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앵글' 김재중 "망사 속옷이라도 입으려 했어요"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4-07-31 09:12 수정일 2015-01-05 18:00 발행일 2014-07-31 99면
인쇄아이콘
“연기수업 안 받고 첫 출연…가수가 좋지만 배우가 재미있어”
PYH2014043006850001300_P2
'트라이앵글' 김재중.(연합)

배우 김재중(28)이 30일 인터뷰 장소인 강남 신사동의 한 카페에 나타난 시간은 예정보다 20분 가까이 넘어서였다.

전날 MBC드라마 ‘트라이앵글’ 최종회 방송 직전까지 일한 김재중은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한 바람에 결국 방송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몇 달치’ 밀린 잠 때문에 겨우 몸을 일으켜 인터뷰 장소에 나온 김재중은 “촬영 일정이 정말 빽빽할 때는 100시간 동안 3시간 잤다”고 털어놓았다.

‘트라이앵글’은 부모를 잃고 흩어진 3형제가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다가 20년 만에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드라마는 ‘형제의 엇갈린 운명’이라는 전형적인 설정으로 평가를 받지 못한 가운데 절대적인 시청률도 높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3류 인생을 사는 건달 허영달로 분한 김재중은 아이돌 연기력에 회의하는 사람들이라도 그의 노력에는 물음표를 던질 수 없을 정도로 성실히 임했다.

특히 극 초반 김재중이 용 무늬 빨간색 팬티만 걸친 채 도심을 달리는 장면은 그의 각오가 남다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김재중은 “PD가 당시 망사 속옷을 입고 달리라고 하면 망사라도 입자고 마음먹었다”면서 “대중에게 어떤 모습은 좀 보여주기 어렵겠다, 같은 생각은 모두 허물고 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상 생방송 수준으로 시간에 쫓겨가며 제작된 ‘트라이앵글’을 이끌어 나가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너질 것 같은 순간들이 많았지만 힘을 짜냈다고 했다.

“워낙 촬영 분량도 많고 모든 캐릭터와 부딪치는 역할이었지만 사람들을 만날 때 ‘나 죽겠다’는 소리를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초조해지면 다른 배우들도 그럴까 봐 웃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트라이앵글’은 SBS ‘보스를 지켜라’(2011)와 MBC ‘닥터진’(2012)에 이어 그가 도전한 세번째 드라마이면서 진정한 의미에서 첫 주연작이었다.

그는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연기 수업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드라마를 앞두고 만난 배우 최민식(52)과의 술자리가 그 계기가 됐다.

 

“최민식 선배가 연기 수업을 해주시길 기대하고 만났는데 그냥 술만 마셨어요. 술 마신지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분위기가 좀 달아올랐을 때 선배가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최민식은 김재중에게 “요즘 드라마가 조금 인기를 얻으면 그 배우 연기가 좋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게 어디 있나. 나는 연극, 드라마, 영화 수없이 하면서도 작품 끝나고 나면 연기 진짜 ‘뭣 같이’ 했네, 라고 한탄한다”고 말했단다.

“지금 너가 연기를 못 하는 건 당연한 거다. 연기 경력으로는 너보다 10,20년 선배들도 못한다. 죽을 때까지 연기는 배워야 하는 거다. 부담을 갖지 마라, 대신 혼자서 미친 듯이 연습해야 한다”는 게 연기 대선배의 이어진 조언이었다.

김재중은 “최민식 선배를 만나고 나니 연기를 배워서 영화로나 드라마로 표현하는 데 부담을 갖기보다 일단 내 식으로 하자고 생각했다”면서 “선배를 만나지 않았다면 정말 큰 부담을 갖고 연기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를 막 끝낸 지금 본인 연기는 어떻게 평가할까.

“연기에 대한 점수를 어떻게 매길 수 있겠어요. 다만 아쉬운 점은 워낙 여유가 없으니 점점 만족할 만한 컷을 만들어 가기보다는 괜찮은 정도의 컷은 거의 방송으로 내보낸 것 같아요.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고 싶었는데 그럴 여유가 없었어요.”

그는 “그래도 ‘트라이앵글’은 성취감이 남다른 작품”이라면서 애정을 나타냈다.

김재중은 같은 JYJ 멤버인 김준수(26)와 박유천(28)도 이번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특히 박유천은 한 회도 빼놓지 않고 생방송으로 챙겨봤다고 했다.

“유천이가 두 달 전쯤 스트레스 받은 일이 있었어요. 그때 어느 날 갑자기 유천이가 전화해서는 ‘형이 출연한 드라마를 보면서 스트레스 푼다’고 하더라고요. 준수는 (양아치 연기에) ‘저거 형 아니야?’라고 했어요. 하하하.”

김재중은 자신이 한때 몸담았던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인 정윤호(28)가 전날 자신에 대해 언급한 발언들을 보도한 기사를 이미 봤다고 했다. 정윤호는 ‘트라이앵글’ 후속작인 ‘야경꾼 일지’에 출연한다.

“윤호야, 난 잘 지내고 있다”며 운을 띄운 김재중은 “윤호가 사극에 처음 출연하는 것일 텐데 사극 촬영은 정말 힘들다”면서 “예전에 같이 활동할 때 윤호가 탈수증에 걸린 적이 있었다. 윤호가 물 잘 챙겨 먹고 잘 조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YJ는 최근 발표한 정규 2집을 기념해 아시아 8개 도시 투어에 나선다. 김재중은 배우와 가수 중 어느 쪽에 더 매력을 느낄까.

그는 “좋아하는 걸로 따지면 가수이지만 재미있는 건 배우인 것 같다”면서 “아직 새로운 게 많아서 연기 경험을 할 때마다 재미있다. 물론 그렇다고 가수로서 안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재중에게 마지막으로 ‘트라이앵글’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각각 물었다.

“잃은 것이라고 하면 제 기대수명이 2년 정도 확실히 단축된 것 같아요. 하하하. 얻은 것은 정말 많았죠. 사람들도 얻었고 드라마의 진짜 주연은 처음인데 주연 배우 입장이 되니 PD와 스태프, 각 배우가 어떤 상황인지 보이더라고요. 촬영하면서 생각도 많아졌어요.”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