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카오가 놓친 것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1-09-15 14:31 수정일 2021-09-15 17:00 발행일 2021-09-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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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

4차 산업혁명 핵심기업이라는 이유로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카카오가 최근 규제 리스크에 주가가 급락, 주주들의 아우성이 터져나왔다.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얼마 전의 일이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기자에게 “작년까지만 해도 네이버 보다 카카오가 낫다고 봤는데, 최근에 네이버쪽으로 기울었다”며, 그 이유로 계열사가 백 몇십개에 달하는 카카오의 지네발식 사업 확장을 꼽았다. “별 사업을 다하더라. 그렇게 일을 많이 벌리고 소상공인한테도 피해를 주거나 하면 정부에서 규제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금융당국, 정치권의 전방위적 압박이 시작됐다. 이미 많이 경험해본(?) 네이버는 그간 몸을 사린 덕분에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덜했지만 확장에 여념이 없던 카카오가 규제 펀치를 그대로 맞게 됐다. 뒤늦게 골목상권 사업 철수라는 카드를 내놨으나 카카오 금융 관련 계열사들의 규제 리스크는 이제 시작단계가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남아있다.

가계부채 리스크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는 소비자 편익에서 보호 중심으로 전환됐다. 카카오뱅크의 대출 편리성은 정부 기조와 충돌한다. 오는 25일이면 6개월간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계도기간이 끝난다. 금소법이 금융체계를 소비자 편익 중심에서 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이 규제를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빅테크라는 이유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카카오 입장에선 온탕에서 냉탕으로 바뀐 정부 기조에 억울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본래 금융이 규제산업이라는 사실을 카카오가 간과한 측면도 커 보인다. 은행을 비롯해 금융회사들이 많은 규제를 받고 있는 이유도 결국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니던가.

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