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경청이 낫다

조진래 기자,류용환 기자
입력일 2021-07-13 07:00 수정일 2022-05-14 10:47 발행일 2021-07-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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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꼰대와 어른 사이 '대화의 기술'
경청과 공감적 소통이 존중받는 어른의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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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나이가 들면 ‘꼰대’ 취급을 받는 어른들이 생각보다 많다. 젊은 세대와의 소통 과정에서 그런 대접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자신이 그런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이들이 적지않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십중팔구 ‘잘 듣지 않아서’라며 ‘공감적 소통’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경청과 대화의 테크닉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 경청(傾聽),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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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최고의 리서처로 ‘타인의 속마음에 닿는 대화’를 쓴 히멘아 벤고에체아는 “경청은 진심을 듣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라고 말한다. ‘공감적 경청’은 상대방에게 보살핌과 관심과 존중을 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수용과 인정, 지지와 이해를 보여준다.

상대의 말에 집중하지 않을 경우 내 생각과 의견에만 의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이 정말로 하고자 하는 말을 놓치게 된다. 경청이 중요한 이유다. 공감하는 대화가 이뤄지려면 상대에게 대화의 주도권을 넘겨주어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무슨 말을 해도 내 기분이 상하는 일은 없을 거야”라며 상대를 편하게 무장해제시켜야 진솔한 대화가 가능해진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대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테크닉이 있다. 히멘아 벤고에체아는 첫째로 자기인식을 강조한다. 대화에 적극 참여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다. 둘째는 신뢰다. 대화에 집중하고 상대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밑거름 역할을 한다. 셋째는 인내심이다. 대답하는 속도를 늦춰 다른 사람들이 말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배려다. 그는 ‘표면적 듣기’를 지양할 것을 강조한다. 들리는 말만 듣지 말고, 상대의 말 속에 담긴 감정을 파악하라는 것이다. 산만함이야말로 경청을 가장 망치는 길이다. 반대로 가끔 호기심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좋은 메시지 역할을 한다.

◇ 나는 어떤 유형의 ‘리스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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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멘아 벤고에체아는 ‘경청자’의 유형을 11가지로 구분했다. 어떤 유형인지를 파악하고 공감적 소통이 가능하게 수정 보완하는 게 좋다. 우선 ‘분석형’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지만, 지나치면 시야가 좁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지지형’은 항상 내 편을 들어주는 유형이다. 객관적 시각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자기중심형’은 자기 경험을 공유하며 동질감을 끌어내는 유형인데, 자칫 과하게 동일시 하다 보면 유대감이 깨질 수도 있다.

‘해결사형’은 무조건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지만 존재 않는 문제까지 닿는 것이 단점이다. ‘간호사형’은 항상 타인의 필요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일방적일 경우 상호관계의 균형이 무너지기 쉽다. ‘위기완화형’은 농담 등으로 불편한 분위기를 푸는 유형이지만 맥락을 고려않고 분위기를 띄우려다 부작용이 날 수도 있다. ‘중재자형’은 갈등 해소에 탁월하지만 상대가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할 수도 있다.

‘공감형’은 상대의 감정적 경험에 귀 기울이지만 상호신뢰가 없으면 상대가 불편해할 수도 있다. ‘끼어들기형’은 의욕이 넘치고 활발한 대화의 상대지만 대화 자체가 피곤하고 진이 빠질 수 있다. ‘질문형’은 상대방이 존중받는다는 생각을 갖게 하되, 자칫 취조처럼 느껴질 수 있다. ‘산만형’은 대화 도중 다른 생각에 빠지는 유형이다. 자신을 대화할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취급한다고 오해하기 쉽다.

◇ 잘 경청하고 대화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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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유명 경영인인 벤 호로위치는 ‘1대 1 대화’를 중시한다. 그는 “바람직한 1대 1 면담의 비결은, 그 자리가 리더가 아니라 직원을 위한 것임을 이해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리더는 10%만 얘기하고 90%는 들어야 한다”며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조직의 상사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지식의 저주(Course of knowledge)’가 있다. ‘내가 알면 남들도 안다’는 왜곡된 인식의 고정관념이다. 이런 리더들이 자주 하는 말이 “왜 말귀를 못 알아 들어?”다. 모두 경청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한 탓이다. 누군가 계속 성공하며 계속 그 사람만을 중용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리더들이 흔하게 갖는 편견으로 ‘뜨거운 손의 오류(Hot hand fallacy)’라고 부른다. 진정한 리더라면 각자의 능력과 개성, 장단점 등을 잘 파악해 모두가 팀에 필요한 사람임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특히 “나도 틀릴 수 있지”라고 말하는 것이 경청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다. 선입견이나 편견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글쓰기와 말하기 전문작가인 강원국은 “상사가 아랫사람이 되어 보라”고 권한다. 그는 “배려하는 마음이 소통의 시작”이라며 상사가 스스로 낮아지는 것, 때로는 지는 것을 감수하는 것이 진정한 배려라고 말한다.

◇ 경청에 동반되는 적절한 질문과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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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은 “경청을 넘어 상대의 말을 끌어내는 것이 가장 훌륭한 대화법”이라며 “경청은 기본이며, 결국 상대의 말을 잘 끌어내는 것이 진짜 역량”이라고 말한다. 요즘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선 더욱 그렇다. 프랑스 작가 장 자크 상페는 “대화에 능한 사람은 대체로 두 가지를 잘한다. 하나는 감탄, 다른 하나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경청과 공감, 질문이 좋은 대화의 필수요소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히멘아 벤고에체아는 ‘연결형 질문’이 경청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정한 대답을 유도하는 ‘단절형 질문’은 피할 것을 권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힘들었나요?” 같은 단답형 물음은 질문자의 편견이 뒤섞여 부정확하거나 결과를 예단케 한다며 “프로젝트를 해보니 어떤 점이 힘들던가요?” 라고 묻는 것이 좋은 경청의 대화법이라고 강조한다.

‘마지막 몰입’을 쓴 짐 퀵 역시 “몰입하고 싶으면 질문을 하라”며 적절한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방금 들은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이 이유는 올바른 질문을 하지 않아서”라며 “질문이 곧 답”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적절한 질문보다 쓸모 없는 질문, 더 나쁘게는 힘이 빠지는 질문을 너무 많이 한다고 질타한다. 중간중간에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라는 의미 같은데, 제가 제대로 알아들었나요?”라고 되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대가 쓰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해 상대방과 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테크닉이다.

그냥 지켜만 보는 것도 좋은 경청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침묵이 때로는 가장 강력한 경청의 도구가 된다. 들을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독심술’은 경청에 가장 큰 장애물이다. 타인의 생각을 넘겨짚거나 예단할 경우 대화가 끊기는 것은 물론 그때까지의 경청과 대화의 진정성도 의심받게 된다.

조진래·류용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