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 거부권을 공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해당 개정안을 두고 “농민이 초과 생산한 쌀은 정부가 다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매수 법’”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해당 내용이 담긴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 통과에 따른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앞서 그는 당정협의회에서 관련 논의를 거쳤다.
한 총리는 “이런 법은 농민을 위해서도 농업 발전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법안은 농업계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쌀 산업과 농업의 자생력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쌀 과잉생산과 쌀값 불안이 반복되고 있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산업을 더욱 위기로 몰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금일 당정협의를 한 결과, 이번 법안의 폐해를 국민들께 알리고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폐해를 설명했다. 우선 개정안으로 인해 쌀 시장의 수급 조절 기능이 마비된다고 했다. 그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23만톤 수준의 초과공급량이 2023년에 63만톤을 넘어서 쌀값은 지금보다 더 떨어져 17만원 초반대에 머무를 것으로 농촌경제연구원은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미래 농업에 투자할 재원이 사라진다고 내다봤다. 한 총리는 “개정안에 따른 재정부담은 연간 1조원 이상”이라며 “이 돈이면 300개의 첨단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청년 벤처농업인 3000명을 양성할 수 있다. 농촌의 미래를 이끌 인재 5만명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또 식량안보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한 총리는 “해외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밀, 콩 같은 작물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는 것이 국가 전체와 농민을 위한 결정”이라며 “개정안은 남아도는 쌀만 더 생산하게 하고 부족한 작물의 자급률을 높이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농산물 수급에 대한 과도한 국가개입은 해외에서도 실패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60년대 유럽에서도 가격 보장제를 실시했다가 생산량 증가와 가격하락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 부작용으로 결국 중단했다”며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포퓰리즘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지난 정부에서도 해당 개정안을 반대했다며 “실패가 예정된 길로 정부는 차마 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빈재욱 기자 binjaewook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