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료공공성 확충’ 합의, 이제 실행이 중요

이원배 기자
입력일 2021-09-05 12:55 수정일 2021-09-05 13:09 발행일 2021-09-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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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배 정치경제부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정부(보건복지부)가 석 달 가까이 끌어온 노-정 교섭을 지난 2일 새벽 전격 타결했다. 5월말 부터 이달 2일까지 13차례에 걸친 교섭 끝에 나온 합의다. 특히 보건의료노조가 이날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상황에서 나온 극적인 합의라 더 의미 있다. 코로나 19 4차 유행 속 보건의료노조도 정부도 파업 상황 속 의료 공백을 막겠다는 절박함이 합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막판 타결을 위해 시간에 쫓기면서 합의한 영향인지 내용은 다소 포괄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점도 있다. ‘노력한다’, ‘마련한다’ 등의 두루뭉술한 표현도 적지 않다. 실제 많은 예산과 법 개정 등이 필요한 사안이기도 하지만 아쉬운 점은 어쩔 수 없다.

어렵게 노-정이 합의한 만큼 이제는 정부의 합의 내용 이행과 실천이 중요하다. 특히 재정당국은 이번 보건의료노조와 복지부의 합의 내용을 재정과 제도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재정당국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합의 내용 이행을 미룰 경우 정부 신뢰도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의료공공성 확충’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는 국회도 마찬가지다.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확대, 공공병원 확충, 지역 의료 격차 해소 등을 입법으로 지원해줘야 한다. 합의 당사자인 복지부도 당장 총파업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합의를 위한 합의’가 아니었다는 점을 구체적 이행 노력을 통해 입증할 필요가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대정부 요구 중 많은 사안은 실제 보건복지부가 대책을 마련해 추진했어야 하는 일도 적지 않다. 어쩌면 보건의료노조가 복지부의 사업 추진에 명분과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이쯤에서 의사 단체는 왜 이번 보건의료노조의 합의에 국민 비판이 적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노조의 요구가 의료공공성 확충이라는 국민적 명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원배 정치경제부 기자 lwb2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