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전세계 홀린 ‘깐부’ 오영수, 韓 최초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쾌거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2-01-10 13:12 수정일 2022-01-10 14:31 발행일 2022-01-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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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배우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오영수(사진=골든글로브 홈페이지 캡처)

“우린 깐부잖아”

이 한마디에 세계가 홀렸다. 1억 4000만 가구 이상이 시청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의 오영수(79)는 팔순을 목전에 두고 생애 최고의 기쁨을 맛봤다.

그는 1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호텔에서 무관객으로 진행된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2022)에서 ‘오징어게임’으로 TV시리즈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 마크 듀플라스, ‘석세션’의 키에란 컬킨,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과 경합 끝에 이룬 쾌거다.

보수적이고 폐쇄적 성향이 강한 골든글로브는 한국인에게 좀처럼 문호를 열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계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미국 영화 ‘미나리’ 역시 외국어영화상에 그쳐야 했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은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다. 한국계 배우인 샌드라 오, 이콰피나가 수상한 적은 있지만 한국인이 후보에 오르고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영수가 연기한 오일남은 극 중 가장 놀라운 반전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함께 목숨 건 게임을 펼치는 기훈에게 “우린 깐부잖아”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했다. 골든글로브는 “오영수는 한국에서 존경받는 연극 배우다. 그는 생애 첫 후보 지명에서 수상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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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영수 (사진제공=넷플릭스)
1944년생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오영수는 1963년 극단 광장 단원으로 입단하며 연기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극단 성좌 여인, 자유에서 활동했고 1987년부터 2010년까지 국립극단에 몸담았다. 59년 연기 생활동안 출연작은 약 200여편에 달한다. 1979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1994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2000년 한국연극협회 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오징어게임’의 이정재는 본보와 가진 화상인터뷰에서 “오영수 선배는 연극계에서 워낙 이름이 알려진 분이라 평소 공연을 보러 다니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03년 故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노승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오영수의 연기를 눈여겨 본 황동혁 감독이 영화 ‘남한산성’ 캐스팅을 제안했으나 거절했다. 이후 황 감독의 삼고초려에 못이겨 ‘오징어게임’에 출연해 끝내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다만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미국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에 대한 현지의 보이콧 여파로 시상식은 불참했다.

현재 한국에서 연극 ‘라스트세션’에 출연 중인 그는 넷플릭스를 통해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습니다”라며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입니다.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거듭 기쁨을 표했다.

한편 ‘오징어게임’은 TV드라마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성기훈 역의 이정재는 아쉽게 수상이 불발됐다. 해당 부문은 ‘석세션’의 제레미 스트롱에게 돌아갔다. ‘오징어게임’은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역시 ‘석세션’에게 트로피를 내줬다.

‘오징어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을 놓고 다양한 밑바닥 인생들이 목숨을 걸고 게임을 펼치는 이야기다. 지난해 9월 17일 공개 직후 한국드라마 최초로 글로벌 1위에 오르며 신드롬적 인기를 모았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