘싱글 인 서울’은 충분히 즐기면서 볼 작품이다.극중 스타 논술강사이자 파워 인플루언서인 영호(이동욱)는 늘 여자에게 차인다. “오빤 너무 착해”,“자기가 사준 사진기는 두고 갈게”등이 단골멘트인걸 보면 호구에 가깝다. 자신에게 이별을 고한 연인에게 서두에 밝힌 대사를 하는걸 보면 퍼주는 스타일인 것만은 확실하다. 국문과 출신으로 한때 작가를 꿈꿨던 그는 아이들에게 ‘글 잘 쓰는 법’을 가르치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기엔 서투른 남자다. 구구절절한 문장보다 사진 한 장과 짧은 문장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게 전부다.영화 ‘싱글 인 서울’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각 도시의 싱글들의 삶을 책으로 엮으려는 편집장 현진(임수정)은 그런 영호를 대타 작가로 섭외한다. 사실은 거의 반 협박 수준으로 출판사 사장의 강력 추천이 있었다. 영호의 글은 군더더기 없지만 까탈스럽고, 자기애가 강한게 흠인데 그건 자신의 전공이기에 일단 책 출판을 결심한다. 다행히 바르셀로나에서 싱글로 살며 컨셉에 딱 맞는 수준급의 글을 보내오는 홍작가(이솜)의 팬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늘 책으로만 소통하는 홍작가는 한국에 고정 독자들이 많고, 그에 비해 영호의 글은 신선한 맛이 있어서 새롭고 재미있는 컨셉의 책이 나올것만 같다. 그런데 복병은 신인작가이자 알고보니 학교 선배인 영호다. 싱글 찬양은 봐주겠지만 편집장으로서의 의견이나 개인적 삶에 알게 모르게 선을 넘는다. ‘혼자여서’가 아니라 ‘혼자니까’를 구분짓고 자신의 차 안이 더러운거나 새 집을 알아보는데 여간 훈수를 두는게 아니다. ‘싱글 인 서울’은 그렇게 혼자가 좋은 남자와 혼자는 싫은 두 남녀의 ‘썸’을 통해 관객들의 심장을 저격한다.결론만 말하면 이 영화는 마냥 설레이지만은 않는다. 적당히 현실적이고 또 그만큼 가슴 아프다. 동시에 공감과 희망으로 끝을 맺는데 한마디로 ‘진부하지 않은 뻔함’이 가득한다. 말이 쉽지 참 연출하기 어려운 장르가 로맨스인거니까. 무엇보다 일단 ‘첫사랑의 향수’를 주 전공삼아 늘 기대 이상의 수작을 내 놓는 명필름 작품이니 믿고 봐도 좋다.‘싱글 인 서울’은 ‘접속’이후 무려 7편의 로맨스영화를 만든 명필름이 ‘건축학개론‘ 이후 11년 만에 내 놓은 말랑말랑한 작품이다. ‘접속’의 PC통신, ‘후아유’의 아바타 등 당대 트렌드를 힙하게 엮어온 경력은 이번 영화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극중 세련된 미술과 조명은 이 영화를 보는 또다른 재미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접속’LP판을 특별제작해 슬그머니 배치한 명필름의 센스에 박수를.(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그간 45편의 영화를 내 놓은 명핌름의 심재명 대표는 “처음 회사를 만들면서 한국의 워킹 타이틀이 되어보자는 포부가 있었던것도 사실”이라면서 “앞에 소개된 영화 말고도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광식이 동생 광태’,‘시라노; 연애조작단’까지 당시 트렌드를 적용해 동시대성을 담아내면서 보편적인 감정을 녹여낸 작품들을 내놨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싱글 인 서울’의 재미는 또 있다. 적당히 힙한 ‘전문직 남녀의 로맨스’ 속에 남녀 각자의 기억속에 각인된 첫사랑이 관객들에게 보여지기 때문이다. 영호는 대학생인 자신과 달리 직장인이었던 첫사랑에 대한 이기심만 기억했다면 정작 당사자는 철없고 징징대던 치기어린 남자로 당시를 추억한다. 그들 사이에는 두 권의 책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와 만화 ‘20세기 소년’‘은 둘 다 뛰어난 명작이라는 공통점 말고는 전혀 다른 소설과 만화책이라는 점이 사랑은 해도 영원히 이해되기 힘든 ’남녀‘의 운명을 가늠하게 만든다.무엇보다 찰떡 호흡을 스크린에 가득 채운 임수정과 이동욱의 연기 외에도 장현성,김지영, 이미도,이상이,지이수등이 보여주는 ‘활어같은 연기’ 는 이 영화의 진정한 보석이다. 피와 살점이 튀는, 근 현대사의 비극을 굳이 스크린으로 보며 분노하는데 질렸다면 두말없이 ’싱글 인 서울‘이다. 누군가 옆에 있어도 외롭거나, 기꺼이 혼자이거나, 모태솔로여도 봐야 할 영화의 탄생이 유난히 반갑다. 103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03 13:10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전세계 공개 하루 전 제작발표회 연, '스위트홈' 시즌 2에 쏠린 '눈'

