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기자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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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 = 아랍권 주요 작가인 타예브 살리흐 대표작의 국내 첫 번역본. 소설속 화자는 수단 나일강둑에 위치한 고향으로 시 공부를 위한 7년간의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다. 어느날 영어로 시를 읊는 낯선 중년 남자를 만나 호기심을 갖게 된다. 이후 그가 알게 된 그 무스타파의 이력은 사뭇 충격적이다.하르툼에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읜 무스타파는 학생 시절 뛰어난 영어 실력으로 카이로 유학에 이어 영국 런던까지 진출한다. 영리한 무스타파는 뭇 여성들의 호기심과 동정심, 동경을 이용해 이들과 화려한 여성 편력을 이어가지만, 그 끝은 하나같이 비극적이어서 두 처녀를 자살하게 만들고 한 유부녀를 파멸로 이끌었으며, 스스로 아내를 살해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작가는 무스타파의 비극을 통해 식민주의적 정복의 전복을 꾀했지만, 검은 백인으로서 허위의식을 끝내 벗어던지지 못했던 자의식을 다룬다. 이는 베니스에서 권력의 핵심에 이르렀지만, 결국 진정한 검은 백인은 되지 못했던 오셀로의 비극과도 같다.이 작품은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 등과도 종종 비교된다.이상숙 옮김. 아시아. 200쪽. 1만2천원.▲ 대프니 듀 모리에 = 20세기 중반 서스펜스물의 거장으로 불린 여류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대표작 9편을 모은 단편 모음선.앨프리드 히치콕의 ‘레베카’, 니컬러스 뢰그가 연출한 ‘지금 쳐다보지 마’ 등이 그녀의 원작에 기반했다.듀 모리에 서스펜스의 특징은 정교한 내러티브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수수께끼의 두 자매를 바라보는 한 평범한 남자가 스스로 이성의 분별을 유지하지 못한 채 악몽과 같은 상황에 빠지게 되는 ‘지금 쳐다보지 마’, 눈 수술을 받은 환자 시력이 원상회복할 수 있을지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푸른 렌즈’ 등 작가가 쳐놓은 그물망에 빠지는 독자들은 숨 가쁜 가위눌림을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  이상원 옮김. 현대문학. 380쪽. 1만2천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4-07-31 09:13 김동민 기자

'트라이앵글' 김재중 "망사 속옷이라도 입으려 했어요"

