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국내 반도체기업 정보요구에 정부 공식대응 나섰다

우주성 기자
입력일 2021-10-18 16:27 수정일 2022-05-25 05:26 발행일 2021-10-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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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 "원론적 내용에 실망...좀더 적극적 대책 마련돼야"  강력 요청
홍남기 부총리,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주재<YONHAP NO-1927>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의 정보제출 요구에 대해 정부가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장관급 협의체를 만들어 처음 연 회의에서 범 정부적인 아젠다로 공식 상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업체 차원에서의 문제에서 국가적인 경제와 안보문제로 대응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날 회의에서 정부대책은 지극히 원론적인 것이어서 실망도 컸다. 정부가 더욱 주도적으로 조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 정부의 요구에 일정 선을 그은 대만과 달리, 국내 기업이 택할 수 있는 패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시장의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한국과 대만 등에 대한 반도체 동맹 압박 수위를 연일 올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삼성전자와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에 다음 달 초까지 매출과 장비 구매, 고객 정보, 재고 등의 영업 핵심 정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정부는 이날 첫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고, 미국의 반도체 정보 제출 요구에 대한 적극적으로 대응 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신설된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는 경제 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장관급 회의다. 부총리 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경제부처 관련 부처 장관 5명과, 국정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청와대 관계자 5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안건에 따라 외교부 장관 등 관련 부처도 참가할 수 있다.

해당 회의에서 첫 안건으로 논의된 사항은 미국의 반도체 정보 제출에 대한 대응 전략이었다. 별도의 장관급 회의에서 해당 논의를 주요 의제로 설정해, 정부 차원의 대응 수위를 한 층 올렸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번 회의를 통한 민·관 공조로 더욱 효율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우선정부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구축한 반도체 파트너십과 기존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 정부에 우리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고 지속적인 설득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회의를 통해 각 부처별로 진행된 정부 대응이 일원화되면서, 더욱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한국 기업의 우려 사항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이미 전달했다. 향후에도 적극 협의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6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OECD 각료이사회에서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를 만나 국내 기업의 우려 사항에 대해 전달한 바 있다. 외교부 역시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그간 다양한 채널로 해당 사항을 긴밀하게 논의해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간과의 소통 강화와 관련 동향 등에 대한 정보 공유에도 나선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주요국과 관련업계 동향을 우리 기업들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적시성 있는 대응 지원도 약속했다. 특히 정보 제출 기한인 다음달 8일 이후에도 기업과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대응에도 나서기로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더욱 적극적인 방안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결국 기술정보가 아닌 영업정보를 기업에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한 관계자 역시 “정부의 소통과 지원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전달받아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여전히 기업 차원에서 내부적인 대응 수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고객사 정보 제출 등을 거부한 대만 TSMC의 경우, 국가가 관여한 특수 사례로, 우리 기업들은 다른 지원이 없는 한 미국 정부의 요구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주성 기자 wjsbur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