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정신 어디에…여야, 윤 대통령 추념식 불참 놓고 갑론을박

김주훈 기자
입력일 2023-04-03 16:01 수정일 2023-04-03 16:02 발행일 2023-04-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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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희쟁자 추념식, 윤 대통령 대신 한 총리 참석…민주 “윤석열 정부의 민낯”
김기현 “우리 당 대표해 다수 위원 현장에 찾을 것…제주4·3에 대한 마음 한결”
애국가 제창하는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오전 제주시 명림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연합)

제주 4·3 항쟁 75주기를 맞은 여야는 한 목소리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하지만 이들이 강조한 4·3 정신인 ‘화해’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여야는 추념식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는 데 집중했다.

여야는 3일 제75주년 제주 4·3 추념식에 총집결했다. 여야 지도부는 물론 한덕수 국무총리도 참석해 4·3 정신을 되새기며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과 이들의 아픔을 기억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야는 ‘화해’를 4·3 정신으로 내세우며, 이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시작에 앞서 약 10초 동안 묵념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또한 검은 양복과 넥타이로 예를 차렸으며, 가슴에는 모두 4·3을 상징하는 동백꽃 배지를 달았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과거 제주의 동백꽃이 이념대립에 차가운 땅에 소리 없이 스러진 제주도민의 아픔을 상징했다면, 오늘날에는 국민 모두 ‘화해’를 기리는 국민통합의 희망이 됐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4·3희생자 추념식에 앞서 기념관 대회의실에서 현장 최고위를 개최, 4·3 희생자에 대한 명복을 빌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는 “제주도민은 모진 상처를 이겨내고 죽은 이는 부디 눈을 감고 산 자들은 서로 손을 잡으라는 ‘용서와 화해의 정신’을 실천했다”고 언급했다.

여야는 이처럼 4·3 정신을 내세웠지만, 정작 윤석열 대통령의 4·3 추념식 참석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며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추념식에 윤 대통령 대신 한 총리가 참석해 윤석열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야당은 지난 1일 윤 대통령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과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를 한 것을 언급하며 “이것이 제주4·3을 대하는 윤석열 정권의 민낯”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을 대표해 다수 위원이 현장에서 당의 의지를 표명할 것”이라며 “여러 가지 현안에 있어서 당 지도부가 역할을 나눠 각자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4·3에 대한 마음은 한결같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 역시 지난해 3월 당선인 신분으로 제주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고, 후보 시절에도 평화공원을 찾을 정도로 제주4·3에 대해 관심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야당의 공세에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적어도 역사적 아픔이 있는 날에 대해선 여야가 모두 정쟁을 삼가고 함께 아픔을 보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훈 기자 jh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