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故장국영을 추모하며…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21-03-31 13:54 수정일 2021-03-31 14:03 발행일 2021-04-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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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문화부 차장

그를 보낸 지 올해로 정확히 18년이 됐다. 지난 2003년은 진짜 만우절 거짓말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장국영이 투신했다는 뉴스였다. 

47세의 나이로 홍콩 만다린오리엔탈 호텔에서 투신해 세상을 등진 그는 생전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언론들은 그의 유서를 대서특필했다. 

호텔에서 투신하기 전 “한명의 20대 청년을 알게됐고 그와 탕탕 사이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몰라 아주 괴롭다. 그래서 자살하려 한다”는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인 사실이었던 그의 동성애는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남자가 낫다’는 시기 어린(?) 체념도 한몫 했다.

가수로 데뷔한 장국영은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천년유혼’ ‘패왕별희’ ‘해피투게더’ 등을 통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 중 왕가위 감독이 연출한 ‘아비정전’에서의 고독한 아비의 모습은 실제 장국영과 많이 닮아있어 그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를 향한 팬심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오늘(4월 1일) 홍콩 빅토리아 하버의 야경을 배경으로 하버시티 오션 터미널 데크에서 장국영의 영화와 음악을 추억하는 온라인 콘서트 ‘In Loving Memory of Leslie Cheung Online Concert 2021’를 진행한다. 장국영과 듀엣곡을 발표했던 허관걸을 비롯해 막문위, 장지림, 리커친, 아카펠라 그룹 메트로 보컬 그룹, 홍콩침례대학교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이 출연한다. 

한국시간으로는 저녁 8시 반부터 한시간 동안 온라인에 생중계된다. 유튜브 스트리밍 동안 모금한 슈퍼챗은 홍콩의 소외된 이웃에게 음식을 나누는 비영리단체, 푸드엔젤(Food Angel)에 기부된다.

하지만 그가 부른 영화 OST 중 최고의 노래는 누가 뭐래도 ‘풍월’의 주제가인 ‘Thousand dreams of you’가 아닐까 싶다. 얼마전 CGV에서 재개봉한 ‘성월동화’의 홍보차 개봉 당시 방한한 장국영은  ‘이소라의 프로포즈’ 무대에 섰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건 아니지만 지금 들어도 가슴을 후벼판다. 흡사 지금 우리 마음을 대변하듯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대단했고 할 수만 있다면 내 평생 동안 수백, 수천번이라도 당신의 꿈을 꾸겠노라’고.

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