'트라이앵글' 김재중.(연합)배우 김재중(28)이 30일 인터뷰 장소인 강남 신사동의 한 카페에 나타난 시간은 예정보다 20분 가까이 넘어서였다.전날 MBC드라마 ‘트라이앵글’ 최종회 방송 직전까지 일한 김재중은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한 바람에 결국 방송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몇 달치’ 밀린 잠 때문에 겨우 몸을 일으켜 인터뷰 장소에 나온 김재중은 “촬영 일정이 정말 빽빽할 때는 100시간 동안 3시간 잤다”고 털어놓았다.‘트라이앵글’은 부모를 잃고 흩어진 3형제가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다가 20년 만에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드라마는 ‘형제의 엇갈린 운명’이라는 전형적인 설정으로 평가를 받지 못한 가운데 절대적인 시청률도 높지 않았다.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3류 인생을 사는 건달 허영달로 분한 김재중은 아이돌 연기력에 회의하는 사람들이라도 그의 노력에는 물음표를 던질 수 없을 정도로 성실히 임했다.특히 극 초반 김재중이 용 무늬 빨간색 팬티만 걸친 채 도심을 달리는 장면은 그의 각오가 남다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김재중은 “PD가 당시 망사 속옷을 입고 달리라고 하면 망사라도 입자고 마음먹었다”면서 “대중에게 어떤 모습은 좀 보여주기 어렵겠다, 같은 생각은 모두 허물고 임했다”고 설명했다.그는 사실상 생방송 수준으로 시간에 쫓겨가며 제작된 ‘트라이앵글’을 이끌어 나가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너질 것 같은 순간들이 많았지만 힘을 짜냈다고 했다.“워낙 촬영 분량도 많고 모든 캐릭터와 부딪치는 역할이었지만 사람들을 만날 때 ‘나 죽겠다’는 소리를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초조해지면 다른 배우들도 그럴까 봐 웃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트라이앵글’은 SBS ‘보스를 지켜라’(2011)와 MBC ‘닥터진’(2012)에 이어 그가 도전한 세번째 드라마이면서 진정한 의미에서 첫 주연작이었다.그는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연기 수업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드라마를 앞두고 만난 배우 최민식(52)과의 술자리가 그 계기가 됐다.  “최민식 선배가 연기 수업을 해주시길 기대하고 만났는데 그냥 술만 마셨어요. 술 마신지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분위기가 좀 달아올랐을 때 선배가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최민식은 김재중에게 “요즘 드라마가 조금 인기를 얻으면 그 배우 연기가 좋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게 어디 있나. 나는 연극, 드라마, 영화 수없이 하면서도 작품 끝나고 나면 연기 진짜 ‘뭣 같이’ 했네, 라고 한탄한다”고 말했단다.“지금 너가 연기를 못 하는 건 당연한 거다. 연기 경력으로는 너보다 10,20년 선배들도 못한다. 죽을 때까지 연기는 배워야 하는 거다. 부담을 갖지 마라, 대신 혼자서 미친 듯이 연습해야 한다”는 게 연기 대선배의 이어진 조언이었다.김재중은 “최민식 선배를 만나고 나니 연기를 배워서 영화로나 드라마로 표현하는 데 부담을 갖기보다 일단 내 식으로 하자고 생각했다”면서 “선배를 만나지 않았다면 정말 큰 부담을 갖고 연기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드라마를 막 끝낸 지금 본인 연기는 어떻게 평가할까.“연기에 대한 점수를 어떻게 매길 수 있겠어요. 다만 아쉬운 점은 워낙 여유가 없으니 점점 만족할 만한 컷을 만들어 가기보다는 괜찮은 정도의 컷은 거의 방송으로 내보낸 것 같아요.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고 싶었는데 그럴 여유가 없었어요.”그는 “그래도 ‘트라이앵글’은 성취감이 남다른 작품”이라면서 애정을 나타냈다.김재중은 같은 JYJ 멤버인 김준수(26)와 박유천(28)도 이번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특히 박유천은 한 회도 빼놓지 않고 생방송으로 챙겨봤다고 했다.“유천이가 두 달 전쯤 스트레스 받은 일이 있었어요. 그때 어느 날 갑자기 유천이가 전화해서는 ‘형이 출연한 드라마를 보면서 스트레스 푼다’고 하더라고요. 준수는 (양아치 연기에) ‘저거 형 아니야?’라고 했어요. 하하하.”김재중은 자신이 한때 몸담았던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인 정윤호(28)가 전날 자신에 대해 언급한 발언들을 보도한 기사를 이미 봤다고 했다. 정윤호는 ‘트라이앵글’ 후속작인 ‘야경꾼 일지’에 출연한다.“윤호야, 난 잘 지내고 있다”며 운을 띄운 김재중은 “윤호가 사극에 처음 출연하는 것일 텐데 사극 촬영은 정말 힘들다”면서 “예전에 같이 활동할 때 윤호가 탈수증에 걸린 적이 있었다. 윤호가 물 잘 챙겨 먹고 잘 조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JYJ는 최근 발표한 정규 2집을 기념해 아시아 8개 도시 투어에 나선다. 김재중은 배우와 가수 중 어느 쪽에 더 매력을 느낄까.그는 “좋아하는 걸로 따지면 가수이지만 재미있는 건 배우인 것 같다”면서 “아직 새로운 게 많아서 연기 경험을 할 때마다 재미있다. 물론 그렇다고 가수로서 안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김재중에게 마지막으로 ‘트라이앵글’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각각 물었다.“잃은 것이라고 하면 제 기대수명이 2년 정도 확실히 단축된 것 같아요. 하하하. 얻은 것은 정말 많았죠. 사람들도 얻었고 드라마의 진짜 주연은 처음인데 주연 배우 입장이 되니 PD와 스태프, 각 배우가 어떤 상황인지 보이더라고요. 촬영하면서 생각도 많아졌어요.”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4-07-31 09:12 김동민 기자

