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도 험로 예고…최임위 첫날부터 파행

김성서 기자
입력일 2023-04-18 17:05 수정일 2023-04-18 17:06 발행일 2023-04-1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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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 촉구 기습 시위…위원장 등 불출석
다음 일정도 못잡아…양대노총 “엄정 항의…회의 무산 매우 문제”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회의<YONHAP NO-4186>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 앞서 한국노총,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위원장 자리가 비어 있다.(연합)

2024년 최저임금 결정을 논의할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회의 첫날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한 채 파행됐다.

최임위는 18일 오후 3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위원이 아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와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권 교수는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좌장을 맡아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해온 바 있다.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회의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사무국 직원을 통해 노총 관계자들의 퇴장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결국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근로자위원들 마저 회의 무산을 선언하면서 자리를 떴다. 다음 회의 일정도 결정하지 못한 채 회의가 무산된 것이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기존 관례를 보면 위원장이 참석해 개회를 선언하고, 모두발언 이후 배석자를 제외하고 회의를 진행해 왔다”면서 “회의를 진행하지 않은 위원장의 직무유기가 굉장히 안타깝다. 다시 한 번 엄정 항의하며, 책임 있는 공식 규명이나 설명 없이 회의를 지연시키는 책임은 최임위를 포함한 사무국에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 첫 회의 파행<YONHAP NO-4346>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가 파행, 근로자위원 등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연합)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최임위가 저임금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운영돼 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라며 “물가폭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올해 최저임금 논의는 어느때보다 중요한 자리지만, 첫 회의부터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이 입장도 거부한 채 회의를 무산시킨 것은 매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차기 전원회의에서 위원장에게 문제제기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상 최임위 첫 전원회의는 상견례 성격을 보이지만, 이날 첫 회의가 파행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도 험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임위는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과 특별위원(기획재정부·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 국장급 공무원) 등 총 30명으로 이뤄져 논의를 진행한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논의한 뒤 그 결과를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고, 장관은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오는 8월 5일까지 이를 고시해야 한다.

이번 논의에서는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1만원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 당 9620원(월급 고시기준 201만580원)으로, 3.95%(380원)만 오르면 시간당 임금이 1만원을 넘어서게 된다.

또 다른 관심거리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다. 최저임금법상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으나, 최저임금이 처음 도입된 지난 1988년 이후 차등적용이 이뤄진 사례는 없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