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외이사③] 전문성 갖춘 '교수' 선호 뚜렷… 정관계 출신 모시기 여전

박성민 기자
입력일 2022-03-15 13:34 수정일 2022-03-15 16:56 발행일 2022-03-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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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CG)
사진=연합뉴스

금융업계가 신규 사외이사로 디지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특화된 인물들을 영입하고 있다. 아울러 상당수가 전직 장·차관이나 법조계 등 이른바 ‘관피아’들로 채워졌다.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감독·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오히려 외부 방패막이에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브릿지경제신문이 지난 14일까지 금융결제원 전자공시스템에 관련 내용을 공개한 26개 금융사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이번 주총에서 새로 선임되는 사외이사 후보 36명 가운데 교수 등 학계 출신이 가장 많았다. 아울러 장·차관급 고위 관료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 출신 신규 사외이사는 절반 가까운 17명(47.2%)으로 조사됐다. 면면을 살펴보면 보험이 6명(75%), 금융지주 6명(46%), 증권 5명(50%) 순이였다.

디지털금융,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해당 분야 전문성을 갖춰 금융사의 경쟁력을 올려줄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KB금융은 디지털 전문가인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를 추천한 바 있다. 삼성화재는 소비자행동, 브랜드 관리 등의 전문가인 박성연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사별로 중점을 두는 사안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직군은 교수가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법조, 정관계 인사도 대거 영입하고 있는 기업들도 주목된다.

삼성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은 유일호 전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장관을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삼성카드는 김준규 전 검찰총장과 최재천 전 국회의원을 사외이사 후보로 영입해 주목을 받았다. 최혜리 전 서울가정법원 판사는 삼성증권에 추천을 받았다.

또한 이은경 전 서울지방법원 판사는 카카오뱅크에, 이강원 전 부산법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조홍희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메리츠금융지주, 정채웅 전 금융감독위 기획행정실장은 DB손해보험, 이상무 전 우정사업본부 자금운용팀장은 KTB투자증권, 박중민 전 금융투자교육원장은 한양증권의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됐다.

이 외에도 BNK금융지주는 김수희 변호사를, 우리금융은 송수영 변호사, 부국증권은 유정석 변호사를 영입할 계획이다.

이같은 행보는 경제부처 고위 관료 출신들의 경제 관련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해 사외이사 등으로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주주 전횡을 견제하거나 내부 부조리를 적발하는 등 견제와 감시라는 사외이사 본분에 충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검찰 등 권력기관 출신을 영입하는 것은 각종 소송이나 인허가, 규제 등에 대비해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외풍을 막아 줄 ‘방패막이’로 활용하기 위해 고위 관료 출신이 끊임없이 영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재계 출신은 6명(16%)에 불과했다. DGB금융지주는 조강래 전 IBK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우리종금은 조성부 전 연합뉴스TV 대표이사, 카카오뱅크는 성삼재 전 SGI서울보증보험 상무를 신규 추천했다.

박성민 기자 sm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