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샤워실 바보'들이 올려 놓은 집값

채현주 기자
입력일 2021-08-23 14:26 수정일 2021-08-23 14:28 발행일 2021-08-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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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주 건설부동산부 차장

현 정부로 인한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1가구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은 돌고 돌아 공시가격 11억 원 초과로 완화됐고, 종부세 ‘상위 2%’ 기준선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당국은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 백지화와 임대 사업자 양도소득세 감면 폐지 등 정책 헛발질을 반복하면서 시장 혼란만 더 가중시키고 있다.

심지어 서민들 내집 마련을 돕겠다며 주택담보대출 완화 대책을 시행하겠다 해놓고, 뒤로는 은행 부동산 관련 대출을 옥죄고 있다. 농협 등 은행들이 정부의 대출 가계부채 억제 압박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줄줄이 중단하고 있다. 대출을 규제하려는 것인지, 장려하려는 것인지 현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불신만 더 커지는 모습이다.

현 정부를 빗대 ‘샤워실 바보’라는 말이 나온다. 바보가 샤워실에서 물을 틀었더니 찬물이 나와 물 온도를 높이겠다며 수도꼭지를 반대편으로 확 돌린다. 그러자 이번엔 뜨거운 물이 쏟아진다. 깜짝 놀란 바보는 다시 찬 물 쪽으로 수도꼭지를 돌린다. 적정한 물 온도를 맞추기 위해 나름 신중을 가해야 하는데, 바보는 극에서 극으로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섣부른 정부의 시장 개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자 빗대 한 말이다.

실제 시장을 왜곡하며 급조된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을 쏟아낸 문 정부의 결과는 끝 모르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주택자들의 곡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데도 정부는 아직도 시장과 싸우려고 만 하는 모습이다. 집값을 잡을 마음이 있긴 한 걸까. 현 정권 임기 마지막 날까지 집값 하락은 보기 힘들 것 같다.

채현주 건설부동산부 차장 183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