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양곡관리법 거부권 건의…"시장 원리 거스르는 포퓰리즘 정책 성공 못해"

빈재욱 기자
입력일 2023-03-29 16:45 수정일 2023-03-29 17:35 발행일 2023-03-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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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 양곡관리법 거부권 대통령에게 공식건의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거부권 대통령에게 공식건의 관련 대국민 담화하고 있다. (연합)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 거부권을 공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해당 개정안을 두고 “농민이 초과 생산한 쌀은 정부가 다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매수 법’”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해당 내용이 담긴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 통과에 따른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앞서 그는 당정협의회에서 관련 논의를 거쳤다.

한 총리는 “이런 법은 농민을 위해서도 농업 발전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법안은 농업계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쌀 산업과 농업의 자생력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쌀 과잉생산과 쌀값 불안이 반복되고 있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산업을 더욱 위기로 몰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금일 당정협의를 한 결과, 이번 법안의 폐해를 국민들께 알리고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폐해를 설명했다. 우선 개정안으로 인해 쌀 시장의 수급 조절 기능이 마비된다고 했다. 그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23만톤 수준의 초과공급량이 2023년에 63만톤을 넘어서 쌀값은 지금보다 더 떨어져 17만원 초반대에 머무를 것으로 농촌경제연구원은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미래 농업에 투자할 재원이 사라진다고 내다봤다. 한 총리는 “개정안에 따른 재정부담은 연간 1조원 이상”이라며 “이 돈이면 300개의 첨단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청년 벤처농업인 3000명을 양성할 수 있다. 농촌의 미래를 이끌 인재 5만명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또 식량안보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한 총리는 “해외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밀, 콩 같은 작물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는 것이 국가 전체와 농민을 위한 결정”이라며 “개정안은 남아도는 쌀만 더 생산하게 하고 부족한 작물의 자급률을 높이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농산물 수급에 대한 과도한 국가개입은 해외에서도 실패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60년대 유럽에서도 가격 보장제를 실시했다가 생산량 증가와 가격하락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 부작용으로 결국 중단했다”며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포퓰리즘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지난 정부에서도 해당 개정안을 반대했다며 “실패가 예정된 길로 정부는 차마 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빈재욱 기자 binjaewook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