배우 고민시가 3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에스팩토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2’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 ‘스위트홈’이 시즌2로 돌아온다. ‘스위트홈’은 욕망이 괴물이 되는 세상, 그린홈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사투를 벌이는 현수(송강)와 그린홈의 생존자들 그리고 또 다른 존재의 등장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현상들까지 새로운 욕망과 사투를 그린다.시리즈 공개 4일 만에 넷플릭스에서 해외 13개국 1위를 기록했던 이 작품은 동명의 인기 웹툰에서 출발, 고립된 아파트에서 각자의 욕망과 생존의 기로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려내며 호평받았다.3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에스펙토리 D동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송강, 이진욱, 이시영, 고민시, 진영, 유오성, 김무열, 이응복 감독이 참석했다.곧 입대를 앞둔 송강은 시즌1의 인기에 대해 “시즌1의 인기 덕분에 더 열심히 파이팅하는 원동력이 되어준 것 같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진욱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아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게 생각했다. 힘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넷플릭스 ‘스위트홈’ 시즌2 제작발표회의 현장.(연합)‘스위트홈’에서 삐딱한 사춘기 소녀 이은유 역으로 시청자와 소통해 온 고민시는 지난 4년간 훌쩍 커진 존재감으로 돌아왔다. 짧은 헤어 스타일에 전작과 달리 발레 슈즈 대신 군화를 신고 손에 무기를 쉬고 다니고 온 몸에 흉터가 가득한 모습으로 등장한다고 자신의 변화를 짚은 그는 “대본을 보며 은유라는 캐릭터는 더 날카로워지고 차가워졌지만 더 따뜻해진 인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색다른 변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에 이시영은 “나도 과분한 사랑을 받아 감사했다. 그런 사랑과 관심, 기대 속에서 시즌2를 잘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진영, 유오성, 김무열이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하게 됐다. 진영은 “시즌1을 너무 재밌게 봐서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웠다”는 말로, 이날 유오성은 후배 배우들 덕에 이 작품에 합류할 수 있었다. 많은 책임감을 느끼며 촬영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무열 역시 ”시즌1을 밤을 새며 다 볼 정도였다. 시즌2 캐스팅 소식을 듣고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기대하는 재미가 컸다”며 팬심을 드러내기도.‘스위트홈’은 이례적으로 시즌2와 시즌3가 동시 제작됐다. 이응복 감독은 “시즌1을 할 때는 2,3를 할 줄 모르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했는데 넷플릭스의 연락을 받았다”면서 “웹툰 원작 세계관을 이어 고유의 캐릭터를 만들면서 준비하게 됐다”고 전했다. ‘스위트홈’ 시즌2는 금일(1일) 안방극장에서 공개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01 14:43 이희승 기자

[비바100] 그저 '청룡의 여신'으로 기리기엔, '남다른 배우' 김혜수의 숨겨진 명작 4편이 있다!

