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더컬처] 그동안 우리는 조진웅을 너무 '쉽게' 봤다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22-01-11 21:03 수정일 2022-01-15 10:25 발행일 2022-01-1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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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피
생애 최초로 비대면 화상인터뷰에 나선다는 조진웅은 1분도 쉬지않는 솔직한 입담을 선보였다.(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멜로를 하게 된다면? 한국판 ‘레옹’이라면 할 생각있습니다.”

조진웅이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경관의 피’로 돌아왔다. 700만 관객을 목전에 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의 일일박스오피스를 꺾을 만큼 입소문이 만만치 않다.

영화 ‘아이들’(2011)의 이규만 감독이 연출을 맡은 ‘경관의 피’는 위법 수사도 개의치 않는 광수대 에이스 박강윤(조진웅)과 그를 감시하게 된 언더커버 신입경찰 민재(최우식)의 위험한 추적을 그린 범죄 수사극이다.

화상인터뷰로 만난 조진웅은 “사실 감독님과는 학교 선후배사이라 어느 정도 믿음이 있는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영화 속 그가 맡은 박강윤은 거침없다. 범죄자를 잡을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을 써도 상관 없다고 믿는 인물로 경찰 윗선에서 주는 출처 불명의 돈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마약상에게 급전을 빌리기도 한다. 정보를 얻기위해 어느 정도의 불법은 눈감아주거나 강압수사도 서슴치 않는다. 고급빌라에 거주하며, 수입차만을 모는 한량처럼 보이지만 20년 할부로 산 요트만큼은 애지중지하는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배우한테도 빨리 현장에 가고싶은 캐릭터가 있어요. 예를 들면 ‘끝까지 간다’의 역할이 제게 그랬거든요. 갑자기 뜬금없이 등장하잖아요.저에게 강윤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인물이었어요. 날이 서있고 빈틈없는 모습은 분명 나와 다르지만 빨리가서 박강윤을 막 연기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 작품이었습니다. 연기할 때 만큼은 앞 뒤 안 보고 덤비는게 저랑 닮기도 했고요.”

사실 조진웅은 배우중에서도 키가 큰 편에 속한다. 직접 만나면 ‘이렇게 컸나?’싶을 정도로 거구다. 업계에서도 캐스팅 보드에 그를 올리면 어울리는 상대 배우를 찾는데 애를 먹는다는 소리가 종종 들려온다.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190㎝에 가까운 그가 살이라도 찌우면 피지컬에서 나오는 아우라가 남다른 건 어쩔 수 없다.

경관의 피1
조진웅은 영화 ‘경관의 피’의 브로맨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모두 다 친하지만 단 한명만 꼽는다면 권율과 다시한번 호흡을 찍고싶다”며 찐사랑을 나타냈다.(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에 ‘경관의 피’에서 보여준 수트핏에 대해 칭찬하자 “연기하며 딱 한번 얼굴을 올려다보며 연기한 건 차승원 선배님 뿐”이라면서 “사실 나와 수트핏은 좀 언발란스하다. 평소에도 트레이닝 복만 입고 다니는 편”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경관의 피’는 일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경찰소설의 3대 명장으로 꼽히는 사사키 조의 작품으로 현지에서는 톱스타들이 출연한 인기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다. 

국내 촬영 소식을 듣고 작가가 직접 현장에 와 친필사인이 된 책을 조진웅에게 선물로 주고 갔을 만큼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조진웅은 “책이 굉장히 두껍더라. 일부러 읽지 않았다. 원작을 축약하고 집요하게 만들어낸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보는 것도 힘들었다”고 눙치면서 “내 전작들도 보고 좋아해주셔서 ‘아가씨’DVD를 사인해 드렸다”고 말했다.

경찰들의 이야기인 만큼 조진웅을 필두로 최우식,차엽,연제육,백현진,홍기준등이 보여주는 브로맨스는 ‘경관의 피’를 보는 또다른 재미다. 최근 김희애,이수경과 함께 OTT 웨이브(wavve)영화 ‘데드맨’을 촬영 중인 그는 “굳이 성별을 나누지 않아도 좋은 시너지를 내는 배우들과의 작업이 나를 자극한다”고 밝혔다.

그리곤 “지금까지의 경험을 뜻이 맞는 배우들과 스태프들과 함께 다양한 장르로 완성해 선보이고 싶다. 연기를 하다가 기회가 되면 제작을 할 수도 투자를 받을 수도 연출을 할 수 있는 시대 아닌가?”라고 계획을 털어놓았다. 그렇다. 우리는 섣불리 조진웅을 정의해 버렸다. 그의 또다른 변신은 이제부터 시작인것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