[신간] 마키아벨리, 시민정치의 오래된 미래·군주론 이펙트

▲ 마키아벨리, 시민정치의 오래된 미래 = 박홍규 지음.고흐, 고야, 카프카, 니체 등 다양한 인물의 평전을 집필해 온 박홍규 영남대 교수가 쓴 마키아벨리 평전이다. 마키아벨리가 오늘날 우리가 지향하는 시민정치의 원형을 제시했다는 관점에서 그의 사상과 생애를 조명했다.16세기 도시국가 피렌체와 군주제라는 시대적 제약 속에서 이뤄진 사유이긴 하지만, 결국 자유로운 시민의 자치를 군주제의 틀 안에서 실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현실주의적 이상주의’로 평가한다.이런 시각에서 저자는 마키아벨리즘을 ‘협잡이나 기회주의의 합리화’ 정도로만 해석해 현실에 적용하는 오늘날 한국 정치권의 마키아벨리주의자들을 비판한다. 그들이 전범으로 삼는 것은 마키아벨리의 진심이 아니었으며, 그가 꿈꾼 이상적 정치의 핵심은 자유롭고 용기있는 시민의 정치참여에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필맥. 412쪽. 1만4천원.▲ 군주론 이펙트 = 필립 보빗 지음. 이종인 옮김.마키아벨리를 ‘근대국가’라는 새로운 정체(政體)의 탄생을 내다본 인물로 해석한 책이다. 영국 출판사 애틀랜틱북스가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명저 10권을 선정해 소개하는 ‘10 그레이트 이펙트’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다.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인 저자는 백악관, 국무부, 국가안보위원회 등에서 고위직을 역임하고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를 모두 경험했다.저자는 그간 연구자들이 마키아벨리의 저작에서 일부 문장만을 발췌, 자신들의 관점에 맞춰 그를 해석했다고 지적하면서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를 연계해 마키아벨리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그는 ‘군주론’이 통념과 달리 처세술 교과서가 아니며, 혼란기에 새로운 국가를 건설할 역량을 지닌 새로운 군주에게 필요한 측면을 제시한 책이라고 주장한다.아울러 마키아벨리가 생각한 이상적인 정체는 먼저 강력한 군주가 국가를 건설하고, 이어 그 국가의 권력을 공화정에 이양하는 것이었으므로 군주의 힘을 강조한 ‘군주론’과 공화정을 옹호한 ‘로마사 논고’는 모순되는 저작이 아니라고 설명한다.세종서적. 328쪽. 1만5천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4-07-31 09:11 김동민 기자

