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탄소중립 과속은 안된다

우주성 기자
입력일 2021-09-13 11:00 수정일 2021-09-13 17:39 발행일 2021-09-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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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산업IT부 기자

지난달 국회 문턱을 넘은 탄소중립법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30년까지 2018년 순배출량 대비 35% 감축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운 반응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이번에 정해진 NDC 목표치 대로라면 향후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탄소중립 비용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최소 매해 총 2400만톤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지만, 오히려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면서 현재 설정된 배출량을 따라잡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 기준, 전년보다 각각 7.7%, 9.3% 가량 늘었다. 설비 투자 확대와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인한 생산량 급증이 원인이다. 문제는 향후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설비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있다. 결국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막대한 탄소 비용으로 돌아오게 되는 셈이다.

정작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인센티브는 미진하다는 것이 산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관련 기술 개발 시 세액 공제 검토 등의 다양한 인센티브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계 역시 설비와 기술에 대한 세액 공제 우대 등을 정부에 요청하는 상황이다.

정부 역시 향후 탄소중립법의 하위법령 입법 과정에서, 산업계와의 소통을 통해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미 산업계 일각에서는 하위 시행령에서 NDC가 40%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해 산업 생태계에서 탄소중립은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고 있다. 탄소중립에서 뒤쳐진 국내 산업계도 이런 조류를 거스를 수만은 없다. 그러나 방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속도다. 산업 현실과 맞지 않는 탄소중립 과속은 자칫하면 산업의 경쟁력을 비가역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라도 보다 현실적인 목표 설정이 필요한 때다.

우주성 산업IT부 기자 wjsbur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