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혐오조장 '지옥' 같은 현실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1-12-06 14:12 수정일 2021-12-07 13:24 발행일 2021-12-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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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차장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작은 축소판이다. 사회가 각박할수록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드라마를 보면 드라마가 지옥인지, 우리 사회가 지옥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tvN 드라마 ‘해피니스’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광인병’이라는 새로운 감염병 사태를 맞아 폐쇄격리된 한 아파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치사율이 비교적 낮은 코로나19와 달리 광인병은 물리면 이성을 잃고 좀비처럼 타인을 물며 종국에 죽음을 맞게 된다.

아파트에 격리된 이들이 확진자들을 혐오하는 시선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우리네 사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코로나19가 국내 막 발병했을 무렵을 떠올려보자. 불안에 떠는 시민들은 마스크를 사재기했고 정부는 확진자들의 동선을 알려준답시고 개인의 사생활을 마구잡이로 공개했다. 덕분에 “몇번 확진자가 불륜을 저질렀다”라는 근거 없는 낭설이 퍼졌고 “종교단체가 돌아다니며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한다”고 감염병의 원인을 개인으로 돌리기도 했다. 

한 케이블 채널PD는 주민등록지가 강남인데 실거주지가 파주였다는 이유만으로 “청정도시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고 마녀사냥을 당했다. 해당PD가 연출한 프로그램은 그 포화를 맞고 비교적 일찍 종영하고 말았다. 지난해 5월 이태원 클럽에 놀러갔다 동선을 숨겼다는 이유로 구속된 학원강사 겸 대학생은 징역형을 받았다. 역대 최악의 판결이다.

감염병은 모두의 안전이라는 대전제라도 있지만 인터넷상의 ‘발 없는 말’은 바이러스보다 독하다.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차지한 ‘지옥’의 화살촉 무리들이나 OTT 웨이브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유튜버들은 지금 한국의 온라인 현상을 고스란히 떠오르게 한다.

‘가로세로연구소’ 같은 대형 스피커 유튜버들의 한마디를 언론은 검증없이 확대·재생산한다. 얼굴과 신분을 가린 인터넷 세상에서는 독한 손가락이 위너다. 코로나19보다, 광인병보다 치사율이 높다. ‘지옥’은 드라마에 있는 게 아니다. 혐오로 존재감을 표현하는 작금의 현실이 바로 ‘지옥’이다.

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