배우 김혜수가 24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44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사실상 지금의 청룡영화상을 이끈 배우 김혜수가 30년 만에 마이크를 내려놨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44회 청룡영화상을 끝으로 “우리 영화가 얼마나 독자적이고 소중한지, 진정한 영화인의 연대를 알게 했다”는 그의 말처럼 김혜수의 존재 자체가 우리에게 그러했다. 스물 셋의 나이에 첫 사회를 맡았던 1993년 이후 “매년 연말 생방송을 앞두고 가졌던 긴장감을 내려놓고 시상식 없는 연말을 맞이할 저 김혜수도 따뜻하게 맞아달라”는 말은 그가 독보적으로 걸어온 배우로서의 삶 그리고 성실함 속에서 꽃 핀 여러 도전을 인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시상식 후 30년간 자신의 의상을 준비했던 모든 스태프들에게 일일히 감사인사를 전하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해 마지막 드레스 피팅 과정을 올린 김혜수.(사진=본인 SNS)그동안 배우로서 청룡영화상 진행을 맡으며 최다 여우주연상 수상 등 여러 기록을 남긴 김혜수는 매해 파격적인 드레스와 패션으로 늘 화제 중심에 섰다. 이제는 세계의 중심에 선 한국영화와 ‘K콘텐츠의 힘’으로 불리는 남다른 저력이 있기까지 그가 한 영화제를 통해 보인 희생과 프로다운 모습은 영원히 기억속에 박제될 터. 지금 소개하는 4편의 작품들은 그의 다양한 필모그래피에서 유독 빛나는 명작들이다.영화 ‘굿바이싱글’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웨이브, 왓챠, 티빙 등 국내 OTT에서 볼 수 있는 ‘굿바이 싱글’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직업인 ‘배우’를 맡아 열연해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당시 시사회 직후 “데뷔 이후 이렇게 망가지긴 처음”이라고 했던 말처럼 극 중 톱스타 주연은 점차 내려가는 인기와 연하 남친의 바람에 충격을 받고 영원한 내 편 만들기에 돌입한다. 독거스타의 임신 발표에 연예계는 술렁이지만 대중들은 소탈한 모습에 환호한다. 하지만 임신인 줄 알았던 생리의 끊김이 조기폐경인 걸 알게 된 주연은 소꿉친구이자 자신의 스타일리스트인 평구(마동석)과 뒷수습에 동분서주하게 된다.시상식 사회자로 맹활약한 현실과 달리, 자신이 참석하지 않은 시상식을 보며 아이스크림을 던지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사진제공=쇼박스)“화려한 김혜수는 배우란 직업 속에서만 존재하지 실제 김혜수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자연인이다. 그런 모습이 가장 잘 담긴 작품”이라는 김혜수의 말처럼 “가장 못하는 코미디를 왜 한다고 했을까 싶어 크랭크인 3주 전까지 죽고 싶었다”는 푸념이 가득하지만 당시 인터뷰를 보면 유사가족과 미혼모, 독거사 문제 등 여러 사회문제들이 가득 담겨 있는 작품에 기꺼이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깊다.개띠 동갑배우인 류승룡, 황정민과 의기투합해 화제가 된 ‘열한번째 엄마’ 속 김혜수는 유난히 초췌한 모습으로 어두운 사회의 민낯을 전달한다.(사진제공=쇼박스)그런 의미에서 영화 ‘열한 번째 엄마’ 속 모습은 유독 피폐하다. 소외되고 폭력으로 얼룩진 삶을 살지만 과하기 보다는 그저 한번의 눈맞춤에 힘을 얻게 되는 그런 위로가 스크린에 가득하다. 4살 생모의 죽음 이후 늘 엄마가 바뀌는 재수(김영찬)는 포주인 아빠(류승룡)의 “집에는 무조건 여자가 있어야 해”란 말에  또다시 새로운 엄마를 만나게 된다. 일찍 철이 든 자신의 일상을 모른채 무작정 엄마를 들이는 아빠도 원망스럽지만 이번 엄마는 역대급으로 자신과 맞지 않는다. 그동안 정이 들만 하면 사라졌던 존재들이지만 가장 예쁘고 동시에 가장 많이 자면서 또 그만큼 먹는다.이 작품의 포스터가 큰 울림을 주는건 비루한 현실에서도 웃음을 짓는 현실이 어떤 의미인지 영화를 본 관객은 알기 때문이다. (사진제공=쇼박스)어렵사리 얻어 온 식권을 훔쳐 김밥으로 바꿔 먹고 자신보다 철이 덜 든 모습으로 어린 재수의 곁에 그저 존재할 뿐이다. 영화 속 이름도 그저 ‘여자’다.  여자는 이미 열명의 엄마가 거쳐간 소년을 만나면서 아무한테도 정주기 싫고 세상만사에 귀찮은 모습을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빨리 ‘어른아이’가 되버린 피 한방울 안 섞인 아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한다. 그렇게 개봉 당시 350만명의 눈물샘을 자극했다.실제 역사에 존재했던 조선 최초의 야구단을 스크린에 옮긴 ‘YMCA 야구단’의 공식 포스터. 유일한 홍일점으로 극을 이끄는 강단을 보여준다. (사진제공=명필름)명필름 영화 ‘YMCA야구단’의 당찬 신여성 정림은 자세한 전사는 드러나지 않지만 독립유공자 민영환의 딸로 묘사된다. 김지우 감독의 ‘모던보이’와 더불어 김혜수가 보여준 남다른 항일 캐릭터중 가장 발랄하고 또 진취적인 캐릭터다. 개화기 시대에 선교사들과 함께 야구를 하는 신여성인 그에게 반한 호창(송강호)는 양반의 기세를 강조하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합지졸들과 함께 팀을 이룬다. 신여성 패션을 김혜수만큼 맛깔나게 소화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사진제공=명필름)선교사들을 통해 들어온 야구라는 신문물에 매료된 인물은 친일파의 아들 광태(황정민), 일본 유학생 출신의 강속구 투수 대현(김주혁), 쌍둥이 형제 재복과 만복(량현량하), 전직 왕실 무사 등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상놈의 공은 받지 않는다”는 양반이나 아웃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운동장을 벗어나는 주자 등 초창기 야구 풍경이 재치있게 묘사되며 ‘조선 최초의 야구단’을 강조하면서 흥행을 이끌었다. 선동렬 선수가 직접 자세 교정과 기술 훈련을 펼쳐 사실감을 더했고 김혜수가 당시의 고증을 살린 복식을 고스란히 재현해 시선을 모았다.알아주는 양반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지방의 고루한 집안에 사실상 팔려 시집가는 순녀의 운명을 품은 김혜수의 연기가 일품인 SBS드라마 ‘곰탕’의 한장면. (사진제공=SBS)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김혜수의 남다른 작품 선별력은 SBS드라마 ‘곰탕’을 통해 증명된다. 자신의 분야에서 티내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밝혀왔던 행동이 뽀얀 국물로 우려져 안방극장을 적셨다. 설특집 2부작으로 방영 직후 당시에는 이례적으로 1997년 휴스턴 국제영화제 TV드라마부문 연출가상 및 뉴욕 페스티벌 드라마부문 특별상 수상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 여름을 제외하고는 늘 곰탕을 끓여댔던 집안에 13살에 시집 온 순녀는 대를 잇는 게 유일한 목표로 치부되는 시댁에서 늘 허드렛일을 한다. 본처인 자신과 달리 한낱 불장난으로 버려진 첩과 한 지붕 아래서 서로 연대하는 당시의 여성상을 보여준 김혜수. (사진제공=SBS)드라마는 지금은 성공한 식당 사업가로 여든이 넘은 순녀의 삶을 반추하며 3.1운동과 일본의 악행, 가부장제도의 폐해와 5.18 민주화 운동을 관통한다. 그런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김혜수는 젊은 시절을 연기한다늘 밖으로 나도는 남편(류시원)의 친구이자 아무도 모르게 마음을 기댔던 그(한재석)에게 전쟁으로 인해 구할 수 없었던 소뼈 대신 다른 고기로 국물을 내 대접하는 순녀는 지금도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기울어져 가는 집안의 사실상 유일한 가장으로 억척스럽지만 기품있게 이끌어가는 그 모습은 쪽진 외모에도 굴욕없이 당당한 김혜수의 외모만큼이나 한국여성의 강인한 아우라를 각인시켰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29 18:30 이희승 기자

