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달 시장 서비스 질 높이려면?

김승권 기자
입력일 2020-09-06 16:06 수정일 2021-06-12 02:50 발행일 2020-09-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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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
김승권 생활경제부 기자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이후 배달 수요가 급증하며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배달 소요시간이 늘어나고 배달 서비스 질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피자같이 배달이 까다로운 음식은 배달 대행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배달시장은 그 중요도나 규모에 비해 서비스 질이 높지 않은 산업군이다. 주말엔 배달시간 1시간 이상은 기본이다. 이는 주문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달 기사들이 많은 주문을 한번에 묶어서 배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배달 동선의 마지막에 걸린 소비자는 차갑게 식은 피자나 치킨을 먹을 수밖에 없다.

배달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할 수 있는 기사가 부족해진 게 첫 번째 문제지만 더 큰 틀에서 보면 처음부터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배달기사와 배달대행업체의 계약 구조가 그것이다.

배달대행업체는 배달기사를 고용하는 것이 아닌 배달 건당 계약을 맺는다. 이 때문에 기사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이 배달할수록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이런 구조는 많은 문제점을 낳는다. 지나친 속도 경쟁으로 배달기사가 위험에 노출되고 소비자들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 소속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의 입장이니 책임감도 더 줄어든다. 실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위험하다고 느낀 라이더들이 배달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럴수록 소비자가 받는 서비스 질은 낮아진다.

신생업체인 쿠팡이츠에 배달기사가 몰리는 건 배달 대행 요금을 많이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동 환경 문제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쿠팡이츠는 배달 주문 한번에 한곳만 배달하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 배달일을 하는 노동자의 다수는 20~30대 청년들이다. 이들은 제대로 된 보험을 보장 받지 못하고 목숨을 건 질주를 하고 있다. 제대로 된 고용과 안전보장. 이 구조가 잡힐 때, 시장은 더 성숙될 것으로 믿는다.

김승권 기자 peac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