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형 SUV ‘캐스퍼’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

김상우 기자
입력일 2021-09-02 14:02 수정일 2021-09-02 14:03 발행일 2021-09-03 19면
인쇄아이콘
2 (6)
김상우 산업IT부 기자

실로 오랜만에 등장한 경차다. 아니, 정확하게는 경형 SUV라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일 것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디자인을 전격 공개한 경형 SUV ‘캐스퍼’ 말이다.

지난해 국내 경차 시장은 판매량 10만대가 무너진 9만6231대를 기록했다. 2012년 20만2844대로 정점을 찍은 뒤 8년 연속 내리막길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이지만, 무엇보다 경차 생산을 꺼리는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이 한몫했다는 시선이다. 더 비싸고 큰 차를 파는 것이 이득인데 굳이 경차를 팔아야겠냐는 시장 논리가 지배했다.

소비자들은 적어진 선택지에 경차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경차가 준중형 세단과 소형 SUV와 비교해 가격 우위를 느낄 수 없다는 점도 경차 판매를 어렵게 한다. 기아 ‘레이’ 프레스티지를 1475만원에 살 바엔 돈을 조금 더 보태 소형 SUV ‘베뉴’(1689만원)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다.

이처럼 완성차 업체들의 의도적인 경차 외면에 저렴한 가격과 좋은 연비로 ‘서민의 발’이라 불리던 시절은 옛 이야기가 됐다. 그렇다고 완성차 업체들에게 경차 시장을 무조건 지키라는 책임감을 강제로 부여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경차 시장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완성차 업체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너나할 것 없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주창하는 마당에 경차 시장을 노골적으로 외면한다는 것은 ESG 실천에 부합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이번 캐스퍼 출시는 반가운 일이다. 2002년 ‘아토스’ 단종 이후 19년 만에 부활한 현대차의 경차다. 캐스퍼 출시가 단순히 SUV 트렌드에 편승한 실험적 발로가 아닌, 경차 시장의 재도약과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 등 선순환 의미를 담아 시장 흥행에 성공하길 기대해본다.

김상우 산업IT부 기자  ks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