[人더컬처] '홍콩댁' 김정은, 시청자들 제대로 홀릭… "힘과 재력 제대로 플렉스"

‘대대힘힘’ 괴력을 가지고 사회악에 맞서 약자를 돕는 캐릭터로 제대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김정은. (사진제공=매니지먼트 레드우즈)기대하지 않고 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이하 ‘강남순’)이 지난 26일 뜨거운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화제작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한 달 더 나아간 이 작품은 모계유전으로 내려오는 힘을 좋은 일에만 써야 한다는 세계관을 안방 극장에 유쾌하게 전달하며 시청률에서도 끝까지 웃었다.극중 모계유전되는 괴력의 유전자는 22살이 되면 최고치에 오른다. 축산업으로 떼 돈을 번 엄마의 근성을 이어 받아 남다른 사업기질을 발휘하던 황금주(김정은)는 자신의 집에 매일 출근도장을 찍던 은행원 강봉고(이승준)와 사랑에 빠진다.기세 등등한 집안 여자들과는 달리 늘 병약하고 골골대는 남자들의 영향이어서일까. 사위로 들어온 존재들도 기죽고 사고만 치는 부류들이다. “돈은 자신이 벌테니 취미생활이나 하라”고 보낸 몽골에서 봉고는 금지옥엽 딸을 잃어버리고 ‘힘쎈여자 강남순’은 오랜시간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한 추리물로 서막을 연다.다행히 몽골에서 만난 좋은 양부모 밑에서 자란 강남순(이유미)을 극적으로 상봉, 중후반 부터는 현대사회의 진상들과 마약 범죄를 파고들며 통쾌한 슈퍼 히어로의 모습을 보이며 전국 시청률 10.4%로 막을 내렸다.‘힘쎈’ 세계관에 김정은과 함께한 이유미, 김해숙, 옹성우, 변우석을 비롯해 이승준, 한상조, 김기두, 정보석, 임하룡, 박영탁, 송진우, 유하성 등 배우들의 열연에도 마지막까지 호평이 쏟아졌다.(사진제공=JTBC)“돈과 괴력을 모두 갖추고 ‘플렉스’하는 인물이라 카타르시스를 많이 느꼈어요. 과거 여성은 약자로 표현되는 부분이 있었고, 저 역시 카리스마는 저와 거리가 있는 이미지 였는데 탄탄한 스토리 속에서 오롯이 황금주가 될 수 있었습니다.”‘강남순’의 재미는 자칫 과해보이는 괴력속에 뼈있는 메세지를 던지는 것이다. 불법주차로 인해 불편을 겪은 외할머니 길중간(김해숙)이 “집에서 손주들이나 보지 왜 기어나오냐. 차는 알아서 해라”는 말에 말그대로 차를 뒤집어 버리거나, 여성 라이더는 사실을 알고 추파를 던지는 남성에게 헬멧을 손으로 찢으며 일갈하는 장면이 그것이다.“자칫 허공에 붕 뜬 것처럼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를 땅에 안착시킬 수 있는 접착체 역할은 아마도 딸을 잃어버린 엄마의 절절한 마음을 표현하면서가 아닐까요? 십 년 넘게 아이를 잃은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모성이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거죠. 제가 할일은 이 역할을 위해 오토바이 운전면허를 따는 거였고요.”그는 “연기를 위해서 뭔가 배우는 건 일종의 몸부림”이라며 “아무것도 배울 게 없으면 캐릭터를 이해하기가 더 어려운 성격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날아다니다시피 하는 인물을 연기하는데 시동도 걸 줄 모르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며 자신만의 소신을 밝혔다. 이어 직접 모는 장면은 대역 배우들의 몫이었다며 손사레를 치던 김정은은 “타고 내리는 장면 만큼은 최대한 멋지고 섹시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미소지었다.무엇보다 3대 여성 히어로가 악당들을 ‘혼쭐’내는 모습은 안방 극장을 카타르시스로 가득 채웠다. 사랑스러운 순수 괴력 소녀 강남순과 재력과 힘을 이용해 모두에게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황금주와 진격의 할머니 길중간의 활약은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120% 충족 시켰던것.인터뷰 말미 김정은은 “ 내가 연기한 황금주의 대인배적인 면모를 잊지 않고, 현장에서 좋은 화합을 해가면서 다음 스텝을 밟고 싶다. 할리우드의 부름에도 달려갈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레드우즈)“다시금 내가 배우라고 생각하게 해준 작품입니다. 너무 바쁘던 시절도 있는데 결혼하고 외국에서 생활하는 시간도 길어지면서 점차 (연기에서) 멀어졌습니다.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좋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 피가 끓는 느낌이 들곤 했죠. 마지막 이라 싶을 정도로 모든 다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덤볐습니다.”‘강남순’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선보여졌고, 8개국(한국, 볼리비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페루, 싱가포르 등)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겁다.과거 SBS ‘파리의 연인’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 퀸으로 불리기도 했던 김정은은 “여성 캐릭터가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고 ‘백마 탄 왕자’에 의해 선택되는 것을 보며 ‘여성 캐릭터가 이렇게밖에 못 쓰이나’ 는 갈증이 있었는데 드디어 만났다”면서 “ 20대엔 주변에서 ‘코미디가 네 전공이야’란 말이 칭찬인 줄도 모르고 ‘다른 것도 잘 하는데요’라며 발끈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나만의 코미디의 소중함을 만끽했다”고 강조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29 15:31 이희승 기자