블록버스터 영화와 드라마, '조선'에 빠지다

조선 초·중·말기 다룬 사극 영화 세 편 잇달아드라마는 조선 건국과 영·정조 시대 조명 활발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조선의 역사를 담으려는 시도가 경쟁하듯 불을 뿜고 있다. 사료가 풍부한데다 일반 관객과 시청자들에게도 친숙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대중문화계는 바야흐로 조선왕조 붐이다.◇ 영화를 보면 ‘조선’이 보인다여름 극장가는 그야말로 조선 열풍이다. 각각 200억 원 가까운 제작비가 든 세 편의 블록버스터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이다. 각각 초기, 중기, 말기로 나눠서 볼 수 있을 정도다. 이처럼 여름 성수기에 대작 사극 세 편이 격돌하는 건 처음.시대적으로 가장 앞선 건 가장 늦게 개봉하는 ‘해적: 바다로 간 산적’(8월6일 개봉)이다. 김남길·손예진 주연의 ‘해적’의 무대는 여말선초. 이성계의 위화도회군(1388)을 첫 장면으로 내세웠다. 김남길은 위화도회군에 반발해 산적이 된 ‘장사정’역이다.시대에 대한 고민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시대적 상황을 말 그대로 병풍처럼 배경으로 둘러쳤다. 시대를 배경으로 액션과 산적과 해적이 보여주는 코미디에 치중한 작품이다.이석훈 감독은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역사에 상상을 가미한 점, 굉장히 유쾌한 점, 다양한 액션이 있다는 점이 다른 한국 영화들과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30일 개봉한 ‘명량’은 조선 중기의 일대 사건 임진왜란(1592~1598년)을 배경으로 했다. 이순신이라는 희대의 천재가 왜군을 소탕하는 과정을 담았다. 우리 역사에서 ‘성웅’이라 칭송받는 유일한 장군이라는 점에서 그를 묘사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터.이 때문에 ‘해적’과는 달리 드라마 전개가 느리고 극의 톤은 무겁다.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처한 이순신의 고뇌와 결단에 방점을 뒀다.김한민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진정성을 담아 최대한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려 했다. 역사적 틀을 유지한 채 상상력을 발휘했다. 상상도 개연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명량’이 일종의 영웅 사관에 기반을 둔 영화라면, 윤종빈 감독의 ‘군도: 민란의 시대’(7월23일 개봉)는 그와는 반대되는 민중사관에 굳건히 뿌리박고 있다.세도정치의 폐해가 극에 달했던 철종 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이 영화는 낮은 계급의 사람들이 힘을 모아 가렴주구(苛斂誅求) 하는 양반들을 몰아낸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의적 패거리의 선봉장 도치(하정우)가 어느 정도 극을 이끌지만 완벽한 원톱 주연은 아니다.윤종빈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위대한 영웅 한 명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지 않는다. 여러 사람의 공통된 뜻이 세상을 진보시킨다”고 말했다.◇ 조선의 전성기에 빠진 TV 드라마영화뿐 아니라 TV에서도 조선왕조는 주요 소재다. 오는 9월 중순 방영될 SBS의 ‘비밀의 문’은 강력한 왕권을 지향하는 영조와 신분의 귀천 없이 공평한 세상을 주창하는 사도세자 간의 갈등을 다룬 드라마다.한석규가 영조 역에 캐스팅됐으며, 군에서 제대한 이제훈이 사도세자로 분한다. 2012년 영화 ‘파파로티’에서 호흡을 맞춘 한석규와 이제훈의 시너지가 벌써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SBS는 “‘비밀의 문’은 조선왕조사에서 가장 참혹했던 가족사에다 의궤에 얽힌 살인사건이라는 궁중미스터리를 입혀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표면적으로는 번영을 누렸지만, 왕권과 신권이 끊임없이 대결했던 영·정조 시대는 그간 드라마와 영화의 주요 소재였다. 현빈 주연의 영화 ‘역린’, MBC 드라마 ‘이산’ 등이 이 시대를 조명한 바 있다.전반적인 사극의 유행 속에 그간 드라마에서 유행했던 퓨전 사극대신 정통 사극을 앞세운 사극도 등장했다.조선 건국 과정에서 벌어진 피비린내 나는 암투를 다룬 ‘정도전’은 마지막회까지 1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상반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태조 이성계나 태종 이방원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는 많았지만, 역사의 패자(敗者)로 기록된 정도전을 앞세운 드라마가 성공한 건 이례적이라고 할 만하다.정도전은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비밀조직 ‘밀본’의 창시자로 여러 차례 거명되지만, 실제 등장하진 않았다.드라마뿐 아니다. 역사와 이야기의 만남을 표방한 KBS 시사교양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은 정조 편을 다룬 첫회를 시작으로 조선의 역사를 차근차근 훑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사극은 중장년층부터 젊은 층까지 많은 관객과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아온 장르”라며 “특히 조선의 역사는 우리나라 역사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져 대중에게 친숙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제작진이 선호하는 것 같다”고 했다.그는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고, 현실에 대한 풍자도 곁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사극은 대중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라며 “다만, 과거 사실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상상력 깃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민 기자7000-ja@viva100.com

