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대면 시대의 '눈맞춤'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21-08-29 14:41 수정일 2021-08-29 14:43 발행일 2021-08-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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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문화부 기자

대면 인터뷰가 사라지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면 지구상에 사라질 것 같았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가 낳은 취재현장이 변화하고 있다. 넘쳐나는 매체들로 인해 배우 한명을 앞에 두고 여러 명의 기자가 우르르 들어가던 시절이 그리워질 정도다.

하루에 많아봐야 대여섯 타임의 인터뷰가 한계였다. 주조연을 불문하고 전문지나 잡지 인터뷰가 잡히면 아무리 바빠도 3시간은 할애해야 했다. 사진 촬영에 1시간, 인터뷰에 1시간 이상은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질문하는 입장에서는 그만큼 많은 준비가 필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아무리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만났지만 코드가 맞거나 짧은 시간 친해지면 성별과 나이를 떠나 허물 없는 관계가 되기도 했다. 혹자는 “분칠 한 것들은 믿으면 안된다”거나 “기자들에게 의리가 어딨냐”고 했지만 그럼에도 낭만이 살아있는 시대였다.

이제는 바이러스가 일상을 잠식하면서 화상인터뷰가 대세가 됐다. 한 배우를 앞에 두고 초대받은 적게는 서너명, 많게는 열명의 기자들이 모두 카메라에 앉지만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는 기자는 나를 빼고는 사실상 전무하다. 적어도 ‘눈을 보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나만의 기준을 어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들이야 그런 상황이 꽤 익숙했지만 무대와 대학로에서 화려하게 주목받다 처음으로 영화로 화상인터뷰에 나선 김재범의 당혹스러움은 오죽할까 싶어 슬며시 걱정이 됐다. 다행히도 ‘과연 처음 맞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다스런 대화가 오갔다. 줌 인터뷰가 끝난 후 배우는 홍보사를 통해 “얼굴 보여줘서 큰 힘이 됐다”는 감사인사를 전해왔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눈과 눈을 보며 대화하는 것. 이것만큼은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순간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