[기자수첩] 갈수록 집요해지는 '공룡 OTT' 비밀유지 룰

이희승 문화부 부장엠바고(일정한 시간까지 보도를 금지)가 걸려 있어 차마 밝힐 수 없는 당일 출장을 곧 떠난다. 알려진 정보는 집결 시간이 꽤 이르다는 것 뿐. 고로 장소조차 모른다. 휴대폰 촬영은 일체 금지되어 있고 현장으로 개별이동도 불가능함을 읍소하는 대대적인 공문과 양해문이 초대장에 적혀있다. 공룡OTT의 사내 규정상 밝힐 수 없음이 가늠되는 대목이지만 ‘굳이 이렇게 까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의 경우 비밀유지보안각서(NDA)를 쓰고 휴대폰에 특수 잠금장치를 해 현장 사진 조차 찍을 수 없게 만드는 건 이미 유명한 사실이지만 점차 강도가 세 지고 있는 모양새다. 드러난 보안유지 항목을 보면 출연자의 대본마저 당사자 말고 소속사와 공유할 수 없을 정도다. 아예 사전에 침묵각서를 받는 건 오래된 관행이다. 바늘 구멍 하나 들어갈 수 없는 이런 시스템은 국내 매니지먼트사들의 당혹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혹여나 대본이 유출될까 글자가 프린트된 원본 대본이 아닌 캡쳐된 시나리오를 받는다는 하소연도 있다. 얼마전 데뷔 연차가 30년에 가까운 한 배우가 다른 작품의 인터뷰 자리에서 에둘러 출연사실과 분량에 대해 끝까지 침묵하자 그 바닥의 시조새 기자와 언성을 높힌 에피소드는 꽤 오랫동안 회자됐다. 스타성과 유명세를 떠나 모두가 침묵해야 하는 룰을 지켜야 하는 출연자로서의 공식적인 입장과 어떻게든 이미 출연사실은 보도됐으니 역할 소개 정도만 해달라는 기자의 집요함이 빚은 촌극이었다. 올 상반기 이정재는 다른 행사 자리에서 ‘오징어게임2’의 질문을 받자 침묵 대신 유쾌한 대답을 내놨다. “제가 뭔가 말할 수 있는게 없다. 보안을 철저히 유지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히며 “하지만 제가  성기훈으로 나오는 것은 확실하다”고 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것. 현재 공개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라인업에는 이정재, 이병헌, 공유, 위하준, 임시완, 강하늘, 박성훈, 양동근, 박규영, 조유리, 김시은이 거론된 상태다. 2024년 공개를 목표로 촬영 중이다.이런 분위기는 다른 국내 OTT에게도 퍼지고 있다. 출연하는 배우의 소속사 입장에서는 작품의 리뷰와 스토리를 발빠르게 전달해야 하지만 그 시기가 과거와는 너무도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예전에는 예고편만 나와도 가능했던 각종 SNS, 유튜브 반응과 출연소감등에 제동이 걸리며  “지금 내보내면 곤란하다”며 제지를 거는 또다른 빅보스의 출연에 연예계 생태계가 술렁이고 있다. 감추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의 줄다리기는 불변이지만. 이희승 문화부 부장 press512@viva100.com

2023-11-29 14:07 이희승 기자

해외 영화제를 모두 휩쓴 화제작 '조이랜드', 드디어 국내 개봉!

