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기 주담대 '봇물'… 소비자들 무얼 고려해야하나

이지은 기자
입력일 2022-05-25 10:01 수정일 2022-05-25 11:13 발행일 2022-05-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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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연합뉴스)

오는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최장 대출 기간을 40년까지 늘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만기가 길어질수록 연간 상환액이 줄어들어 대출 한도를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주 또한 매달 나가는 이자가 줄면서 가계의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는 만기 40년 상품 선택 시에는 총 이자액 증가와 금리 인상에 대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21일 주담대 상품의 대출 기간을 기존 35년에서 40년까지 늘렸다. 농협은행은 최장 33년 만기에서 40년 만기로 7년 늘렸으며 우리은행도 지난 19일부터 주담대 대출 기간을 최장 40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신한·국민은행 역시 주담대 대출 기간을 40년까지 늘렸다.

은행들이 대출만기를 늘리는 이유는 지난 1월부터 DSR 40% 규제가 시행되면서 대출의 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DSR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뜻하는 지표로,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는 차주는 연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를 넘으면 안 되는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이에 더해 오는 7월부터는 DSR 규제 대상이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로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그러나 대출 만기를 늘리면 연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들면서 DSR 규제 하에서도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연봉 4000만원인 직장인이 연 4%의 금리로 만기 30년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면 최대 2억8000만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대출 만기가 40년으로 늘어나면 대출한도는 3억 2000만원까지 늘어난다. 즉 차주의 소득 증가 없이도 대출 폭을 넓히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매월 은행에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드니 가계의 부담도 덜 수 있다. 가령 2억 5000만원을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빌린다고 가정할 경우 만기 30년(연 4% 금리) 상품을 이용하면 월 119만원을 상환해야한다. 반면 만기 40년 상품을 이용하면 월 상환액은 104만원으로 줄어든다.

단 늘어난 대출 기간만큼 총 이자 액수가 증가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연 4%금리로 2억 5000만원을 빌리는 차주가 30년 간 대출금을 갚으면 총 1억 7967만원을 은행에 지불하면 되지만 만기가 40년으로 늘어날 경우 7185만원을 더 갚아야 한다.

전문가는 만기 40년 상품을 선택할 때는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장점만 볼 것이 아니라 이자액 증가, 금리 인상 변수 등의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대출 만기가 40년으로 늘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채무 기간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가계에 더 부담이 갈 수 있으며 갚아야 할 총 이자액이 늘어난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시 “만기 40년 상품이 매달 상환해야 할 원리금 부담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현재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고 금리가 더욱 뛰게 될 경우 가계 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점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새 정부는 청년 및 신혼부부를 위해 최대 50년 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상품을 이르면 내년 초 출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