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대 역행하는 '중국의 팬덤 규제'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1-09-08 14:18 수정일 2021-09-08 16:26 발행일 2021-09-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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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차장

중국 당국이 K팝 시장을 겨냥한 대중문화 규제강화조치를 내놓았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는 20개가 넘는 한국 연예인 팬클럽 계정에 30일간 활동정지조치를 내렸다. 이런 조치를 받은 계정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NCT, 엑소, 아이유 팬클럽 등이다. 이외에도 방탄소년단과 NCT, 레드벨벳과 소녀시대, 블랙핑크 개인 멤버들의 팬클럽 계정도 포함됐다. 비이성적인 스타 추종 행위를 단호히 반대하고 엄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중국의 방송 규제기관인 광전총국은 지난 2일 ‘문예 프로그램과 그 관계자 관리 강화 통지’를 발표하면서 화장을 하는 등 여성적인 남성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금지시켰다. 강한 퍼포먼스를 추구해 짙은 메이크업을 하는 K팝 가수들의 출연이 사실상 금지된 셈이다. 또 팬들의 모금이나 소비를 금지한다며 디지털 앨범이나 싱글을 계정 당 1장씩만 사도록 제한하는 규제조치를 내렸다.

중국의 이같은 제재는 유통산업 전 분야에 확산되고 있는 ‘팬덤 소비문화’와 역행하는 조치다. 지금은 21세기 글로벌 시대다. 이미 팬덤 문화는 국경과 국경을 뛰어넘고 있다. 최근 방송 중인 Mnet ‘걸스플래닛 999’만 봐도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 소녀들의 경쟁이 화제다. 올 초 ‘조선구마사’ 사태로 격앙됐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이 프로그램으로 가라앉고 있는 찰나 중국 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꺼져가는 불씨에 불을 붙이는 격이다.

피해는 ‘코리안 드림’을 꿈꾼 중국 소녀들과 그들을 응원한 전 세계 팬들 그리고 중국 연습생들을 데리고 있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이 문제는 관(館)에서 해결해야 한다. 내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K팝 산업을 위한 해결책이 모색되길 바란다.

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