평범한 남편이 춤에 몰두하면서 묘한 기류에 휘말리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조이랜드’의 포스터. (사진제공=(주)슈아픽처스)영화 ‘조이랜드’가 오는 12월 13일 국내 개봉을 확정짓고 메인 포스터와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 제75회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심사위원상, 퀴어 팜 2관왕 석권,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예비 후보 숏리스트 선정, 제39회 선댄스영화제,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공식 초청 등 수준 높은 국내 관객들을 만족시킬 ‘조이랜드’는 탈로맨틱화된 성장담이자, 가슴 아픈 러브레터다. 가부장제의 인적 희생을 치른 모든 여성, 남성, 성소수자(트랜스 젠더)에 대한 오마주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 유력 매체들은 “기막힌 각본과 연기, 걸작이다.”, “볼거리로 충만한 깊은 감동을 주는 색다른 차원의 영화다.”라고 평하고 있다.이번에 공개된 메인 포스터는 트렌스젠더 뮤지션 비바가 몇 년째 전업주부로 살다가 자신의 백댄서로 취직하게 된 하이더르가를 오타바이에 태우고 어딘가로 향하는 이미지가 궁금증을 자아낸다.이들의 흥미로운 여정을 예감케 하는 전체적인 색감 톤은 민트 계열로 바다로 향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매우 감각적인 색감과 놀라운 비주얼이 돋보인다. 특히 ‘나의, 설레지만 슬픈’이라는 카피는 메인 포스터의 이미지와 어우려져 영화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고조시킨다.한편 배급사측은 28일 “‘조이랜드’는 촬영계의 오스카라 불리는 에너가 카메리마쥬(Energa Camerimage)의 최고상이라 할 수 있는 황금개구리상(Golden Frog) 최종 후보에 오를만큼 탁월한 영상미와 감각적인 색감을 인정받은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28 12:40 이희승 기자

국내 '유일' 여성영화인 시상식, 올해는 몇 회일까?

여성영화인축제를 주최하는 (사)여성영화인모임은 여성영화인의 권익 옹호에 앞장서며 포용적이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영화계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주요사업으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을 운영하고 있다.(사진제공=사무국)배우 문소리가 (사)여성영화인모임이 주최하는 ‘2023 여성영화인축제’의 마이크를 잡는다.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여성영화인과 각 부문의 수상자의 발표를 앞둔 이번 행사는 올해로 24주년을 맞았다.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은 국내 유일의 여성영화인 시상식이다. 최고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공로상’, 지난해 제정한 ‘강수연상’과 제작자상, 감독상, 각본상, 연기상, 신인 연기상, 다큐멘터리상, 기술상, 홍보마케팅상과 더불어 올해는 신인 감독상 부문을 신설해 총 12개 부문에 상을 수여한다.수상자는 2022년 11월 6일부터 2023년 10월 31일까지의 극장 개봉작과 OTT 오리지널 영화를 대상으로 2023 여성영화인축제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후보선정위원회가 선정했다. 이중 연기상과 신인연기상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성영화인으로 구성된 (사)여성영화인모임 회원과 후보선정위원회의 의견을 종합하여 선정한다.‘2023 여성영화인축제’의 개최 소식과 함께 공개된 포스터는 특별히 영화 ‘69세’를 연출하고 ‘세기말의 사랑’의 개봉을 앞둔 임선애 감독이 디자인했다. 다양한 여성영화인의 모습과 함께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를 보는 시대, ‘시네마의 자리’에 대해 생각하는 의미를 담아 더욱 각별하다. 한해 동안 주목할만한 활약을 펼친 영화인들을 조명하는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은 시상식으로 진행되며 오는 14일 오후 7시 30분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28 12: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내 사위는 유해진 미니미여도 안돼"… '딸바보' 차승원의 연기인생