2014-07-31 09:11 김동민 기자

"교황집전 광화문 시복식 메시지, 신앙·화해·용기"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총무 류한영 신부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총무 류한영(57) 신부가 24일 서울 중곡동 사무실에서 8월16일 교황 프란치스코가 집전하는 윤지충 바오로 등 순교자 124위 시복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오는 8월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교황 프란치스코의 집전으로 한국천주교 순교자 124위의 시복미사가 열린다.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킨 순교자들이 성인 이전 단계인 복자(福者)로 추대되는 것이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시복, 어떤 의미가 있을까.“시복은 정치범으로 몰려 처형된 무고한 순교자들의 숭고한 행위가 헛되지 않고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졌음을 선포하고 오해받은 역사를 바로잡는 겁니다. 순교자들이 박해자를 증오하지 않고 기꺼이 죽음을 맞은 정신을 살려 유교와 천주교가 화해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2000년 시복 청원인에 임명돼 줄곧 실무 총책임자로 일해 온 한국천주교 주교회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총무 류한영(57) 신부는 이렇게 설명했다.류 신부는 지난 24일 주교회의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순교자들은 박해자들을 미워하지 않고 용서했다. 오히려 박해를 고통스런 죽음이 아니라 신앙의 완성 단계로 보내준다고 생각했기에 일말의 증오심도 없었다”고 말했다.신자들 누구나 공경하고 신앙의 본보기인 복자로 추대하는 시복은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처음 시작부터 보통 20년이 걸린다. 지역교회 준비 작업이 10년, 교황청 심사가 10년이다.124위의 경우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기간이 크게 단축됐다. 교황청 시성성 심사가 5년 만에 끝났다. 성덕 심사와 기적 심사를 거치는데 순교자는 죽음 자체를 기적으로 봐서 기적 심사를 생략한다.이번에 시복되는 124위의 대표 순교자는 전라도의 유명한 양반 가문 출신인 윤지충(1759∼1791)이다. 유교식 제사를 거부했다가 한국천주교에서 최초로 참수형을 당했다. 그는 “육신의 부모보다 더 높은 부모, 임금보더 더 높은 임금인 하느님을 섬기기 때문에 그의 명을 거절할 수 없다”고 했다. 천주교에서 말하는 ‘대군대부’(大君大父)다.류 신부는 “당시에는 제사 문제로 논쟁이 붙었다. 실학사상의 배경이 된 유교 제사의 조상신 숭배, 허례허식 논란이었다. 천주교 신자들은 살아 계실 때 잘하는 게 도리이지 돌아가시고서 아무리 성대하게 한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류 신부는 다산 정약용의 형이자 ‘한국천주교 평신도 교부’로 불리는 정약종, 천민 출신으로 천주교의 평등사상을 지상의 유토피아로 여겼던 황일광, 수도자 생활을 꿈꾸며 세계적으로도 드문 동정부부였던 유중철·이순이를 대표적 순교자로 꼽았다.최초로 한국에 파견된 가톨릭 선교사인 중국인 주문모 신부와 그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왕족들에까지 복음을 전했던 강완숙도 이번에 시복된다. 주문모 신부는 박해를 피해 고국으로 피신하다 “순교로써 신자들의 죽음을 막겠다”며 황해도에서 자수했다.한국천주교의 순교자는 1만여 명으로 추산된다이들 가운데 최초의 한국인 신부인 김대건 신부 등 103위가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으로 시성됐다. 이벽 요한 세례자 등 133위와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등 81위, 한국인 2호 사제 최양업 신부의 시복 작업도 진행 중이다.시복식 장소를 서울 도심에서도 한복판인 광화문으로 정한 것을 두고 천주교 안팎에서 논란이 있다.천주교가 공식 초청한 인원만 20만 명이며, 실제 참석 인원은 50만에서 최대 100만 명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장소 논란의 쟁점은 천주교가 과연 한국 종교와 사회 전체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가, 소박하고 검소한 교황의 뜻을 존중했는가, 경호와 안전 문제, 행사와 상관없는 시민들의 불편을 감안했는가 하는 점이다. 한마디로 보여주기 행사 아니냐는 거다.천주교 안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장소 결정에만 석 달이 걸렸다고 류 신부는 전했다.“광화문을 결정한 건 역사적 상징성 때문이었습니다. 순교자들의 피와 땀, 눈물이 배어 있는 형조와 우포도청, 의금부 터 등이 근처에 있고 서소문 순교성지도 가깝습니다. 광화문은 바티칸의 시복식 장소인 베드로대성당 앞 ‘화해의 거리’와 구조가 비슷하다는 의미도 있고요.”류 신부는 “잠실체육관 같은 곳도 검토했지만 교황이 집전하시는데 좀 그렇지 않느냐 하는 목소리도 솔직히 있었다”며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도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여러 논란과 어려움에도 광화문 시복식이 성사된 데는 자신의 안전에 신경 쓰기보다는 가급적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교황의 스타일도 작용했다고 한다.오늘날 순교라는 단어는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다.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규정된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순교는 올바른 일과 남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내주는 일입니다. 순교자는 자기를 죽인 사람조차 증오하지 않고 용서했습니다.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거나 비굴해지지 않는 용기를 갖는 것, 이해관계와 사상의 차이를 초월해 화해의 정신을 회복하는 게 순교가 주는 가르침 아닐까요?”성당이든 교회든 갈수록 부유층, 식자층 중심으로 돌아가고 돈을 중시하는 한국 기독교의 현실이 순교자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곧 한국을 찾는 교황 프란치스코도 끊임없이 가난한 교회를 강조한다.류 신부는 “부자들이라고 해서 신앙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다만 공동선을 위해 물질을 어떻게 쓸지가 중요하다”며 “가난하게 살면서도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풀다 간 순교자들을 생각하면서 물질문명에 빠져드는 우리를 경계하고 반성하고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4-07-28 14:22 김동민 기자

