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작소] 윤여정 이어 오영수… 세계가 주목한 K노익장의 힘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2-01-10 13:10 수정일 2022-01-10 14:26 발행일 2022-01-1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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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수 (사진제공=넷플릭스)

지난해가 ‘미나리’의 윤여정의 해였다면 2022년은 ‘오징어게임’의 오영수가 K노익장의 힘을 보여줬다.

연기경력 59년의 오영수는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에서 관록의 연기력으로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징어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을 놓고 다양한 밑바닥 인생들이 목숨을 걸고 게임을 펼치는 이야기로 전세계 1억 400만 가구가 시청한 화제작이다.

오영수가 연기한 오일남은 게임의 첫 번째 참가자다. 게임을 포기하려 했던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에게 편의점에서 소주를 나눠 마시며 게임 참가를 권유하기도 하고 기훈과 목숨을 건 구슬치기 게임을 하던 도중 “우린 깐부잖아”라며 구슬을 나눠주는 모습으로 깊은 감동을 안겼다. 하지만 극 말미 반전으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미나리’의 윤여정이 이혼으로 평탄하지 못한 TV스타의 삶을 살았다면 오영수는 묵묵히 무명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1944년생 황해도 해주 출신인 그는 1963년 극단 광장 단원으로 입단하며 연기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극단 성좌 여인, 자유에서 활동했고 1987년부터 2010년까지 국립극단에 몸담았다. 59년 연기 생활동안 약 200편의 다양한 작품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도맡았다. 

‘오징어게임’의 주연배우 이정재는 본보와 가진 화상인터뷰에서 “오영수 선배는 연극계에서 워낙 이름이 알려진 분이라 평소 공연을 보러 다니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3년 故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노승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오영수의 연기를 눈여겨 본 황동혁 감독이 영화 ‘남한산성’ 캐스팅을 제안했지만 출연을 거절했다. 하지만 오영수를 마음에 품은 황감독의 삼고초려에 못 이겨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게 그의 인생의 마지막 반전이 됐다.

윤여정
윤여정 (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그는 ‘오징어게임’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K할배로 떠올랐고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골든글로브는 “오영수는 한국에서 존경받는 연극 배우다. 그는 생애 첫 후보 지명에서 수상했다”고 평했다.

‘오징어게임’으로 신드롬적 인기를 얻었지만 오영수는 상업광고를 거절하고 자신의 본업인 연극무대로 돌아가며 이 시대 어른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오징어게임’ 속 명대사인 ‘깐부’를 차용한 치킨 프렌차이즈에서 모델 제의를 받았지만 ‘깐부’를 활용한 광고촬영은 작품 의미를 훼손한다며 완곡히 거절해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현재 연극 ‘라스트세션’에 출연 중인 그는 수상소감을 들은 뒤 세계인에게 이 같은 인사를 전했다. 그는 생애 가장 기쁜 순간까지 ‘어른’의 모습이었다.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입니다.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