허세충만한 빌런에서 출발한 1편과 달리 날카롭게 진화한 ‘진짜 빌런’ 느낌을 화면 가득 살린 차승원. (사진제공=넷플릭스)이해영 감독이 만든 영화 ‘독전’의 속편이자 한국 최초의 ‘미드퀄’(전편의 중간 이야기를 다루는) 표방하는 넷플릭스‘독전2’가 화제다. 국내 공개 후 그 평가가 호불호로 극명하게 갈리는 중에도 해외에서의 반응은 뜨겁다. 극 중 재벌 태생으로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쓰고 종교적으로 할렐루야를 외치는 브라이언은 누가 봐도 반듯한 사람이다.타고난 근육질 몸매에 살짝 걸친듯한 하얀 수트를 입고 남자라면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칼단발도 소화했던 차승원은 자신을 마약계의 거장 ‘이선생’으로 우기다(?) 용산역에서 반시체인 상채로  발견된다. 온 몸이 불로 져진 채 발견된 브라리언의 생사는 ‘독전’이 개봉된 2018년부터 520만명 관객들이 궁금해 하던 사안이다.차승원이 ‘독전2’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1편에 비해 다각적이다. 아시아 마약 비즈니스를 접수하려는 브라이언 역을 맡아 중국 마약계의 거물 큰칼과 협상을 시도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솔직히 2편은 브라이언이 마무리를 잘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여한 작품입니다. 이선생을 연기하는 배우를 공개된 작품으로 처음 봤을 정도로 왈가왈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요. 국내 관객들의 반응? (조)진웅이가 말했듯이 ‘이미 나한테서 떠난거고 다시 찍을 수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순도 99.9%의 마약을 둘러싸고 여전히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조진웅)와 사라진 락(오승훈), 다시 나타난 브라이언(차승원)과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에서 온 큰칼(한효주)의 독한 전쟁을 그린 범죄 액션 ’독전2‘는 두기봉 감독의 ’마약전쟁‘에서 출발한 영화다. 전작인 ’독전‘은 국내에서 520만명이 극장을 찾았고 마지막 총성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대해 감독판까지 개봉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차승원이 말하는 브라이언은 ’죽음까지 간 사람‘이다. 그는 “사람이 뭔가 큰 일을 겪게 되면 변화가 있듯 뭔가 득도한 듯한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독전2‘에서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카리스마는 여전하지만 헐벗고 구부정하다. 살의 1/3이 락(오승훈)에 의해 타들어간 탓에 목소리는 갈라지고 늘 메말라있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정보와 재력, 약의 재료까지 갈아넣어 복수의 칼날을 간다. 차성원은 “아마도 브라이언은 결국 마약계에서 1인자로 군림했을 것”이라고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사실 나름의 멋을 조금 더 갈아 넣어 연기했죠. 미드퀄이라는 게 처음 접해보기도 했지만 이런 방식이 변수도 많고 힘든 거라 배우로서 도전적인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준비한 건 모두 다 해본 작품이라 후회는 없어요.”독전2 (사진제공=넷플릭스)그는 전작 ’낙원의 밤‘에서 악랄하고 잔인했던 마이사 역할을 예로 들며 “그 캐릭터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다면 이 작품은 누가 봐도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무모하고 현실적이지 않은 건 원호도 마찬가지라 브라이언도 그 연장선이라고 봤어요. 20대부터 봐 왔던 백종열 감독의 작업 스타일이 워낙 스피디하고 심플한 걸 아니까 그다지 버겁지 않았던 현장이 저에겐 행운이었고요. 다만 극장에서 1편을 본 관객들이 넷플릭스라는 OTT로 2편을 보는 아쉬움과 기쁨이 교차하긴 합니다.”거의 대부분 휠체어에 앉아서 펼치는 ‘독전2’에서의 그의 연기는 사실 지독히 꼼꼼하게 동선을 따지고 배에 쥐가 날 정도로 계산된 결과물이다. 육체는 무너졌지만 욕망은 더욱 차오른 눈빛이야말로 차승원이 2편의 실질적인 주인공임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최근 병문안을 갔더니 환자들 특유의 아파하는 소리가 있었다. 그것을 참고했다”며 캐릭터 구축 과정을 설명했다.데뷔 이후 최저 몸무게인 73kg를 유지 중이라는 그는 “체중에는 정체기가 분명 있다. 그것을 견뎌야만 한다”며 빠른 다이어트 비법에 대해 일갈하는 모습이었다.(사진제공=넷플릭스)고인이 된 김주혁의 배다른 동생으로 등장해 영화를 씹어먹는 큰칼 역할의 한효주에 대해서도 “자신이 해야 할 몫을 잘 알고 해내는 배우다. 유독 이 작품에서는 모두가 힘들었을텐데 티내지 않으면서 작품을 위해 서로의 모든 걸 갈아 넣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차승원은 딸의 소원으로 집안에 들이게 된 반려견 두 마리의 사진을 보여주며 무던하게 바뀐 자신의 일상을 들려줬다. 늘 깔끔하고 정리 위주의 삶을 사는 탓에 ’동물은 모두 집 밖에서 키운다‘는 반평생 고집을 버리게 된 변화에는 스스로 놀라는 중이다. “예전엔 시기 질투도 많고 모든 댓글과 반응을 찾아보기도 했어요. 요즘엔 하루 이틀 정도 ’나에 대해 부정적인 말은 없나?‘를 찾아보는 걸로 끝내요.(웃음) 물론 뾰족한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뾰족한 마음도 쓸만할 때 써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었죠. 직업은 직업대로 바쁘지만 개들 유치원 데려다주고 집안 정리에 살림에 정신없다니까요. 구태여 에너지를 엉뚱한 데 쓰지 않기로 한거죠.”차승원은 올해 ’나불나불‘ ’핑계고‘와 tvN ’형따라 마야로‘에 출연하며 예능으로 특화된 자신만의 매력을 뽐낸터. 그는 “내년쯤 ’삼시세끼‘를 다시 할 것 같다. 10년차인데 이쯤 되면 할 때도 됐다”며 웃었다. “개인적으로 힐링을 하는 순간은 아니에요. 작품을 할 때처럼 치열하거든요.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연구합니다. 저와 유해진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기는 못하는 성격이라서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27 18:30 이희승 기자

['다'리뷰] 영화 '아무도 모른다'에서 멈춰졌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괴물'로 돌아왔다!