"세월호 유족이 준 목걸이 걸고 그들 생각하며 연주했죠"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자매가 24일 오후 제11회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곡을 연주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개막 공연 전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세월호 수습 과정 등에서 숨진 이들을 위한 추모곡으로 러시아 작곡가 안톤 아렌스키의 피아노 삼중주 D단조 '비애'(Elegia)를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함께 연주하고 있다. 이 곡은 아렌스키가 친구인 첼리스트 칼 다비도프의 죽음을 애도하며 만든 작품이다.(연합)“지금 가장 안타깝고 애처로운 사람들은 세월호 아이들의 부모님들이에요.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연주했습니다.”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6)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째가 되던 지난 24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언니인 첼리스트 정명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함께 세월호 추모곡을 연주했다. 그가 공동예술감독을 맡은 제11회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저명 연주가 시리즈’ 개막공연에서다.공연 이튿날인 25일 콘서트홀 연습실에서 만난 정경화는 “간 사람들은 모르지만 남은 사람들은 숨 쉴 때마다 뼈저리게 아프다. 위로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정경화는 지난 5월 명동성당과 지난달 예술의전당 음악회에서도 세월호 추모곡을 연주했다. 지난달과 이달에는 한 차례씩 경기도 안산에서 세월호 추모음악회를 열었다. 첫 안산 공연 때는 세월호 생존자와 희생자 유가족도 초청했다. 이때 연주했던 곡 ‘내 영혼 바람 되어’는 디지털 싱글 음반으로도 내놨다.“세월호 소식을 들었을 때 한국에 있었어요. 말도 못하게 충격을 받았죠. 안타까운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요. 그래서 6월에 모든 상황이 정지된 안산에 가서 연주한 거에요. 직접 가족들을 만나서 위로하고 싶었거든요.”그는 “음악으로 유가족들과 혼과 혼을 주고받았다”라고 했다.“음악은 혼을 움직이죠. 가족분들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음악의 힘은 이처럼 깊어요. 그래서 나눌 수 있는 만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은 지금 위로와 격려가 필요해요.”대관령국제음악제 개막공연에서 추모곡을 연주할 때 정경화의 목에는 조그만 노란 리본이 걸려 있었다. 지난달 안산 연주 때 한 유가족에게서 받은 목걸이였다.“유가족 한 분이 공연 후에 목걸이를 주셨어요. 작은 병에 노란 리본을 넣어 줄을 단 것이죠. 그 후로 그 목걸이를 악기 케이스에 넣고 다녀요.”그는 “이 아이들이 뜻 없이, 헛되게 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우리 사회에 ‘정신 차리고 일어나라’고 말하는 경고음을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일은 우리가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할 몫이에요.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 결과 아닙니까. 무엇보다 생명이 제일 중요해요. 특히 어린 생명이요.”그가 계속해서 세월호 참사에서 마음을 거두지 않는 것은 최근 그의 최대 화두가 ‘나눔’이라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저는 그동안 세계의 최고 오케스트라와 지구촌 제일의 음악당에서, 지휘 거장들과 연주를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면 결국 남은 것은 딱 한 가지에요. 제 음악을 사람들에게 온 정성을 다해 바치고 대화한 것이지요. ‘정경화, 정경화’ 하지만 이름은 시간이 가면 소용이 없어요. 물질적인 성공도 오래가지 못하지요.”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바이올린을 손에서 놓았다가 2011년 다시 돌아온 ‘바이올린 여제’는 자선 음악회 등을 통해 전성기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하며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왔다.지난달 아프리카 르완다 어린이를 돕기 위한 음악회를 열었던 그는 내달 26일에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르완다를 직접 찾아 연주회를 한다.“처음 가는 것이어서 기대돼요. 일단 가봐야 무엇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알 수 있잖아요. 여러 가지 곡을 다양하게 섞어서 연주하려고 합니다.”음악 영재 육성도 그의 관심사 중 하나다.“내가 받은 것을 어떻게 다시 돌려줄지 생각해왔어요. 그래서 어린 영재들을 돕는 일을 추진하고 있죠. 아이들이 너무 커리어에 매달리지 않고 숨을 쉬면서 음악을 할 수 있었으면 해요. 깊이가 있는 예술을 할 수 있는 연주자들을 키워내는 것이 꿈입니다.”정경화는 오는 12월 2일에는 영국 런던 로열페스티벌홀에서 유럽 복귀 무대에 오른다.“처음에는 ‘그냥 해보자’ 했는데 한두 달 후에 갑자기 ‘내가 정신이 좀 나갔었구나!’ 싶더라고요. 이 나이에 가서 한다는 것이…하하. 그래서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굉장히 뜻있는 날이 될 것입니다. 페스티벌홀은 1970년대부터 하도 많이 섰던 무대라 마치 안방 같거든요. 그 무대에 다시 서게 돼 정말 감개무량합니다.”“연주 때마다 악기에 모든 혼과 정성을 쏟아넣는다”는 정경화는 “그 소리는 저의 목소리”라고 했다.김동민 기자

