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40조 투자 어디에··· M&A·美 파운드리 2공장 등 속도 낼까

우주성 기자
입력일 2021-08-25 16:33 수정일 2021-08-25 16:37 발행일 2021-08-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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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50주년 앞둔 삼성전자<YONHAP NO-3663>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이 지난 24일 역대급 투자 청사진을 제시했다. 반도체와 바이오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쏟아 붓는다는 계획으로, 지난 2018년에 제시했던 18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반도체에서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대규모 시설투자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관련 인수합병(M&A) 추진 여부와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 공장 투자 시점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다만 분야와 대상기업에 대한 언급이 없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M&A 투자 분야와 미 공장 증설 시점을 아직 거론하기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제 발표는 국내 투자 등에 초점을 맞췄고, 투자 시점 등의 세부 정보에 대한 구체적인 공개와 확인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이 부회장이 풀려난 지 겨우 12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세부적인 그림을 그려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의 투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동맹’ 요구도 있는 만큼 투자 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반도체 시설투자의 ‘적기’에 나온 적절한 결단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위인 파운드리 등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시스템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간의 제조 시설 투자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향후 투자를 많이 하는 쪽이 장기적으로 승자가 되는 구조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나온 적합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해외 시설투자의 대표 격인 삼성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의 증설도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번 발표에서 기존 투자 계획을 조기 집행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미국 투자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평택 P2와 P3 라인 등 국내 파운드리 시설투자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온 만큼, 20조원에 달하는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에 대한 투자액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의 P2라인 증설에는 30조원 가량이 투자된 상황이다.

경쟁사들도 파운드리 증설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텔의 팻 겔싱어(Patrick Paul Gelsinger) 최고경영자는 올해 초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애리조나 주에 20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증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 역시 시설투자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시설투자 규모는 2019년 26조894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23조3060억원으로 지속 증가 중이다.

삼성은 지난 2016년 전장기업 ‘하만(Harman)’ 인수 이후 5년 넘게 대형 M&A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과감한 M&A’가 언급됐다. 업계에는 조만간 AI 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기업과의 대형 M&A 발표가 임박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특히 오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 달성을 천명한 만큼, 시스템반도체와 관련한 기업이 M&A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한 인텔도 지난 19일(현지시간)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거론하면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M&A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안 전무는 “삼성의 경우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 창출 능력이 필요한 만큼, 미래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 R&D 등 연구·개발과 더불어 관련 분야에 대한 M&A 진행 등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미국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지난 4월 JP모건의 보고서를 인용해 네덜란드 NXP사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을 삼성의 M&A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삼성은 전날 ‘투자·고용과 상생 산업 생태계 조성 계획’에서 “시스템반도체의 선단공정 적기 개발과 과감한 투자로 혁신제품 경쟁력 확보할 것”이라면서 “기존의 투자 계획을 적극적으로 조기 집행해 세계 1위 도약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주성 기자 wjsbur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