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韓 반도체…공급난 속 中 전력난에 위기감 확산

우주성 기자
입력일 2021-10-11 16:23 수정일 2022-05-25 05:29 발행일 2021-10-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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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 클린룸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중국 전력난 위기로 반도체 주요 소재의 가격 급등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 공급난도 메모리 반도체 분야 등 전분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다수의 협력사와 공장이 중국에 위치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 역시 새로운 대형 악재에 다시 한 번 곤혹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11일 중국 선서스 등에 따르면, 황린(백린)의 톤(t)당 가격은 10일 기준 5만6000위안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일 최고점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3개월 전 가격인 1만9550위안보다 187% 가깝게 급등한 수치다.

반도체 주 재료인 규소(금속 규소, 메탈실리콘)의 상승폭은 더욱 크다. 규소의 t당 가격은 같은 기간 1만4441위안에서 6만625위안으로 320% 가까이 폭등했다.

주요 광물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반도체 공급망에도 추가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등에 이어 스마트폰 반도체의 수급도 악화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반도체 부족으로 3분기 들어 일부 스마트폰 업체들의 경우 주문량의 70%만을 공급받는 실정이다. 또 스마트폰 업체의 90%가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스마트폰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번 광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공급난이 메모리 반도체 영역으로도 옮겨 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황린의 경우 낸드플래시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금속 규소 역시 웨이퍼(반도체 원판)의 주요 소재 중 하나다.

전력난으로 중국의 지방 정부에서 해당 소재 생산을 억제하면서, 당분간 주요 소재의 가격 상승세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전체 규소 생산량의 약 67%, 황린의 약 40%를 점유 중이다. 현재 중국 윈난성과 쓰촨성 정부는 전력난을 이유로 황린과 규소의 생산을 제한하고 있다. 원난성의 경우 생산량의 90% 감축을 지시한 상황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상승으로 당장 반도체 가격을 올리기는 힘들어 당분간 추가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력난으로 중국 현지에 위치한 국내 반도체 공장과 협력사들도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 시안에 두 곳의 낸드 플래시를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시아에서 낸드 플래시의 40%를 제조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2006년부터 장쑤성 우시에서 D램을 생산하고, 일부 설비도 지속적으로 증설해 피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전력난으로 인한 수급 악화 우려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10월까지 광둥성, 장쑤성, 저장성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소재 생산 등 전력 소모가 큰 산업에 대한 생산 감축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호주의 석탄 수입을 사실상 재개했지만, 다른 주요 석탄 공급 국가인 인도네시아 역시 홍수 여파로 생산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도 역시 석탄 비축량이 바닥을 보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석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연말까지 중국의 전력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협력사를 시작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업계에서 정부 등에 대해 중국산 소재에 대한 통관 완화와 반도체 부품 수급 안정화 지원을 요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주성 기자 wjsbur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