2014-07-28 14:22 김동민 기자

김태용· 탕웨이 커플 12일 스웨덴서 결혼

김태용(45) 감독과 중국의 여배우 탕웨이(35)가 결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5일 김 감독 소속사 영화사 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2일 스웨덴 포뢰섬의 베리만 하우스 앞마당에서 결혼했다. 결혼식에는 베리만영화제 집행위원장 부부가 증인으로 참가했으며 다음날 현지 사람들과 조촐한 축하자리를 가졌다. 스웨덴 가수 안드레아스가 참석해 축가를 불렀고, 트위터에 결혼 사진을 올린 요나스도 함께 했다. 봄은 보도자료를 통해 “스웨덴 포뢰섬은 탕웨이가 오랫동안 방문하길 꿈꿔온 곳으로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생지”라며 “김태용 감독도 감독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베리만 하우스’에 도착한 두 사람은 베리만 감독을 기리는 의미로 즉석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식 결혼식은 양가 가족만 모여 음력 기준으로 8월에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마치고 지난 24일 탕웨이의 광고 촬영차 호주 시드니에 도착했다.  봄은 공항에서 탕웨이가 휠체어를 탄 이유와 관련해 “이전에 발목 골절상을 입은 것이 아직 완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량차오웨이(梁朝偉·양조위)와 호흡을 맞춘 ‘색, 계’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탕웨이는 2009년 개봉한 ‘만추’에서 김태용 감독과 호흡을 맞추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친구로서 좋은 관계를 맺은 탕웨이와 김태용은 2012년 한 차례 열애설에 휩싸였으나 이를 공식부인했고, 그로부터 약 2년 후인 지난 2일 깜짝 결혼 소식을 전했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4-07-25 14:20 김동민 기자

조용필, 새 싱글 준비…"신곡 작업 중"

‘가왕’ 조용필이 새 싱글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가요계에 따르면 조용필은 지난해 4월 발표한 19집 ‘헬로’가 큰 반향을 일으킨 이후 꾸준히 신곡 작업을 했고 싱글 한 곡을 8월 말께 먼저 공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가 신곡을 발표하면 19집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전작이 10년 만의 새 앨범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행보지만 이미 지난해 신곡 작업 결과물이 만족스러우면 먼저 선보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용필의 한 측근은 “신곡 작업을 꾸준히 했고 최근 물망에 오른 데모 음원은 영국 작곡가의 곡”이라며 “팝 록인 ‘바운스’를 잇는 펑크 록 스타일의 음원인데 조용필 씨가 자신의 목소리와 잘 맞는다고 판단해 녹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조용필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조용필 측 관계자는 “지난해 19집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신곡 작업을 꾸준히 해 싱글을 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만큼 그 일환”이라며 “아직 음원의 최종 결정도, 녹음도 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8월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조용필 씨는 현재 소속사 직원 등과 함께 휴가를 겸해 해외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공연도 올해 계획 중이지만 아직 상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동민기자 7000-ja@viva100.com

2014-07-24 17:21 김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