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디밴드 외면한 대중문화 예산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0-09-07 14:27 수정일 2021-06-12 02:51 발행일 2020-09-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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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차장

인디밴드 ‘양반들’의 건반 이지훈씨와 베이시스트 박천욱씨는 최근 마켓컬리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가요계에서 손꼽히는 밴드 세션이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종 공연이 연이어 취소되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비단 이들뿐 아니다. 업계에서는 인디밴드 멤버나 세션들이 배송대행업체 아르바이트나 대리운전, 배달 라이더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대로 가다간 K팝 생태계의 한축을 담당했던 인디 음악계가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다. 
이런 중에 정부는 예산을 들여 온라인 K팝 공연장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한류확산을 위한 ‘K+X’ 예산으로 내년 총 6961억원을 배정한 것이다. 이는 올해 4876억 원에서 42.7% 증액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한 K팝 그룹의 온라인 비대면 방식 공연이 각광받자 집행된 예산이다. 하지만 공연장의 효율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의문이다. 공연장이 없어서 온라인 비대면 공연을 개최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관람 수요가 적기 때문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공연을 개최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홍대 인근의 공연장들은 사재를 털거나 카드 돌려막기로 월세를 감당하면서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1994년 출발해 홍대 문화예술의 산실로 꼽혔던 클럽 명월관은 최근 영업 종료의사를 밝히며 인수자를 찾는다는 공지를 내걸기도 했다. 
관객 수요가 적다고 인디밴드가 사장돼야 한다는 시장논리도 맞지 않다. 문화의 힘은 숫자로 집계되는 시장논리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방탄소년단 역시 데뷔 초에는 방송출연조차 어려운 중소기획사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전세계 10대들을 좌지우지하는 월드스타로 거듭났다. 만약 코로나19 시대에 방탄소년단이 결성됐다면 한국은 J팝스타를 잃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예산집행에 앞서 대중문화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