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화산업,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자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1-10-27 14:27 수정일 2022-05-19 17:49 발행일 2021-10-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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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차장

노태우 전 대통령이 숨지면서 ‘1노 3김’ 시대가 저물었다. 문화계가 기억하는 노 전 대통령은 ‘물태우’였다. 1988년 신년사에서 “정치인에 대한 풍자의 자유를 적극 허용한다”고 발표한 후 TV방송과 코미디가 ‘물태우’를 단골소재로 삼은 것은 지금도 유명한 일화다.

전직 대통령과 문화계의 인연을 논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1998년, 당시 금기시되던 일본문화의 빗장을 열었고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정책으로 대중문화산업에 힘을 실어줬다. 2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미국외교전문지 FP는 김 전 대통령의 정책기조가 영화 ‘기생충’과 BTS 등 대한민국 문화경쟁력 강화의 원동력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전직대통령들이 문화미디어 정책의 꽃길을 닦았다면 21세기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오히려 빗장을 단단히 거는 모양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크린 쿼터 축소로 영화계와 마찰을 빚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언론탄압, 연예인 사찰 등으로 비판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을 풍자한 tvN ‘SNL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에 불쾌함을 드러내 해당 코너가 종영한 사건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화미디어 정책에 어떤 공을 남긴 대통령으로 기억될까. ‘기생충’ 오스카 수상, 월드스타 BTS 등장,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세계 제패는 분명 문 대통령 시대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OTT산업에 대한 주먹구구 대응책, 코로나19로 인한 공연기초산업 말살 등은 문 대통령 시대의 과오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 때문에 미디어에서 어떤 풍자도 허용되지 않는 것은 두고두고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부동산 정책 실패와 관련해 불만을 드러낼 경우 열성 지지자들에게 온라인 린치를 당하는 게 현실이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풍자에 너그럽고 문화산업에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세상을 기대해본다.

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