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쫓고 쫓기는 대출규제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20-09-10 14:22 수정일 2021-06-12 02:50 발행일 2020-09-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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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유혜진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경찰과 도둑’이라는 놀이가 있다. 도둑이 경찰 피해 도망가고, 경찰은 도둑 잡으러 달려가는 놀이다. 경찰이 도둑을 잡으면 감옥 또는 그러자고 정한 공간에 가둔다. 다른 도둑이 감옥에 다가가 손을 맞대야 잡혔던 도둑이 풀려나 다시 도망갈 수 있다. 요즘 부동산시장이 딱 그 모양새다. 정부가 신도시 만들어 주택 공급을 늘리는 한편 은행 주택담보대출 막아 수요를 옥죈다. 집 사려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대출을 더 받아 부족한 돈을 구하려고 한다. 직접 주택 공급을 늘리지 못하니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셈이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 받는다는 ‘영끌’이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그런데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온다. 정부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정해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막은 데 이어 신용대출마저 손대려 한다. 소비자들이 주택담보대출로는 모자라 신용대출을 당겨썼기 때문이다. 한 쪽을 누르니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왔다. “이러다 보험사 대출까지 건드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진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말 보험사 대출잔액이 215조7329억원이다. 올 들어 3조8859억원 늘었다. 이 중 절반이 부동산담보대출이다. 또 다른 ‘풍선 효과’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새로 주택담보대출 받으려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한다. 비은행권인 보험사에서는 60% 해준다. 같은 조건이면 보험사에서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얘기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사실 정부는 ‘경찰’이 아니고, 소비자도 ‘도둑’이 아니다. 이대로 쫓고 쫓기다간 둘 다 지쳐 떨어질 수 있다.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langchemist@viva100.com