찬란하고 애틋한 두 소년의 감정은 영원히 푸릇푸릇하게 박제되어 영화 속에서 숨쉴테니 그나마 다행이다. (사진제공=NEW)돼지의 뇌를 이식한 인간을 과연 우리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생명은 유지되더라도 돼지처럼 행동할거란 가정도, 생각도 어쩌면 편협한 고정관념일지 모른다. 과학적으로도 돼지의 지능이 상당히 높게 나왔다는 연구결과도 있지 않은가.영화 ‘괴물’은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영혼은 잠식된 다양한 군상들이 나온다. 일본의 거장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대놓고 ‘인간의 마음이란 게 있는가’라고 되묻는다. 늘 가족을 화두로 내세웠던 그의 시선은 이번에도 혈연이란 테두리 안에서 가해지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아우른다. 여기에 교권추락과 아동학대, 사회적 약자를 보는 편협한 눈까지 더해서 관객들의 마음을 보는 내내 어지럽힌다.영화 초반, 불안하게 집으로 향하는 한 소년의 불안한 발걸음이 화면 가득 잡힌다. 그 시각 싱글맘인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와 불타는 건물을 바라본다. 그곳 유흥업소에 초보 선생님이자 담임인 호리(에이타)가 출몰했다는 소문을 엄마들에게 통해 들었기에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인생작으로 평가될 영화 ‘괴물’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NEW)일찍 아버지를 잃었지만 누구보다 반듯했던 미나토가 변한것도 이 즈음이다. 심약한 아들이 고백한 바로는 호리 선생의 거친 언행이 있었고 이 사실을 증언해준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가 사실은 미나토에게 괴롭힘을 당한 당사자임을 알게된다.카메라는 엄마의 시선에서 뭔가 불안하고 숨기기 급급한 학교의 안일함을 대비시킨다. 그 사이 미나토는 달리는 차안에서 뛰어내리고, 늘 산 밑 어딘가를 배회하며 불안한 모습을 연일 이어간다. 중반부터는 호리 선생의 입장이 전개된다. 자신 역시 싱글맘 밑에서 자랐기에 누구보다 평등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지만 수줍고 비밀이 많은 미나토와 유독 부딪힌다.영화에서 그는 책과 잡지에서 발견된 오타를 출판사로 보내는게 취미인 자로 잰듯 반듯한 인간이다. 또래보다 작고 마른 요리가 반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걸 알면서도 직업적으로 그가 해줄 수 있는거라곤 방관 뿐이다. 수십년간 학교에 근무한 동료 선생님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학생들은 날이 갈수록 지능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그 뒤에는 유독 예민하거나 아예 방관하는 부모들이 바로 ‘괴물’들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사건을 인정하고 수습하기 보다 최대한 두리뭉실한 상황에서 고개를 숙이고 사죄를 하는 것으로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한다.일본의 연기파 배우 다나카 유코가 보여주는 무기력한 교장 선생님의 모습은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와닿는다. 시대와 나라를 넘어 조직이 개인에게 강요해왔던 희생의 정도와 잔인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진제공=NEW)하나의 사건에 각자의 시각이 시간차로 전개되는 영화 속에서 백미는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다. 얼마전 사고로 손녀를 잃은 아픔을 겪은 그는 미나토에게 “몇 몇 만 아는 기쁨을 사람들은 행복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모두가 느끼는 감정을 부르는 단어”라는 말로 두 소년의 감춰진 비밀을 영원히 묻어둘 것을 당부한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미나토와 요리의 ‘우정과 사랑사이’는 그래서 더욱 아련하고 찬란하다. 떠난 아내를 원망하며 아들을 학대했던 요리 아버지, 자신이 알던 아들은 아니었지만 뒤늦게 그 상처를 발견하고 절규하는 미나토의 엄마, 두 소년의 진심을 알고 기꺼이 사과하러 달려가는 호리 선생님등 ‘괴물’속 어른들은 결코 보호자가 아니다. 무능하고 심지어 가해자로 군림한다.22일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취재진과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누구도 가해하려 하지 않지만 해를 받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하고 당연한 듯 하기 때문에 더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부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겨나는 가해와 피해의 양상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故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감독의 유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한마디로 유려하다.불편한 감정이 켜켜하게 쌓이다가도 엔딩에 흐르는 멜로디와 두 소년의 질주를 통해 모든게 완성된다. 일본 영화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대감독을 기꺼이 추앙해야 한다. 제76회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괴물’은 오는 29일 개봉한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23 17:15 이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